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전 홍농농협 조합장

최근 우리나라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비율이 꾸준히 늘면서 여성농민이 전체 농업인구의 절반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그 역할이 커졌다. 2019년말 기준 농가인구에서 여성은 114만명(52%)으로 남성 농업인구보다 4만명이 더 많은 수준이다. 그러니 우리 농업 농촌은 여성농민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은 여성농민이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농촌여성의 사회 참여는 그만큼 저조하고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농협만 보더라도 각 지역의 단위농협이 통합농협으로 출범했을 당시 여성 조합원과 여성임원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그런대로 노력해 왔지만 2019년말 현재 여성조합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32.6%에 불과하고 농축협 임원 역시 전체임원 약 13천명 가운데 여성은 8.6%11백명선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농협중앙회가 여성 조합원, 또 임원의 비율을 높이고 각종 교육과정에 여성농민의 참여를 늘리는 방안을 골자로 한 여성농업인 육성계획을 확정한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여성농민의 권익향상을 위해 해결 해야할 과제는 참으로 많다. 여성농민을 농업경영자로 인정해 농업경영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그 첫 번째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농촌현실에 맞는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여성할당제 등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돕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의 풍토가 남아 있지는 않은지 면밀하게 지속적으로 살펴 발본색원 해야한다.

더욱이 여성농민이 농촌지역을 살만한 곳으로 여기게 하기 위해서는 요란하고 번거로운 구호보다 열악한 생활 및 자녀 교육과 의료환경을 현대적으로 개선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이에 따라 농촌지역 여성들의 일손을 덜어줄 주거개량사업과 함께 노동경감을 위한 여성용 농기계 개발, 농번기 마을 공동급식사업도 확충해 나가야 한다. 한편 다음 세대와의 연결고리인 모성보호를 위해 육아 및 보육시설 확대와 농촌여성의 건강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그동안 여성을 농업경영의 주체로 정립하려는 정책은 늘 뒷전으로 미뤄져 왔다. 하지만 이제 여성농민은 농업,농촌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농촌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여성인력의 활용은 불가피하다. 여성농민이 농촌사회에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드높이는 또다른 길임을 우리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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