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진 사회복지법인 난원 영광노인복지센터장

다름을 인정하면 통합니다. 한국갈등해결센터 홈페이지에 보이는 문구다. 사회가 가면 갈수록 당사자끼리의 대화보다는 누군가의 중재로 문제를 해결해 가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 갈등 상황을 해결할 때 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것은 100달리기에서 달리지도 않고 결승선에 도착하려는 마음과 같다. 얼마 전에 차량 접촉사고가 있었다. 나는 주차를 마친 상태였고 상대 차량이 후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접촉이었기에 상대방 운전자의 과실에 대한 인정과 사과의 말 한마디를 기다렸다. 그러나 반대로 상대측에서 두 차량이 서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결국, 서로의 주장이 달라서 과실 여부를 따지기 위해 중재자가 필요했고 경찰서에서 블랙박스를 확인하고서야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허비했던 많은 시간과 더해진 스트레스에 억울한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그분에게 무작정 죄송하다는 사과를 듣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과실에 대한 인정을 바랐던 마음이었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센터의 분석결과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나온 120일을 전후로 층간소음 분쟁 민원이 77%나 증가했다고 한다. 내 주변에도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과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친구가 있다. 처음 몇 번은 초인종을 누르고 찾아와 소음을 줄여줄 것을 요청해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방바닥이 쿵쿵 하더라는 것이다. 무슨 소린가 봤더니 아래층에서 조용히 하라는 신호로 천장을 무언가로 치는 것이었다. 이에 질세라 발로 쿵쿵 되받아치면서 아래층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게 되었다. 친구는 이사를 가려고 준비할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이미 대화의 타이밍을 놓친 상태라 갈등의 골만 깊어가고 있었다.

묵은 감정은 쉽게 풀리기 더더욱 힘들다. 작은 오해로 시작된 감정을 해결하지 않은 채 가다보니 갈등이 쌓여가는 상황을 보면서 중재를 노력 해 보기도 했다. 식사 한 끼, 차 한 잔. 이 정도면 상대방도 풀리겠지 라는 생각은 다분히 일방적이다. 구체적인 잘못에 대한 언급 없는 만남은 대화가 시작될 수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사과의 시작은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로 시작해야 한다. ‘내가 이것은 잘못한 것 같습니다. 잘못하긴 했는데 하지만이런 어설픈 변명은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것과 다름이 없고 안 하느니만 못하다.

사람 관계에서 자기 입장만 강하게 주장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말실수를 하게 되고 본질은 뒤로 한 채 서로 얼굴을 붉히며 언쟁하게 된다. 이쯤 되면 감정싸움으로 번져 잘한 사람과 잘못한 사람은 온데간데없이 양쪽 모두 상처만 남게 된다. 사과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끝까지 사과를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자존심인지는 모르겠으나 잘못했다는 한마디를 듣기 위해 소송까지 간 경우를 매스컴에서 접한 적도 있다.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내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사과는 구체적으로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을 때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