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신 농협중앙회 영광군지부장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끼니들이 시간의 수레바퀴처럼 군량 없는 수영을 밟고 지나갔다. 끼니는 칼로 베어지지 않았고 총포로 조준되지 않았다. 무수한 끼니들이 대열을 지어 다가오고 있었다. 굶더라도, 다가오는 끼니를 피할 수 없었다. 끼니는 어김없이 돌아왔다. 끼니는 파도처럼 정확하고 쉴 새 없이 밀어닥쳤다. 끼니를 건너뛰어 앞당길 수 도 없었고 옆으로 밀쳐낼 수도 없었다. 끼니는 새로운 시간의 밀물로 달려드는 것이어서 사람이 거기에 개입할 수 없었다. 먹든 굶든 간에, 다만 속수무책의 몸을 내맡길 뿐이었다.” 1592년 우리 민족이 음식을 바라보는 시각을 김훈작가(칼의 노래)는 이렇게 묘사했다.

1950년 한국전쟁 후 밀가루가 수입되었다. 1963년 삼양라면이 라면을 출시한다. 1966년 서울에 라칸타나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소개한다. 1967년 남양유업이 조제분유인 남양분유를 출시하면서 모유의 역할을 지원한다. 1979년 롯데리아는 햄버거를 내놓는다. 1985년 피자헛 국내1호점이 문을 연다. 요약하자면 굶어서 죽을 수밖에 없던 시절과 배고픔을 극복하게 해준 밀가루가 너무 고맙던 시절을 뒤로하고 음식을 즐기는 시대에 살고 있다. 수입되는 음식에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몸을 맡기고 있다. 다양한 패스트푸드 식품으로 많은 청소년들이 에너지원을 보충하고 있지만 바른 음식문화를 확산시켜가는 사회적 증거들도 많다. 세계 최고의 회사로 발전하고 있는 구글은 하루 세끼 모든 직원 및 손님들에게 최고품질의 다양한 유기농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며 바른 식사를 제공하는 기업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에서 부터 가수 박진영이 설립한 회사까지 사내식당을 통한 기업의 새로운 음식문화를 전파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박진영대표는 친환경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매년 20억을 지출하면서도 회사는 더 많은 수혜를 입었다고 술회했다.

세계화라는 사회변화는 음식문화와 생활방식 등 우리 가치관을 바뀌게 했다. 우리공동체가 갖는 음식에 대한 생각은 여성의 직장생활 참여 등 현대의 시대적 상황과 깊이 맞물려있다. 청소년이 패스트푸드를 즐기면서도 건강한 신체를 지키는 바른 식사철학을 지녀야 하고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먹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명활동이다. 바른 생명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음식섭취는 맛을 즐기고 허기를 채우는 것 이상으로 삶을 이끌어가는 가장 기본적인 생명활동이며 삶의 근원되는 문제이다. 음식이 그저 식욕을 충족시켜주는 먹이에서 일용할 양식으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우리 공동체가 건강한 집단으로 나아가기 위해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잠시 잊고 있던 음식이 함의하는 본질을 살펴보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기 위해 3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국내산 제철 농수산물을 즐기자. 우리가 사는 곳에서 생산된 것을 먹는 것이 몸에 가장 무리가 없고 건강에 좋다. 햇빛과 땅, 물을 듬뿍 받은 제철 식품을 먹으면 그 계절에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을 충당할 수 있다. 자연 속에 최고의 영양학이 있다. 몸과 마음을 저절로 건강하게 하는 자연의 섭리와 균형을 따르는 식사법이 필요하다. 균형 잡힌 안전한 식사란 자연의 리듬 속에서 무리 없이 균형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 식사이다. 음식은 몸과 마음에 영양을 공급하고 균형 있는 몸 상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우리가 먹는 것으로 만들어지는 혈액의 질에 좌우된다. 우리가 먹는 것은 전부 우리의 행동과 사고, 몸 상태로 나타난다. 생명을 키우고 유지하는 음식은 우리 삶에 중요한 요소이며, 먹는다는 것은 엄숙한 생명활동이다. 먹는 것은 그저 오락이 아니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일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생명의 질은 어떤 것을 먹느냐에 좌우된다.

둘째, 곡류를 즐기되 덜 도정된 곡류 소비량을 늘려가자. 곡물은 인간에게 가장 적합한 식품이다. 치아의 구조, 영양균형 등 측면에서 인간은 곡물을 섭취하는 동물이다. 인간의 뇌(주 영양원은 포도당)를 이렇게 키워준 것은 곡물이 갖고 있는 양질의 포도당 때문이었다. 쌀을 도정하는 것은 소화는 촉진시키지만 영양 가치와 영양 균형은 무너뜨린다. 채소도 영양소는 껍질에 가장 많다. 껍질과 함께 통째로 먹으면 영양 균형을 유지할 수 있고 완전히 소화되며 몸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뇌에 충분한 영양을 고루 공급하고, 질병의 원인이 되는 노폐물이 남지 않는다. 장수마을로 유명한 파키스탄의 후자마을 사람들의 총 섭취 칼로리의 75%를 통밀과 현미 같은 전립곡물에서 얻는다. 쌀겨나 배아에는 효소,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 등 우리 몸의 각 기능을 조절하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효소는 우리가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며, 비타민과 미네랄은 효소를 돕거나 호르몬과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섬유질은 몸에 좋은 균을 늘리고 유해물질을 끌어 모아 장 청소를 해준다. 현미밥에 된장국, 채소절임이라는 조합만으로도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이때 밥을 꼭꼭 씹어 먹으면 뇌가 활성화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어린이와 어르신, 현미식사가 불편한 분들은 매실 짱아찌나 김치를 곁들이 현미죽이나 발아현미, 도정을 좀 더 한 쌀인 3분 도미(종피30% 제거), 5분 도미(종피 50% 제거), 7분 도미(종피 70% 제거)나 보리밥, 미량요소가 풍부한 잡곡이나 콩을 섞은 밥으로 대신해보자.

셋째, 육류 섭취량을 줄이고 채소류를 즐기자. 우리 치아는 32개다. 어금니 20, 앞니 8, 송곳니 4개다. 맷돌처럼 생김 어금니는 곡물을 갈아 으깨는데 적합하다. 앞니는 채소나 과일, 해조를 베어 무는 데 알맞고, 날카로운 송곳니는 딱딱한 것이나 고기, 생선을 잡아 뜯는 데 안성맞춤인 형태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치아의 구성비를 기준으로 우리 몸에 적합한 식사량은 곡물 62%, 채소류 25%, 육류나 어류는 13%라고 주장한다. 동물성 식품도 생선에서 육류와 달걀로 바뀌었다. 외식 산업은 음식선택 기준을 맛을 추구하는 쪽으로 강조되었다. 육류나 어류는 맛이 강하고 미각에 강력한 만족감을 주며 섭취하면 일시적으로 몸이 확실히 좋아진다. 에너지원이 많아 즉시 몸에 흡수되어 힘을 충전해주지만, 동시에 우리 몸에 해가 되는 노폐물을 남겨 혈액을 오염시키고 몸에서 완전히 소화되어 사라지지 않는다. 육류 섭취량을 줄이고 소화를 돕는 효소가 풍부한 채소나 해조류를 많이 먹자. 육류는 인간의 체온보다 높기 때문에 쉽게 굳지만, 어류는 체내에서 녹아 상대적으로 독소를 적게 남긴다.

구글에서부터 JYP엔터테인먼트까지 수많은 기업들은 바른 먹거리가 최고의 생산성임을 증명했다. 공동체 건강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식문화에 대한 철학과 문화와 의식을 높여야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서 생산된 자연의 농축수산물을 즐기며 곡류와 채소와 과일을 즐기되 육류는 줄이는 쪽으로 공동체 믿음과 철학과 문화를 형성시켜 나가자. 이를 위해 정부·학교·기업은 물론 특히 개인들이 앞장서서 음식에 대한 바른 철학을 실천하고 공유해나가자.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