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철학이야기(③소크라테스)

악법(惡法)도 법이다!” 나쁜 법도 법이니, 무조건 지켜라? 이것은 법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이들의 궤변에 멍석을 깔아주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아니다. 이 말이 나오게 된 배경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아테네의 양심 소크라테스는 청년들을 부패하게 하고, 국가의 신 대신에 새로운 신을 믿는다.’고 하는, 당치도 않은 죄목으로 고소를 당한다. 재판은 500명의 배심원들이 다수결로 판결하는 법정에서 하루 동안 진행되었다. 처음 죄의 유무를 따지는 1차 투표에서 표차는 280220, 유죄가 선고된다. 형량을 정하는 2차 투표에서는 360140이라는 커다란 표차로 사형을 선고받는다.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은 24시간 안에 처형을 받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제물을 바치러 떠난 배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소크라테스에 대한 처형은 그 집행이 연기되었다. 한 달 후 배가 돌아오는 날 아침, 소크라테스의 친구와 제자들이 감옥에 모였다. 어렸을 때부터 죽마고우였던 크리톤은 돈은 얼마가 들든지, 관리들을 매수할 테니 탈출하게나.”라고 권유하였다.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이제까지 나는 아테네 시민으로서 아테네 법이 시민에게 주는 특권과 자유를 누려왔네. 그런데 그 법이 이제 내게 불리해졌다고 하여, 그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비겁하지 않은가?”하며, 단호히 거절하였다. 이 장면이 오늘날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 라고 말했다고 하는 대목이다.

해질 무렵, 간수들이 독배(毒杯-술에 말린 독 인삼 가루를 탔을 것으로 추측)를 가지고 왔다. 사형집행 시간은 일몰시로 정해져 있었으나, 대개는 일몰 후에도 음식을 원대로 먹고 마셨다. 물론 소크라테스는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지만. 소크라테스는 잔을 든 채 기도를 드린 다음, 조용하고 침착하게 독이 든 약을 다 마셔버렸다. 그는 감옥 안을 거닐다가 다리가 무겁다고 하면서, 반듯이 드러누웠다. 하반신이 거의 다 식었을 때, 소크라테스는 얼굴에 가렸던 천을 제치고 이렇게 소리쳤다. “! 크리톤,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을 한 마리 빚졌네. 기억해두었다가 갚아주게.” “잘 알았네, 그밖에 다른 할 말은 없는가?”라고 묻자, 이 물음에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여기서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약(醫藥)의 신 이름인데, 당시에는 누구든지 병에 걸렸다가 나으면 감사의 뜻으로 닭 한 마리를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악법은 당연히 뜯어고쳐야 한다. 다만 고쳐지기 전까지는 현행법을 지켜야 하고, 법을 고치는 절차나 방법 역시 에 따라, 합법적인 절차에 의거해야 한다. 만약 법이 고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악법이라는 핑계로 준수되지 않는다면, 악법을 준수했을 때보다 더 큰 혼란이 오고야 말 것이다. 더 큰 희생이 따를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우려한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지 않을까 한다. 무법천지의 세상이 되어 누구나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될까? 무법천지의 세상은 좋지 않은 법이나마 질서가 유지되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악법은 국민발의나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에 의해 즉, 합법적인 방법을 통하여 얼마든지 뜯어고칠 수 있다. 또 그래야만 한다. 다만 그때까지는 악법이라도 지켜야 한다! 법치가 사라진 혼란한 상태에 대해서는 처방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바로 이 점을 강조할 뿐, 위정자들의 포악한 통치까지 변호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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