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재/ 광주광역시농업기술센터 현장기술지원단장, 영광출신, 행정학(농업정책)박사

2020년 새로운 10년의 한해! 경자년(庚子年)이 밝았지만 중국에서 전파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로 온 세계가 매우 시끄럽다. 일반적으로 한해의 시작은 '태양력'11일이지만 농경문화를 중시해온 우리나라는 음력의 시작일 정월 초하루를 민족 최대의 명절로 여기며 설을 쇠고 있다. 금년 한 해는 2월이 29일로 윤년이자 음력도 윤달이 추가돼 13개월로 구성된다.

첫 시작을 알리는 출발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출발은 어떠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거나 어떤 일의 시작 또는 그 지점을 가리킨다. 따라서 한 해를 시작하는 첫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해의 소원을 빈다. 아울러 출생, 입학, 취업 등에서 새로움을 부여함과 동시에 12지수(支獸: 동물)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2020년 경자년은 쥐띠 해로 천간(天干)이 경(), 지지(地支)가 자()인데 경이 백()이라서흰 쥐띠이다. 우리나라에서 쥐에 대한 기록은 신라시대 혜공왕 5(769)의 삼국사기, 비처왕(소지왕)의 삼국유사(사금갑: 射琴匣), 함경도 함흥의 창세가(創世歌)가 있다. 그 중 삼국사기의 기록을 살펴보면 치악현의 쥐 8천 마리가 평양으로 이동하자 눈이 내리지 않았다(雉岳縣鼠八千許向平壤無雪).’는 대목이 있다. 이는 쥐가 불길한 현상을 미리 암시해 주는 동물로 묘사된 것이다. 이처럼 쥐는 전통적으로 예지력(叡智力: 사물의 이치를 꿰뚫어 보는 지혜)을 지닌 동물로서 지혜로운 능력자로 표현되고 있다.

물론 쥐에 대한 인식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음식을 훔치면서 병균을 옮기는데다 생김새 또한 흉하고 미워서 간신이나 수탈자로 인식되기도 하고 탐관오리와 동일 시 하는 문학작품도 있다. 하지만 이런 쥐가 십이지의 첫 번째 동물이 된 것은 동물 간 경주에서 소를 타고 결승점에 맨 처음 도착한 영리함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쥐띠 해는 풍요와 희망, 기회의 해이다. 쥐가 매우 빠르고 1년에 6~7회 출산하는 다산(多産)능력 때문에 부()를 가져다준다고 믿고 있으며 딱딱한 물건도 조그만 앞니로 구멍을 뚫는 근면성과 인내력으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따라서 쥐띠 해에 탄생한 사람은 식복(食福)과 함께 좋은 운명을 타고 났다고 여긴다.

전라남도가 쥐와 관련된 지명을 조사한 결과 전국 64개소 중 전남이 25개소(39%)이고 그 중 15개소(60%)는 서남해안의 섬 또는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는 농어민이 쥐가 자연재해를 예고한다고 숭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뱃길의 안전을 담보하거나 농사의 풍작과 흉작을 결정하는 수호신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새롭게 10년을 출발하는 2020! 지난해를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2019년 광주전남에서는 정치사회적 갈등, 518관련 도청 복원과 법정에 선 전두환, 광주형일자리, 광주도시철도 2호선과 한전공대 후보지 확정,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이며 그 외 태풍 등 각종재난,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필자의 한 해 소회(所懷)를 밝히고자 한다.

첫째, 21대 국회의원 선거(415)에서 올바른 주권의 행사이다. 국회의원은 입법부의 구성원(임기 4)으로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심의한다. 그러나 거리정치와 사회적 갈등으로 동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따라서 입후보자의 공약실천의지, 민초들과 소통 가능성 등을 검토하여 투표권을 행사한다면 미래정치의 리더십이 싹 틀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영광군은 차기 대통령 후보로 뚜렷하게 부각된 이낙연 국무총리의 고향이 아닌가?

둘째, 농촌경제 회복에 적극적인 동참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불안한 봉합과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일본의 무역보복이 국가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으므로 영광의 농업인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군정이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였는데 공익형직불제가 소농에게 불공평하다는 의견이 많다. 2015년 쌀 고정직불금 총8,422억 원 중 소농의 수령액이 1,200억 원인 반면 소수의 대농이 80%를 차지하고 있어서 직불제 개선이 진행 중에 있다고 하지만 농촌 일손부족과 소득 양극화 해소, 유통구조 개선, 신규 소득작목의 도입, 시설이용 연중생산 체계 확립, 스마트팜 보급 등에 군정의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셋째, 고용창출과 인구유입이다. 광주전남연구원 발표에 의하면 2040년에는 광주 95개 동 중 34(36%), 전남 297개 읍··동 중 98(33%)이 소멸할 수 있고 2040년 이후에는 광주 18, 전남 144곳이 추가되어 총 392개 읍··동 중 294(75%)이 소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영광군에서는 한빛원전, 대마산단의 활성화와 백수해안도로, 칠산타워, 불갑사 등 4대 종교 발상지의 관광 활성화, 농어업에서 젊은 종사자 비중을 높임과 동시에 인구증가 정책이 필요하다.

넷째, 극심한 갈등구조 타개를 위해서는 양보와 소통의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필자의 생활신조는 논어』 「이인편(里仁篇)의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덕을 베풀면 반드시 이웃이 있다)위령공편(衛靈公篇)의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하게 해서는 안 된다)이다. 작년부터 이어진 정치사회적 갈등이 선거가 다가오면서 유언비어 난립과 함께 정치세력 간 마음의 골이 더욱 깊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물론 고향 군민들의 높은 시민의식과 도덕성을 굳게 믿고 있어서 기우(杞憂)였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새해 경자년을 새로운 포부로 힘차게 출발하는 모든 분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그리고 영광신문 독자 여러분 모두가 예지적인 쥐의 기운을 받아서 소망하는 일들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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