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진/ 사회복지법인 난원 영광노인복지센터장

며칠 전에 이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지인을 만났는데 어쩜 살도 안찌고 늙지도 않고 10년 전이나 변함없이 그대로네요!’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겠는가만 그 말을 들으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화장실에 들러 거울 한번 쳐다보며 얼굴을 요리조리 돌려보니 그대로인 것 같아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주말에 목욕탕 가서 사우나도 하면서 나름 피로를 푼다고 풀고 월요일 출근했는데 얼굴이 안 좋아 보이네요. 무슨 고민 있으세요?’ 라는 말을 들으면 또 거울 앞으로 가게 된다. 진짜 고민 가득한 얼굴이 거울 속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법륜스님의 글 중에 금을 보고 금 같네! 라고 칭찬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괜찮은 사람이면 괜찮은 사람이라는 위로가 필요 없어요. 그러니 남이 하는 말을 신경 쓰지 마세요. 남의 칭찬에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하면 말의 노예가 되는 거예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말의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내 입에서 나간 말은 메아리가 되어 나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높은 산에서 야호 외치면 건너편 산에서도 똑같은 말을 하고 있음을 경험해봤듯이 말이라는 것은 상대에게 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나에게 하는 것이다. 나는 감사와 칭찬이 담긴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지 아니면 비판과 꾸짖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이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나를 내세우고 싶거나 누군가의 결점을 찾아내는 말을 하고 싶을 땐 잠깐 호흡을 멈추고 그 말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말은 행동으로 실천할 때 어마어마한 위력을 보인다. 명량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아군 12척의 배로 330척의 적군과 대치하며 극심한 공포에 떨고 있는 군사들에게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라고 외치는 이순신 장군. 이 말에도 요동 없는 아군을 뒤로 하고 선두에 서서 적군과 한참을 싸우는 장면이다. 이런 솔선수범의 모습에 병사들의 사기가 충천하여 결국에는 전투를 승리로 이끌게 된다. 이처럼 내가 한 말을 내가 먼저 실천하는 순간 그 말에 대한 파급력은 엄청나게 커지는 것 같다.

사랑, 용서, 화합 등 누구나가 쉽사리 사용할 수 없는 말을 할 때 그 값어치는 올라간다. 우리나라 지도자 중 평화와 화해, 용서의 아이콘인 김대중 전 대통령. 김대중 납치사건, 내란음모사건 등으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도 그가 옥중에서 적은 서신이 눈에 띈다. ‘이해하면 용서하게 되고 용서하면 화해하게 되며 화해하면 사랑과 자비의 마음을 갖게 된다. 사랑은 오래 참는다고 했다. 오래 참는 마음, 그것이 사랑과 화합으로 가는 출발점이다말로는 쉬울 것 같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일이다. 이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했기에 훌륭한 업적을 이룬 그에게 노벨상의 영광이 주어졌을 것이다.

탈무드에 말이 당신의 입안에 있을 땐 말의 주인이지만 입 밖으로 나갔을 땐 그 말의 노예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정치인들을 보면 과거 본인이 했던 말이 족쇄가 되어 곤혹을 치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말은 내 생각의 표현이다. 내 생각이 왜곡되지 않으면서 상대방에게 재치 있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말이라는 것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약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라면 상대는 분노를 느낄 수 있다. 아무리 작은 공일지라도 양손을 크게 벌려야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 주먹을 쥔 상태로는 공도 받지 못할뿐더러 통증의 여운이 오랫동안 남게 된다. 언제 어느 때 내게 날아올지 모르는 공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양손을 최대한 넓게 펴는 연습을 자주로 해 두어 말이 상처가 되는 일들이 적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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