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잡아먹고 오리발을?(④소크라테스)

지난 호에서 우리는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사형선고를 받았으며, 또 왜 한 달 동안이나 감옥에 갇혀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마침내 델로스 섬으로 제물을 싣고 갔던 배가 돌아왔고, 바로 그날 해질 무렵, 간수들이 독배(毒杯)를 가지고 안으로 들어왔다.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과 함께, 감옥을 탈출하라는 제자들의 권유를 물리친 후였다. 소크라테스는 독이 든 술잔을 든 채 기도를 드린 다음, 조용하고 침착하게 독이 든 그 약(?)을 다 마셔버렸다. 그리고 하체가 거의 다 식었을 때, 얼굴에 가렸던 천을 제치고 이렇게 소리쳤다. “! 크리톤,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을 한 마리 빚졌네. 기억해두었다가 갚아주게.” “잘 알았네, 그밖에 다른 할 말은 없는가?”라고 묻자, 이 물음에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과연 아스클레피오스는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어떤 사람은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밀었던소크라테스가 죽을 때가 되어 회개하였다는 식으로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오해에 기초한 악평일 뿐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아스클레피오스는 사람의 이름이 아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의술(醫術)의 신 이름이다. 호메로스의 작품에서는 인간이자 의사라고 되어 있으며, 훗날의 전설에서는 아폴론의 아들이라고 전해지기도 한다. 주지하다시피, 아폴론은 태양과 예언 및 광명·의술·궁술·음악·시를 주관하는 신으로서, 월계수와 활이 그의 상징물이다. 훤칠하고 준수한 미남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사랑의 스토리에 많이 등장하기도 한다. 어떻든 그 아폴론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는 자라는 동안 케이론(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선량하고 온화한 성격의 신. 의술과 예언, 음악, 사냥 등에 뛰어나 많은 영웅들을 가르쳤다고 함) 밑에서 의학기술을 배웠고, 그리하여 죽은 사람도 되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제우스(신들 가운데 제왕)는 인간이 그를 통하여 불사(不死-죽지 않음)의 능력을 얻지는 않을까 두려워하였고, 결국 번개를 쳐 그를 죽이고 말았다. 그러나 아폴론의 요청으로 제우스는 다시 그(아스클레피오스)를 별로 바꾸어주었으며, 이리하여 뱀주인자리(별자리 모양은 가늘고 긴 오각형으로, 가장 아래 부근은 뱀자리와 나누어 갖고 있음. 뱀을 붙잡은 남자의 모습으로 그려지며, 의사를 의미함)가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뱀은 아테네 사람들에게 약초를 발견하는 비법을 알고 있는 동물로 인식되었고, 또한 아스클레피오스와 관계 깊은 신성한 동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로 인하여, 수탉이 뱀을 위한 제물로 바쳐졌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소크라테스 당시 아테네에는 어떤 사람이 병이 들었다가 나았을 경우, 감사의 뜻으로 닭 한 마리를 바치는 풍습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 참뜻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되 짐작컨대)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말은 인생의 모든 병에서 다 나았으니, 신에게 감사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독일의 철학자 야스퍼스가 소크라테스에게 죽음은 비극이 아니었다. 그는 죽음을 초월하고 있었다.”고 말하였듯이, 진리와 정의에로 향한 그의 철학정신 앞에 죽음은 결코 장애물이 될 수 없었다. 아울러 신에 대한 불경죄 혹은 신을 믿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하고 사형선고까지 받은 소크라테스가 임종 직전에 의 이름을 들먹였다는 사실은 아테네 법정의 판결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갚아주게.” 죽음의 현장에서, 조금도 두려워하거나 겁 내지 않은 소크라테스가 마지막으로 던진 말이다. 인류 정신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그에 대한 존경심은 오늘날까지 온 인류의 가슴 속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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