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도시에서 귀촌한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가장 많은 나이 인구를 이뤘던 58년생을 기준으로 십년 위아래 연배에겐 고향으로의 회귀는 꿈이요 로망이기도 하다. 실제 시골에 다니러 오면 많이 부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러운 꿈은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그냥 바람일 뿐이기 때문이다. 부럽지만 못한다는 모순은 용기의 문제다. 어린 시절 출향해 터전을 도시에 잡고 평생을 살았으니 용단을 내리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가장 먼저 대두되는 문제는 시골의 생활기반이다. 땅도 사고 집도 지어야 하니 부담스럽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이들의 마음엔 아직 도시가 남아 있다. 도시의 터전을 총정리하기가 두려운 것이다. 해결법은 간단하지만 도시의 미련은 발목을 잡는다. 정말 시골 생활을 하고 싶다면 도시라는 미련을 버려야 가능하다. 그러면 금전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이 가능하다. 대도시의 아파트 한 채 처분하면 모든 문제는 풀리기 때문이다. 시골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작은 농사를 지을 땅까지 충분히 살 수 있는 자금이 아파트 한 채면 쓰고 넘친다. 중년의 로망을 해결 가능한 작은 어려움으로 포기하는 것은 너무 아쉽다. 아무것도 필요 없고 단지 용기만 있으면 결정하는 것이 옳다. 인생은 생각처럼 길지 않다. 팔십을 넘긴 노인도 아르바이트 직장을 얻으면 급여를 저축하기 바쁜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그렇게 쇠뇌와 교육을 받았고 살아 왔다. 의외로 남은 인생에 대한 감각이 둔한 것이 사람이다. 대부분 이렇게 모으기만 하다가 죽기 때문이다. 모으는 방법은 알아도 쓰는 법은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이다. 인생 중년을 넘기고 은퇴를 하는 시기에 꼭 돌아와야 할 것은 자신이 살아온 과정과 인생이다. 평생을 세파에 시달리며 견뎠으면 이제 자신을 위한 삶도 필요한 것이다. 과감히 접고 어릴적 꿈이 가득했던 고향으로 귀소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비록 가난과 배고픔의 기억이 곳곳에 배어있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하고 근심 없던 시절이 그때였음을 우리는 안다. 기억의 정리는 태어났던 곳에서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물론 조금 빠른 귀향일수록 좋다는 개인적 생각을 갖고는 있지만 현실을 도피하듯 시골로 내려오는 행동은 위험하다. 정착의 성공이 힘든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귀향 혹은 귀촌의 실패는 막연한 로망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경우다. 될수록 도시가 가깝고 백화점 이용이 용이해야 하며 길이 잘 정비된 곳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필히 실패하는 이유다. 이들의 마음엔 아직 도시가 남아있다. 버리지 못하면 얻지 못한다. 노자 할아버지 말씀이 아니어도 이러한 공식은 주위 곳곳에서 나타난다.

지리산 계곡은 엄청 방대하다. 3개 도()를 아우르는 지리산 자락에서 문명을 거부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2천 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전국의 산자락에 깃들어 사는 사람 수는 더욱 많을 것이다. 이들의 결정은 단순한 귀촌과는 거리가 있겠지만 도시를 버리는 과감함에서 얻은 자유는 더욱 클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생각만 부럽고 행동은 옮기지 못한다.

때로는 시골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도시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적응을 하지 못한 경우다. 시골과 도시의 인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의 동네에 들어와 토착민을 얕보고 무시하는 행동도 문제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바로 토착민의 텃세다. 그래서 새로 이주해 오는 사람들은 동네 중심지를 피한다. 그리고 그것이 맞는 방법이기도 하다.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노후의 병원과 복지다. 하지만 이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이런 시설은 시골이 훨씬 잘 되어 있다. 도시는 인구가 많아 파악이 힘들어 때론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해 굶어 죽는 사람도 발생하지만 시골에선 절대 그럴 일이 없다. 마을회관과 경로당을 통한 복지는 차고 넘친다. 걱정은 기우일 뿐이다. 그래서 서울엔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오지만 지리산 자락엔 굶어 죽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왔다. 맞는 말이다.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의 새로운 이름이 더위 쉼터. 여름이면 종일 냉방기가 돌아가고 겨울이면 난방기가 돌아간다. 심지어 쌀값도 나오고 노인들에게 밥해주는 경비도 포함이 되어있다. 모든 경비는 행정에서 책임진다. 학령 아동이 있는 젊은 부모는 그만큼 대우를 받는 곳이 또한 시골이다. 아이라도 한명 생산하면 칙사 대우다. 이제 문화시설만 갖춰지면 대한민국의 시골은 완벽해질 것이다. 버리고 얻는 용기를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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