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신/ 농협 영광군지부장

공익직불제를 골자로 한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농업 보조금, 직불금 정책이 15년 만에 크게 변경 되었다. 이러한 농정정책의 변화가 함의하는 것은 무엇일까. 국가의 정책은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이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화해왔는데 한국농업 핵심정책인 직불제가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는 공익직불제로 전환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자.

직불제는 1997년 고령 농업인에게 지원되는 경영이양직불제를 시작으로 2005년 쌀 수매제가 폐지되고 공공비축제로 변경되면서 쌀 소득보전직불제가 도입되는 등 총 8개 직불제로 운영되었다. 유럽 등 선진국은 농업의 환경적 이득을 강조한 공익형 직불제를 운용했다면 한국은 쌀 위주의 직불제였으며 동 정책은 쌀 과잉생산을 유발하여 가격하락을 불러왔다는 시각도 있었다. 공익직불제는 쌀 직불제와 밭 직불제를 통합하여 불특정 직불제로 변경되었고, 소규모 농가(300~1,500)에게 기본직불금(120만원)이 지급되고 소규모농가 이상의 면적을 재배하는 농가에게는 면적 직불금이 지원된다. 또한 생태·환경적인 준수의무를 부과하는 공익적 기능이 강화되었다. 공익직불제는 과거 한국농정의 핵심목표였던 효율적 농산물 생산정책과 농촌의 환경·생태·문화·식품안전 등 공익적 가치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정책적 진화라 사료된다.

이번 공익직불제의 세부적 특징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공익직불제가 도입되면서 직불금 규모가 증가했고 아울러 농업예산에서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되었다. 최근 9년간의 연간 평균 순직불예산(직불예산 총액<농업재해보험+농어민건강연금보험료 등>)1.6조원이었으며 2020년 순직불예산은 2.6조원이며 순직불금이 농업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이다. 2018년 기준 외국의 직불제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의 직불제는 총 농업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이며 직불예산은 소득지원형 71%, 공익형 29% 구성되어 있으며 2008년 이후 공익형직불금 비중이 점증하고 있다. 일본은 총 농업예산에서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31%이며 직불금은 소득지원형 89%, 공익형 11%를 구성되어 있으며 논과 밭작물직불이 전체 직불예산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국가별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기초직불(면적기준) 60%, 공익형(녹색직불) 30%, 자발적 생산연계직불(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중요한 품목선택) 10%로 구성되어 있으며 EU 농업직불제는 농업소득보충 기능에서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사회적 서비스 제공에 대한 지불로 옮겨가고 있다. 직불금이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EU 농가들이 20% 내외이고, 미국과 일본 농가들은 15%이다. 2018년 기준 농업생산액 대비 농업보조금 비율이 EU 18.7%, OECD 평균 11.9%, 미국 9.7%, 일본 8.7%, 한국 5.3%(농업생산액 47조원, 농업보조금 2.6조원)수준이다.

금년 공익직불금예산이 증가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공익직불금이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하려면 직불금 예산은 5조원 수준은 되어야 한다.

둘째, 공익직불제는 농산물의 가격변동성과 농업인 소득변동성을 완화 시킬 것이다. 농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 중 농산물의 집중출하라는 구조적 환경 때문에 가격하락률보다 농가소득 감소율은 몇 배로 더 크게 증폭되어 농업 경영에 치명적 타격을 준다. 농산물 가격이 10% 하락할 경우 농가소득 감소율은 품목별 차이가 있지만 1.5배에서 2.6배로 낙폭이 가속화된다. 이러한 농산물공급의 비탄력성 때문에 가격변동이 발생할 경우 소득은 더 크게 반응하여 가격변동을 줄여주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더욱이 FTA 체결 이후 농산물 수입증가에 따라 직접 경합하는 품목뿐만 아니라 간접품목 역시 생산 및 소비 대체로 인해 대다수 품목의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 가격하락 위험관리제도가 있어야 농가가 지속적으로 더 합리적인 투자와 생산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농산물 시장개방에 따라 농업의 가격조건이 악화되는 추세에서 한국 농업·농촌이 지속발전하려면 가격조건의 악화를 보완하면서, 가격하락분의 상당부분을 흡수해주는 기능을 공익직불금이 해야 한다.

셋째, 공익직불제는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와 협정했던 농업보조한도액 1.49조 초과집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정부는 WTO와 협정했던 국내농업보조(AMS) 한도액(1.49조원)을 초과하여 지급할 수 있도록 쌀 등 특정품목을 지원 자구에서 삭제하여 초과집행이 가능하다. 품목 불특정 최소허용보조 면적 직불금은 총 농업생산액의 10%가 가능하므로 한국 농업생산액(45)4.5조원 수준까지는 감축의무에서 면제되어, WTO 농업보조 감축의무 이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도 당년 재배와 관계없이 기준연도 면적에 대해 지급하는 품목 불특정 최소허용보조를 WTO에 예외로 인정받고 있다.

넷째, 공익직불제는 다원적 공익적 기능이 강화되었고 한국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변경되었다. “공익직불제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환경, 생태, 경관, 문화 등의 보전 및 유지 활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통해 농업과 농촌의 다원적·공익적 기능 확산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려는 것이다. 예컨대 EU의 농업직불제도는 1차적으로 농가소득 보상이라는 차원에서 벗어나 2차적으로 유럽사회의 환경, 경관, 지역사회 유지로 인한 다원적 가치에 대한 보상을 직불제도의 근간으로 삼고 있고, 지역별 특성을 감안한 공모형·공익형 제안 방식도 지원하고 있다. EU의 경우 전통적으로 농가소득 보상과 연계된 1차 정책은 지역별 특성을 감안한 농촌개발정책인 2차 정책(공익적 기여에 대해 지역별 특성을 감안한 다양한 환경 및 경관 보전 프로그램)과 함께 상호 보완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한국농정의 핵심정책인 공익직불제가 새로 출범했다. 공익직불제가 한국농업에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한 과제가 있다. 쌀은 공급과잉 시 농가소득안정을 위해 자동시장격리제가 도입되어야 하며, 농작물재배보험 가입품목 및 보장범위를 확대하고, 쌀 생산조정제(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와 협업 등 다수의 정책과 조화로운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공익직불제는 유럽 등 많은 국가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제도를 정책했던 것처럼 한국 역시 많은 정보과 경험을 축적해 제도보완으로 새로운 지평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