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수/ 영광농협 조합장

년 중 가장 바쁜 농번기철을 맞이하여 각종 농산물 수확과 모내기가 한창이다. 이맘때면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어 농업인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필자의 경우 여타 농업인에 비해 노동 강도가 적음에도 여름철이면 협착증이 더욱 심해지는 고질병을 겪으면서 우리 농업인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이해하며 가슴깊이 와 닿는다.

이처럼 애쓰고 고생해가며 생산한 농산물이 과잉생산과 소비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파를 시작으로 올해 보리는 반값 수준에 거래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초의 위대한 경제통계학자로 불리는 그레고리 킹이 킹의 법칙에서 갈파한 바와 같이 농산물의 경우 적정 수요량에 비해 공급이 조금만 부족하면 가격이 폭등하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가격이 폭락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농산물이 10% 과잉 생산되면 값이 10%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40~50% 폭락한다. 이처럼 농산물의 가격 폭락은 수입 농산물과 과잉생산에 따른 잉여 물량이 주원인이다.

그러면 우리는 언제까지 수입농산물과 과잉생산을 탓하고만 있어야 할까? 필자 개인 견해로는 첫째 정부, 둘째 농협, 셋째 농업인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왜 국민주요 먹거리에 대해서 적정생산에 의한 생산비 보장정책을 시행하지 않는가? 또한 과잉 생산시 산지폐기하면 전부 해결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적극적인 계획생산 정책을 펴지 않을까? 굳이 좋은 각도에서 이해하자면 6%대의 생산자를 보호하다 흉작으로 90%가 넘는 소비자의 먹거리 대란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을 합리적인 면에서는 이해가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산지폐기, 수매비축과 같은 시장개입은 물론 농가소득 안정방안을 마련하는데 더욱 집중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정부 및 지자체가 가장 중요하게 챙겨야 할 부분은 농산물 계획생산을 통한 수급조절이며 농업관측 고도화를 통해 사전적 수급량을 예측하고 농산물 계약재배를 확대하는 등 수급안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때문에 필자가 전국의 농산물 생산지도에 기초해 지역별로 생산물량을 배정한 뒤 농가들의 적정 생산을 유도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주장하는 이유이다. 이처럼 농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긍정적 사고와 장기적 안목이 요구된다.

농협은 농산물 생산, 유통의 주체로써 계약재배 및 유통에 얼마나 기여해 왔는지 깊이 반성해 봐야할 것이다. 영광농협이 농산물 계약재배 및 유통에 있어 아직 미흡함에도 전국 지역농협 중 상위 2~3%대 순위로 평가 받는 정도면 앞으로 농협이 농산물 계약재배와 수매·유통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다른 지역농협들이 계약재배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을까? 대부분 농협들이 계약재배를 추진하면서 느낀 애로점은 계약 재배 후 과잉 생산시는 농협에 전량 출하하는 반면 물량부족이 예견될시 상인들에게 개별 출하를 하는 점이다.

농협과 거래하는 거래처는 농산물 과잉 또는 부족시 확실한 물량확보를 위해 거래선을 유지한다. 하지만 물량이 부족 할때는 납품을 하지 않는 농협과 굳이 계약을 해서 손해를 감수하겠는가?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농가 입장에서는 매년 생산비도 제대로 건지지 못하다가 모처럼 몇 푼이라도 더 받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점 이해하지 못함은 아니다. 그러나 너도 나도 상인에게 판매할 경우 과연 그때도 높은 가격을 보장 받을 수 있을까?

요즈음 양파 수확이 한창이다. 올해 기후조건이 좋아서 구가 굵은 양파가 많이 생산되는데 자연적인 대()구 발생은 어쩔수 없으나 질소질 비료다량 시비의 경우 뿌리 썩음병을 유발시켜 장기보관이 불가한 양파가 생산된다. 때문에 이를 인수한 법인은 상태 불량 양파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양파까지 부패가 되어 크나큰 피해를 주는 점을 각성하고 나 위주에서 상대방까지 함께 유통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을 때 그 피해도 고스란히 농업인의 목으로 돌아감을 깊이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18세기 영국의 에드먼드 버크는 악의 승리는 선한자의 무관심에서 나온다고 했다즉 아무 말하지 않는 방관자가 더 큰 문제라는 것을 역설한 것이다. 이렇듯 이제는 근본을 뒤돌아 봐야 한다. 어느 한곳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같이 노력하지 않으면 작금에 어려운 농업농촌의 현실을 헤쳐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향후 이윤추구가 목적인 상인들이 농산물 유통을 주도할 때 정부와 농협은 원망을 듣는 선에서 끝나지만 이에 대한 손해는 고스란히 농업인에게 가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어서 빨리 문제점을 보완하고 정부와 농협, 농업인이 함께 하는길 만이 최선임을 공감해야 할 때이다.

지금 현재도 농업분야 선진국 중 일부는 새로운 품목을 경작하기 위해서는 기존 구성된 품목 협의회에 승인이 있을 경우에만 경작이 가능하고 축산의 경우 소1마리 사육을 늘리기 위해서는 1,000평의 초지 조성이 추가될 때 가능하게 하는 등 계획생산이 정착되고 있는 점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프리카 코사족 속담에는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다. 이 말은 공존이나 상생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데 농가소득 향상은 정부·농협·농업인이 함께 할 때 더욱 탄력을 받고 더 멀리 갈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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