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여민동락공동체 살림꾼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폭풍처럼' 코로나가 왔다. 많은 전문가들은 인류의 생활양식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코로나 이후 도래할 미래에 새롭게 적응하는 게 관건이라고 한다. 교육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온라인 개학은 미래 교육을 앞당기는 새로운 학습 패러다임 창조의 실험장이 되지는 못했다. 갑작스럽게 치러낸 시험은 혹독했지만 온라인 개학과 원격 수업의 구현은 우리 교육에 유의미한 교훈을 남겼다.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기반 학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보완할 것인가, 특히 미래 교육의 상은 무엇이며 지금의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었다. 나는 처음부터 온라인 개학의 실효성에 대단히 회의적이었다. 코로나가 미래교육을 앞당겼다는 반응들은 호들갑스럽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트래픽 폭주와 잦은 접속 장애 등 기술적 취약점은 빠르게 해결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IT 강국이 아닌가. 문제는 내용이다. 학습의 시공간적 제약이 사라지는 온라인 학습에서는 획일화되고 표준화된 콘텐츠, 지식의 일차원적이고 일방적인 주입이 아닌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따른 개별화된 학습, 맞춤형 학습이 가능해야 한다. 이번 온라인 개학에 도입된 원격 수업은 이런 본질과는 분명한 거리가 있었다. 교사가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형식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었을 뿐, 교육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수업 시수는 채우고 있으나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피로했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교육적 가치와 내용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ICT 기반의 새로운 학습 환경에서 배움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미래 교육과 조응하는 새로운 학교 교육 체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미래 사회의 새로운 배움을 위한 교사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등 제기되는 질문에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 교육의 희망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미래 교육이란 단순히 기술을 활용한 교육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다. 2016년 다보스포럼 일자리의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7세 아이들의 65%는 지금은 없는 직업을 가질 것이라고 한다. ICT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인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요구되는 능력은 무엇이고 필요한 교육은 어떤 것들일까? ‘미래 교육이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능력을 키우며 성장해나가는 배움을 의미한다. OECD가 선정한 지식기반사회 핵심 역량(Key Competency)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사회문화의 기술적 도구를 활용하는 능력

- 언어, 상징, 텍스트를 활용하는 능력

- 지식이나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

-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능력

다양한 사회그룹에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능력

- 타인과 원활하게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능력

- 협동하는 능력

- 이해충돌을 제어하고 해결하는 능력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능력

- 거시적으로 행동하는 능력

- 인생설계나 개인의 계획을 만들고 실행하는 능력

- 권리, 이해, 책임, 한계, 필요를 이해하는 능력

원격 수업으로 이런 역량을 키울 수 있을까? 답은 뻔하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학습 내용과 학습 방법, 학습 환경의 총체적인 혁신은 필수적이다. 새로운 교육 환경에서 스스로 학습하는 아이들은 새로운 지식과 가치의 생산자가 될 것이다. 창의적 문제 해결 중심의 융합 교육과 학생 주도의 프로젝트 학습이 주를 이루는 교실에서 필요한 교사는 지식의 독점자, 일방적인 전달자가 아니다. 교사는 학생들의 주체적인 배움을 촉진하는 역할, 학교 밖 배움을 연결하는 역할, 지역사회로 확장된 교육생태계를 구축하고 협력을 이끌어내는 역할, 학생들의 자율적인 배움과 탐색, 성장을 돕는 멘토이자 컨설턴트 역할을 해야 한다. 획일화와 표준화 된 방식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근대 학교 교육의 유효기한은 끝났다. 기존 교육의 패러다임은 바뀌어야 한다. 논리력, 사고력, 창조력, 표현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는 학습과 배움으로 변화해야 한다. 주입식 암기 교육에서 창조와 표현, 협동을 통한 문제 해결로 교육의 내용과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기존의 학교 교육을 넘어서는 전혀 다른 방식의 새로운 배움을 상상하자. 교육이 변화해야 미래도 변화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우리 교육에 던지는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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