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숙 시인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발생한 우한폐렴은 사람들에게 전염병의 공포를 일으키고 있다. 전염병의 역사는 기원전 430년경 유행했던 아테네 역병에서 부터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1이 줄었다고 하는 흑사병까지 인류와 함께 해왔다. 그러나 언제나 마주하고 싶지 않은 존재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변형바이러스는 지금 전 세계를 바이러스와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며칠 전 입춘을 맞아 주고받았던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라는 글자가 무색하다. 마음조차 우울해진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인사가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까지 확산될 거라고 상상하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미리 구입해두지 않았던 사람은 마스크를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주문이 어렵거나 가격도 올랐다.

영광에 태어나 많은 겨울을 지내왔지만 늘 쌓여 내리는 눈을 볼 수 없었던 것도 올해가 처음인 듯하다. 눈이 와서 쌓이면 불편하고 춥지 라고 애써 외면했지만 환경변화에 당혹감을 느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창밖을 내다보면서 미세먼지농도를 확인해야 하는 일상도 그럴 수 있으려니 했다. 그런데 이젠 전염병의 창궐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1930년대 호흡기 질환을 앓던 닭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한다. 바이러스 외피 주변에 수많은 돌기가 뻗어 나온 모양이 마치 왕관을 닮았다고 해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영어권에서 코로나는 태양 대기 가장 바깥쪽 얇은 가스층으로 일식 때 볼 수 있는 둥근 반지 모양의 테두리를 말한다. 라틴어로는 왕관을 뜻하는데, 라임이나 레몬을 곁들여 먹는 멕시코 맥주 코로나도 왕관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침투하여 발병한다. 새롭게 바이러스가 변형되어 우한폐렴을 일으킨 바이러스는 7번째로 변형된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세계에 알린 결정적인 첫 계기는 20031월 사스(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부터였다. 폐렴 증상을 앓던 30대 남성이 의도하진 않게 의료진과 주변 환자 130여 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겼다. 의료진 1명이 방문한 홍콩 호텔을 통해 세계 37개국 8237명이 감염됐고, 이 중 775(치사율 9.4%)이 숨졌다. 10년 뒤인 20126월 사우디아라비아아의 한 병원에서 폐렴 증상에 시달리던 60대 남성이 숨졌고, 훗날 중동호흡기증후군 (MERS)은 국내에서도 186명을 감염시켰다. 20162월 기준 세계 27개국에서 1625명이 확진돼 586명이 사망해 36.1%에 이른다.

희생자 규모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을 넘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영증이 한국 사회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여전히 확산 중인 단계여서 당장은 병이 얼마나 더 퍼질지에 온 관심이 집중된다. 급속한 확산세가 한풀 꺾인다 해도 보이지 않는 공포는 남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일상이 심각하게 위축된 것이다. 박테리아 침투로 발병한 병은 항생제로 죽여 치료할 수 있지만 바이러스 침투로 발병한 병은 약이 없어서 치료할 수 없다. 우리 몸이 가진 면역력을 높여서 스스로가 치료할 수밖에 없다. 면역력을 놀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과 햇빛, 비타민과 물 섭취가 기본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원래 증상도 심하지 않고, 조류감독이나 신종플루보다 전염력이 낮고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치사율이 높지도 않았다. 의학계조차 주목하지 않던 코로나바이러스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은 사람과 동물에 같은 질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변종)로 전이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존재감 없던 코로나바이러스의 역습. 처음 접하는 숙주 세포에 침투해 뛰어난 돌연변이 능력으로 적응한 뒤 숙주의 자원을 빨아들이며 무한 증식하는 변종인 것이다. 무엇이든 변종은 막강한 힘을 갖는 것 같다. 공상과학영화에 악역은 인간의 욕심이 가미된 변종에서 무한한 힘을 갖게 되는 스토리가 전개 되곤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이제시작일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이번 사태는 지나가겠지만, 암울한 감염병의 끝은 쉽지 않을 것이다. 힘을 모아 함께 오솔길을 헤쳐 나가면서 비탈길을 굴러도 낙오자를 최소화하느냐는 온전히 우리에게 달렸다.

비행기에 오르는 희생과 어서 오시라고 품어주는 아량은 피할 수 없는 감염 병 시대를 견뎌내는 공동체 구성원의 자세를 잘 보여주었다. 언젠가는 그 치료약도 개발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며칠사이 품귀현상이 된 마스크를 보면서 이사회에 다른 얼굴을 한 변종은 언제든 활개 칠 수 있겠구나 라는 탄식이 나왔다. 차별과 배제, 혐오를 무기로 하고 개인의 이익으로 치닫는 변종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악재들이다.

바이러스의 생사를 숙주의 면역력이 가르듯 우리 사회의 자정 기능 또한 평소 예방이 필요한 때 인 듯하다. 손을 자주 깨끗이 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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