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여민동락공동체 살림꾼

공동체는 시스템이다. 미국 전환운동을 대표하는 활동가 세실 앤드류스는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공동체 능력'을 복원하고 '공동체 실천'을 축적해야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역설한다. <거대한 전환>에서 칼 폴라니가 말했듯이 노동, 토지, 화폐는 상품이 될 수 없다. 노동, 토지, 화폐가 상품이 되어버린 현대자본주의 사회는 결국 '공동체'를 밀어내고 '시장'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삶을 황폐화시켰다. 완벽한 자기조절 능력을 가진 시장에서의 인간은 '합리적'이지만, 무한경쟁의 정글로 변한 현실에서의 인간이 개인의 자율성만으로 시장의 벽을 넘어서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저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인간의 협동심에 불을 붙이는 시스템인가, 아니면 이기심에 기초해 설계된 시스템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들의 연대 그리고 공동의 목표와 정체성 인식 형성에 중점을 둔 시스템이다. 우리는 공감, 결속력, 공정성, 신뢰를 불러일으키는 방법으로 사람들을 결집해야 한다. 사람들은 협력의 기회를 얻을수록 점점 더 협력의 힘을 믿게 되고 더욱더 협력하게 된다.

시스템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변환이 가능하다. 자본주의의 교리에 따라 설계된 우리 사회는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 경제적 인간)'를 위한 것으로 무한경쟁의 규칙이 지배하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출발점은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이타성으로 이기심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호모 리시프로칸(Homo reciprocan : 상호적 인간)'을 기본 원리로 하는 것이다. 호모 리시프로칸의 사회는 경쟁 대신 호혜 협동이, 불평등 대신 평등의 가치가 우위에 서는 공동체가 될 것이다. 행복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GDP로 국가경쟁력을 측정하는 기존의 관행 대신 GNH(Gross National Happiness : 국민총행복)를 기준으로 경제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행복에 기여하는 모든 정책을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부탄의 국정 운영 철학이기도 한 GNH는 부의 공평한 분배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한 여건을 만드는 것을 국가발전의 목표로 내세웠다. GNH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사회경제적 발전 문화 보존 및 진흥 환경보호 굿거버넌스(good governance)를 국민총행복 증진의 4대 축으로 삼는다. 통계청의 '2013년 사회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민의 46.7%는 자신을 하위계층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49.0%는 소득에 불만을 가지고 있고 임금 노동자의 64.5%가 실직을 걱정한다. 게다가 43.7%는 평생을 노력한다 해도 자신은 물론 자식세대에 가서도 사회적 신분이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좋은 정부는 국민 행복과 관련된 목표에 충실하고, 그 목표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불평등한 나라에 사는 사람은 누구도 그 불평등이 가져오는 영향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불평등은 곧 '살인'이라고 일갈했던 것처럼, 정치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고 공동체 안에서 구성원들에게 평등의 경험을 제공해야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 작가 박민규는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자본주의의 바퀴는 부끄러움이고, 자본주의의 동력은 부러움'이라고 했다. 일류대학에 집착할수록 사교육비는 올라가고, 아파트에 목을 매면 집값은 뛰는 법이다. 박민규의 말처럼 '다들 이렇게 살잖아' 하는 순간 '모두가 그렇게 살아야 할 세상'이 펼쳐진다. 인간이 공동체적 경험을 축적할수록 자신을 '협력하는 인간'으로 자각하기 시작하고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한 자기충족적 예언을 중단할 것이다. 저자는 개인과 공공의 변화, 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 번째 질문 : 언제 공동체를 경험했는가? 당신에게 의미 있었던 공동체는 무엇이었는가?

두 번째 질문 : 우리 문화에서 공동체를 방해하는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세 번째 질문 : 공동체를 강화하기 위해 생활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일상의 행복에서부터 세계 혁명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협동과 공공선의 확산을 위한 핵심 기술은 '대화'이다. 이는 '사람들이 서로 협력할 때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더 많이 협력할 것이고 곧 변화를 위한 긍정적인 모임들이 시작될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공동체적 가치와 경험을 확산하는 '거실로부터의 혁명'에서 출발하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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