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여민동락공동체 살림꾼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면 단위에서 유일하게 남은 초등학교 폐교가 결정되었을 때, 마을의 드라마틱한 반전은 그 때부터 시작됐다. 점차 과소화되는 농촌 마을 현실에서 학교 통폐합은 곧 삶터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주민들을 각성시켰다. 학부모와 주민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결국 통폐합 방침은 철회되었다.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 새로운 교육의 희망을 발견한 귀농귀촌인들과 전입생이 늘어났고 마을은 활력을 찾았다. ‘내 고향 주소 갖기와 같은 그저그런 인구 늘리기 사업으로는 절대 달성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10년 전에는 폐교 위기에 놓였던 변방의 작은 학교가 지금은 마을 재생과 부흥의 구심점이 되었다. 지역 주민들은 마을의 미래 자산 1호로 학교를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학부모와 주민들은 마을학교를 만들어 학교와 상시 연계하며 마을의 교육의제를 의논하고 학교를 지원한다. 간절함이 만들어 낸 기적이다.

우리의 경험은 시골의 작은 학교를 살리는 것이 마을의 생사존망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라는 것을 실증한다. 이것이 경제적 효율성을 내세운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 기조에 반대하는 이유다. ‘적정 규모라는 산술적 지표만으로는 작은 학교의 가치를 다 평가할 수 없다. 학교 통폐합 정책의 전환 혹은 폐기는 '작은 학교'에 대한 관점의 전환과 역발상을 요구한다. ‘작은 학교는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해나가는 배움터이면서,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지역 주민 모두에게 열린 평생 학습터이자 문화 아궁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작은 학교를 통한 다양한 배움과 어울림은 마을의 공동체력 강화와 자치의 실현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 작은 학교에 대한 재조명과 정책 관점의 전환은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의 시대가 도래한 지금, 더 필요하고도 절박한 문제이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인구구조 변동으로 농산어촌은 점점 과소화되고 있다. 도시와 지방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지방 교육이 전부 'in 서울'로 내달리는 흐름을 끊지 않고 인구유출을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인구감소가 대세인데 지금 지방에 새로운 인구가 들어오지 않아서 문제인가? 오히려 아이도 낳지 않는데다 살던 주민들까지 계속 빠져나가는게 더 큰 문제 아닌가? 인구의 감소와 유출은 정주여건의 악화로 이어진다. 정주여건 악화는 다시 인구의 감소와 유출을 부른다. 고약한 악순환이다. 이런 상황에서 묻고 싶다. ‘지방 교육을 살릴 특단의 대책 없이 도대체 어떻게 지방을 살린단 말인가? 학교와 교육을 살려 지역의 인구를 늘리고 지역 발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환적 사고가 필요하다. ‘다니고 싶은 학교가 있어야 하고 살고 싶은 마을이어야 한다.

사라져가는 농촌의 마을을 재생하려면 농림부가 농촌 교육, 지방 교육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도시와 지방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지방 교육을 살리려면 교육부도 지금과는 다른 교육 정책의 패러다임을 세워야 할 것이다. 농림부와 교육부가 같은 가치와 목적을 수립하고 협력하는 체계를 갖춘다면 농촌 교육을 살리기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특히 부처간 융복합적 접근 못지 않게 농촌 교육 문제 해결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지방소멸의 관점에서 본다면, 교육 문제 해결은 교육청보다는 지자체에 더 시급하고 중대한 사안인데도 지자체의 미온적인 대응은 아쉽기만 하다. 지방의 교육이 지방의 인재를 길러내 지역사회에서 일을 하면서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을 열지 못한다면 미래 비전은 없다. 교육청과 지자체로 분리되어 있는 구조를 뛰어넘어 지역을 살리는 관점으로 과감하게 협력해야 한다. 읍면동 단위에서는 학교와 지역이 소통해야 하고, 시군구 단위에서는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력해야 한다. 협력이 일상화되고 제도화되어야 한다. 이렇게 사활을 걸고 달려들어도 될까 말까 할 정도로 어려운 과제가 바로 교육 문제 해결이다. 교육은 단기간의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므로 지역 차원의 장기적인 청사진을 세우고 끈기있게 정책을 밀어붙여야 한다. 21세기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지방교육 공동화 흐름에 제동을 걸고 학교를 살려야 한다. 주민들의 참여로 학교와 마을의 상생 발전을 도모할 때 비로소 회생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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