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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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주 영광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박원순 시장의 비보

박원순 서울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 동기에 대해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박시장의 장례가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러지면서 일부 유튜버들의 명예훼손에 가까운 보도와 함께 도하 신문들의 추측성 기사들이 난무하고 국론마저 분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박시장의 사망 하루 전에 있었다는 성추행 고소사건과 연관지어 사건의 내막을 대강 유추해 보지만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 많은 국민들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안타까움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이번 고소 사건이 극단적 선택의 동기였다면 박시장의 그동안 살아온 삶에 비춰 봤을 때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이었기에 더더욱 그렇다.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했을 만큼 박시장의 인품과 역량을 높이 샀던 일부 지지자들 중에 배신감과 허탈함에 격정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박시장의 영결식이 끝나자마자 여성의 전화 등 일부여성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했다.

그 자리에서는 지금까지 믿기지 않았던 사실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우리를 또 한 번 경악케 했다.

우리는 박시장을 정직하고 청렴하게 살아 온 정치인으로 기억한다.

그런 박시장이었기에 이 사건을 감내하기에는 그의 양심과 정의감이 허락하지 않는, 아니 할 수가 없었던 힘겨운 일이었을 것이라는 것은 이해가 간다.

기자회견에서 고소인은 대리인을 통해 거부를 하는데도 몇 년 동안 성추행이 이어졌으며 보기 민망한 사진을 찍어 보낸다거나 비밀대화방에 들어오도록 요구하는 등 너무 견디기 힘이 들었다며 진심으로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성추행을 범죄로 단죄했던 인권변호사 출신으로써 그리고 여성의 인권을 위해 지자체 최초로 시청 내에 젠더담당관을 두었을 만큼 페미니스트임을 자부해 왔던 시장이었기에 안희정 충남지사나 오거돈 부산시장 사건에 비해 우리가 받는 충격의 강도는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박시장의 서울시장()에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에 무려 60여만명이 동의를 하였다.

누가, 그리고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극단의 선택을 하도록 내몰았는지 아직은 속단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엄숙한 추모의 장이 되어야 할 장례식마저 찬반으로 나뉠 수밖에 없는 이 안타까운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박시장의 명예가 소중한 만큼 고소인의 인격 또한 소중할 것이다.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는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며 박시장의 죽음으로 공소권이 없다고 해서 이 엄중한 사안을 덮으려 해서도 안된다.

박시장의 위치나 족적으로 보더라도 이번 일에 대해 한 점 의혹없이 밝히는 것이 사자의 명예는 물론 고소인의 인격을 위해서도 맞는 일이라고 본다.

예비역대장 백선엽

백선엽 예비역대장은 잘 알려져 있듯이 6·25 전쟁의 마지막 보루였던 낙동강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장군이다.

특히 미군전사(戰史)에서는 그를 들어 위기에서 조국을 구한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기도 하다.

국가존망이 달린 최후 방어선인 낙동강전투에서 이 방어선이 뚫리면 일본으로 미군을 철수 할 수밖에 없다는 워커장군의 말을 듣고, 부하를 향해 내가 뒤로 물러서면 나에게 총을 쏘라고 했다는 말은 이순신장군의 사즉필생과 함께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영웅담에도 불구하고 만주군관학교 졸업과 한국의 독립군을 토벌하는 간도 특설대에 근무했던 경력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가 되면서 친일반역자에 대한 국립묘지 파묘법이 입법제안되는 등 그의 생전에 국립묘지 안장부분을 놓고 수많은 논란을 불러왔었다.

결국 서울 현충원으로 가지 못하고 무명용사가 많이 잠들어 있는 대전 현충원에 묻힐 수밖에 없었던 노장군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면서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공교롭게도 박원순 시장의 시신이 발견되던 날 백장군이 100세를 일기로 운명을 달리했다.

우연이라기보다는 혹시 두 분의 죽음을 계기로 더 이상의 극심한 좌우 분열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천상의 계시는 아니었을까.

박원순시장과 백선엽장군, 이 두 사람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들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밝음이 있으면 반드시 어둠이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임을 알게 해주었다.

어찌되었건 두 사람의 사망은 극심한 국론분열을 불러오기도 했으나 이 번 일을 기화로 하여 더 이상의 극렬한 좌우대립은 이 땅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두 분의 명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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