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수/ 농부 크리에이터

도시 생활에 대한 회의감 또는 은퇴 후 여가 생활을 위해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여생을 보내며 조금씩 몸을 움직여 먹거리를 생산해서 팔기도 하고 주변 지인들과 나눠먹는 그런 상상을 나 또한 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한적한 시골에서 농사나 지으며 맘 편히 살아볼까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귀농을 결정해서는 안 되며 신중하고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귀농 실패 후 알게 되었다.

귀농을 결심하고 나서 제일 먼저 고민하게 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지역과 작물 선택일 것이다.

특히 작물 같은 경우는 정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함에도 필자는 막연하게 잘 될거란 기대만으로 작물을 선택했다 실패하고 말았다. 남들과는 다른 조금 특별한 작물을 하고 싶어 선택한 것이 식용곤충 굼벵이였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없이 기대감만으로 시작한 굼벵이는 6개월만에 포기하게 되었다. 아무리 농사를 잘 짓고 좋은 제품을 만든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인정해 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첫 작물 실패 후 선택한 것이 고추농사다. 실패의 깨달음을 통해 소비자가 인정하고 소비가 잘 되는 작물을 선택해야 안정적인 귀농 생활이 가능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지역마다 특산물과 그 지역에서 유난히 잘 되는 작물이 있다. 특히 고추는 영광군 특산물이기 때문에 초보농사꾼이 겪게 될 농사과정의 어려움을 주위에서 쉽게 정보를 구해 해결하고, 재배를 넘어 판매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산지가 아닌 곳에서 특산 작물을 선택하게 되면 재배는 물론 판매에 있어서 도움을 받는 게 쉽지 않다. 또한 같은 작물을 키우는 농부들이 작목반이나 조합과 같은 조직을 만들어 대응하는 것이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제목소리를 내는데도 도움이 된다.

실패를 하지 않으려면 그 지역에서 많이 재배하는 작물을 선택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작물 선택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 한번 선택은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도 있듯 귀농에서의 작물 선택은 경제와 관련된 소득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귀농지를 결정하는 것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 귀농지란 단순히 도시에서 시골로의 장소 변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총체적 삶이 바뀌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마을 사람들과의 융화, 지역 사회에서의 역할 등은 물론이거니와 자녀가 있다면 교육문제, 부모님이나 나이가 있다면 병원과의 접근성, 문화적 혜택 등등 따져볼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교통, 의료, 문화, 교육 등등 모든 것이 도시와 다르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귀농지와 작물선택에 대한 결심이 세워졌다면 귀농에 관련된 정보나 교육을 적극적으로 알아봐야 한다.

귀농교육을 하는 곳이 전국에 다양하게 있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교육기관을 선정해 교육을 받는 것도 좋다.

귀농귀촌종합센터, 귀농본부 등 인터넷을 통해서도 정보를 두루 살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위의 경우에는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주말이나 시간이 날 때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농업기술원 또는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정보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보다 좋은 방법은 실제 농사를 지어보는 것이다. 주말농장이나 텃밭 등을 구해서 1년간 농사를 지어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작물도 알 수 있게 되고, 농사가 취향에 맞는지도 알게 된다. 아니면 본격적으로 장기귀농연수과정에 참가해보거나 전남에서 한달 살아보기 등 실제 농사를 지으면서 지역과 작물을 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귀농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귀농지 결정과 작물 선택이다. 이는 곧 생업과 연관되기 때문에 관련 전문가 또는 해당 지자체 담당 실무자의 조언을 먼저 구하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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