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숙 시인

박혜숙 시인
박혜숙 시인

기본을 지키고 살아야 한다는 말을 우리는 익숙하게 하며 산다. 그 기본의 범위가 좀 넓긴 하다. 인간에 대한 예의일수도 있고 사회 일원으로 책임이 있는 부분의 이야기 일수도 있다. 기본은 해야 하는데 라거나, 기본을 지키기가 어렵구나라는 푸념도 한다. 그러나 그 기본은 단연코 의식주의 해결에 있을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를 맞이하면서 이제 그 기본의 범주가 우리의 실생활 앞으로 다가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을 치루면서 마음은 불안하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갑자기 멈춰지는 사회 시스템을 보았다. 직장도 가게도 언제든 멈출 수 있구나 라는 현실은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다. 누구도 이런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러한 때에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지원은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재난지원금을 받으면서 세상이 변화했음을 체감했다. 나라에서 개인에게 사용할 돈을 지급해 준 것이다. 식료품도 샀고 외식도 했다. 기본소득제도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고 한다. 이미 오래전 논의가 되어 왔었지만 실현 가능성에서 자신하지 못했을 뿐이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그 길을 터놓은 셈이다.

기본소득제도는 보유 자산을 따지거나 근로를 요구하지 않고 국가가 모든 개인에게 무조건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자산을 따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적 부조와 다르고, 일하는 사람에게만 주는 게 아니란 점에서 사회보험과 다르다. 경제적위기로 불붙은 기본소득제도의 논쟁은 우리 삶에 패러다임이 바뀌는 계기를 줄 수 있다고 본다.

우리 학계에서도 그동안 시민사회영역에서 10여 년 동안 꾸준히 논의돼 왔던 이슈다. 접근방식이 다르고 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저자 클라우스 슈바프는 오늘날 인류는 살아가는 방식, 일하는 방식,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명의 초기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2016년 유엔미래포럼 또한 일자리2050프로젝트를 통해 2050년에는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할 것을 예측했다. 그 세원의 대부분은 부정부패, 과세회비, AI 인공지능이 벌어들이는 노동력이나 서비스에서 세금을 매기고 특히 기후환경세금등 다양한 세원들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스위스가 최초로 국민 투표로 기본 소득을 부결시켰지만 이것은 시작이며 앞으로 10년 이후에는 수많은 나라들이 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이 기본 소득제도 외에는 실업으로 인한 일자리 소멸에 대한 대안이 없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예견 했다. 네델란드에서도 19개 지방 정부들이 기본 소득 지급방안을 검토, 내년부터 실험에 돌입하며 신 자유주위 경제 체제의 중심영국에서도 진보 정당인 노동당도 기본 소득지급모텔을 제시하고 있다.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2020년까지 50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로봇 인공지능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가 경제는 전체적으로 성장해 생산이 늘어나는데도 고용은 늘어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현상이 여러 국가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 소득을 보장해 소비를 늘리는 것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50년에는 전 세계 절반 이상의 국가들이 50%이상의 기본 소득을 지급할 것으로 예측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기본소득당의원이 내세우는 문구 또한 당신이 누구든, 모두에게 매월60만원이다. 여야국회의원 10여명이 모여 기본소득의 입법근거를 마련하기 위한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정신으로 살아온 세대에겐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기도 하다. 스위스 사례를 보더라도 2016년 스위스 정부는 매달 19세 이상 성인에게 2,500프랑(300만 원), 18세 이하는 625프랑(75만 원)씩 지급하는 국민소득제도를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국민들은 압도적인 반대(77%)로 부결시켰다. 심지어 노동계도 반대하였다. 그 이유야 땀을 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이 제도의 시행은 다음과 같은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절대적 빈곤을 철폐하고 상대적 빈곤을 줄인다. 노동 조건을 향상시키고 노동자의 권익을 늘리며 자유와 평등을 증진할 것이며 생계를 위해 직업을 갖는 일자리 경제에서 자아실현 경제로 전환이 가능할 수도 있다. 멋지지 않은가. 국가에서 지원받는 만큼의 경제적 자유를 자아실현의 시간으로 쓸 수 있다면 말이다. 실현가능하다! 아직은 이상이다! 라는 의견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한 가지는 있다. 이번 코로나사태를 겪으면서 개인의 힘으로 감당 할 수 없는 일에 국가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시도 되었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경제적 활동을 하고 모두에게 뒷받침되는 복지지원이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던 세상일 것 같다. 코로나로 움츠려지는 마음이 있다면 아름다운 상상으로 행복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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