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숙/ 시인

지난 해 막둥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 티비를 샀다. 핸드폰을 사줘야하는 요즘에 분위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티비를 십여 년 만에 구입하면서 느낀 건 가격이 비싸졌고 그 기능과 성능이 너무 향상 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할 수도 있다. 더욱 놀라운 건 채널이 많아서 리모컨을 누르면서 보려고 하다간 인내심이 필요할 지경이었다. 무료영화도 있어서 언제든 볼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내가 아는 티비 속 영화는 정해진 시간에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 때나 볼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만큼 낯설었다. 지금도 나는 무료 영화 보는 방법에 어리숙하다. 무엇이든 익숙하지 않은 것을 새롭게 하는 것, 그런 시대를 살지 않았던 사람에겐 편리한 기술 발전이 무척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시절에 초등학교 5학년과 2학년이 된 두 아들이 있다. 일치감치 휴직을 했다. 예고 없이 두 아들과 24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려서 젖먹이 일 때는 당연한 시간이었다. 어느새 자라나 각자학교를 가고 출근을 하면서 떨어져 있던 시간들이 갑자기 채워졌다. 코로나로 인한 감염위험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바깥출입도 거의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도 좋은 추억일 수 있겠지 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다.

지난 주 부터 초등학생 온라인 등교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고학년부터 개학을 하고 저학년으로 순차적으로 한다고 한다. 티비 켜기도 힘겨워하던 엄마에게 온라인개학은 걱정으로 다가왔고 현실이 되었다. 5학년이 된 아들에게 일찌감치 핸드폰을 해주지 않은 것이 후회로 다가왔다. 단지 시력을 보호해주고 싶어서 구입하지 않았던 스마트폰의 부재는 고스란히 내 숙제가 되었다. 전달사항이 스마트폰 앱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켜야 되지만 손안에든 핸드폰엔 그 메세지를 쉽고 빠르게 볼 수 있다. 저학년인 2학년은 컴퓨터로 보는 수업은 자주 끊어져 교육방숭(EBS)채널로 본다. 티비가 있는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일단 집에서나마 새 학기를 시작하게 됐다. 어린 학생들은 옆에서 챙겨줘야 할 게 많아서 사실상 '부모개학'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모든 당연했던 순간들이 이렇게 간절하게 될 줄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초등학교를 처음 입학하는 학생들과 그걸 지켜보는 부모 마음은 오죽할까! 입학식에 입고 갈 옷들은 벌써 계절을 지나치고 있다. 새 가방도 외출한번 못 했을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학교개학이 연기되는 사태는 현재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코로나19 사정이 이렇다보니 휴교라는 조치가 당연시되고 있다. 교육부는 원격수업과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실험을 하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동시 접속해서 원격수업을 받는 것을 할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몇 나라 되지 않는다. 인터넷 속도와 플랫폼 구동 가능성에 대해 제기되는 기술적인 문제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산간벽지나 스마트기기가 준비되지 않아 교육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져선 곤란하지만 시작은 했으니 말이다. 아이에게 핸드폰을 해주지 않은 것을 이렇게 후회하게 될 줄 몰랐다. 세상은 급변하고 하루 앞을 모른단 말이 딱 맞는 요즘인 듯하다. 노트북을 빌려왔고 컴퓨터엔 웹켐을 설치했다.

학부모들끼리 서로 안부를 묻는다. 아이들만 집에 두고 일을 나가거나 학원을 보내거나 학교 돌봄 교실에 보내는 등 그 경우가 다 다르다. 휴직은 잘한 선택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한다. 온라인개학은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 준비기간도 짧고 크고 작은 불편은 어느 정도 각오는 했다. 중요한 것은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임으로써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일 것이다. 더불어 교육형평성을 보장하려면 스마트 패드및 LTE무선 인터넷기기가 광범위하게 확보되어야 한다. 교육청과 일선학교는 얼핏 봐도 쉽지 않은 과제를 맡게 되었다. 입시와 수업일수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한 권력이라는 걸 느꼈다. 코로나가 위험하다는 상황에 못지않게 대두되는 개학후의 수업일 수 때문에 장기간 계획을 쉽게 내리지 못했다. 학교는 가지 않는데 학원은 간다. 부모가 집에 없는 경우엔 교과수업 지원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진도는 나가야 한다.

이제 원격수업은 어쩔 수 없는 대응에서 나온 부산물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또 다른 실험이라고도 평가 할만하다. 온라인시대가 된 것이다. 새로운 교육방식을 통하여 의도하지 않은 성과와 의미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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