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여민동락공동체 살림꾼

지방 교육 문제와 지방 소멸 문제는 뫼비우스의 띠. ‘지역교육소멸위험지역을 광역자치단체별로 비교하면 전남이 가장 많고 22개 기초자치단체 중 절반 이상인 16개가 지방교육소멸위험지역에 포함됐다.(출처:인구절벽시대농산어촌지방교육정책,홍은광,2018) 학령인구의 절벽은 전국에서 전남이 가장 빠르고, 도시보다는 농촌지역이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지방이 사라지면 지방 교육은 사라진다. 지방교육의 공동화는 정주여건을 악화시키고, 악화된 정주여건은 다시 지방교육의 공동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지역의 교육을 살리고 강화하는 것은 지역에서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위험에 직면한 전라남도의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해 농산어촌 교육 회생 정책의 수립이 절실하다. 사회구조와 인구변동에 따른 교육구조 변화라는 수동적인 관점이 아니라, 지역교육을 회생시킴으로써 지역문제, 인구문제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육 문제에만 국한시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교육 외적인 요인(인구문제, 정주여건 문제 등)과 연관시켜 통합적인 방향으로 고민해야 한다. 교육문제와 지역문제를 하나로 인식하고 양자를 연계하여 통합적으로 풀어나가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일반자치와 교육자치의 협력적, 융합적 접근이 절실하다. 농림부와 교육부의 연계와 협업도 필요하다. 인구구조 변동과 지방소멸 위협, 지역교육 공동화라는 농촌지역의 지역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해 농촌의 교육을 살리는 정책과 농촌 마을 회생 부흥하는 정책은 상호 연계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농촌의 학교 문제는 국가 균형 발전 및 농촌공동체의 재생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농산어촌지역의 학생 수 감소는 학교의 축소 혹은 폐지로 이어지며 학교의 폐지는 공동체의 거점을 약화시킨다는 면에서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에 역행한다. ‘한국교육개발원2011년에 발표한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학교 통폐합으로 인한 재정 절감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오히려 지역사회의 인구 감소를 촉진하고 지역공동체 문화를 후퇴시켜 정주여건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경제적 효율성을 앞세운 학교 통폐합 정책은 지방 교육 소멸을 가속화시키는 정책으로 근본적인 제고와 전환이 필요하다.

한편, 전남의 특성상 전체 학교 수는 줄어드는 반면 작은학교는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9년 현재 전남의 전체학교 878개교 중 농어촌학교는 672(75.8%)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6학급 이하 학교 407(45.9%), 60명 이하 학교 377(43%), 도서벽지 학교 138(15.6%)가 분포하고 있다.(출처 : 통계로보는전남교육, 전남도교육청, 2019) 전남의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한다면 작은학교는 경제적 논리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작은학교는 지역을 살리는 공동체의 거점이면서 작기 때문에 발휘될 수 있는 교육적 강점을 살려 혁신적인 미래교육의 실험장이 될 수 있다. 작은학교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학교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학교와 지역이 만나 로컬 기반의 교육공동체를 조직함으로써 학교와 마을의 상생 비전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지역 차원의 교육 목표 수립 및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의 계획과 내용 입안이 가능해야 한다.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의견이 반영되어 학교 교육 운영의 지역적 독자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행정적으로 지원할 수는 없는가? 민주적이고 효과적인 학교 운영을 위해 교육과정 편성, 예산 편성, 학습 평가 및 지원, 교직원 인사 배치 등에서 학교의 자율적 재량권 확대할 수는 없는 것인가? 초중통합형 혁신학교, 학급간 종적인 네트워크와 지역사회와의 횡적인 네트워크가 가능한 혁신적인 학교 운영 모델 수립, 상급 학교 진학과 진로 수립을 돕는 농촌형 전환학교등 다양한 학교 유형들이 생겨나고 새로운 교육을 실험하고 모델링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면 좋겠다. 마을교육공동체와 결합한 학교, 지역사회 기반의 학교 정체성은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는 미래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로컬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 시대, 학교도 교육도 로컬 강화라는 지향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방을 살리고 지방 교육을 살리는 매우 효과적인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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