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수/ 영광농협 조합장

어떤 사건의 수사 과정이나 상대방과의 거래과정에서 상대방이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 흔히 쓰는 말이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또 개연성이 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게다가 우리 주변에는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되어 병원에 갔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하는 경우 본인은 이상이 있는데도 없다고 하니 고민하는 경우를 종종 보기도 한다.

한빛원전이 우리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위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방사능 측정 상 원전이 없는 지역이나 다를 바 없다고 발표되고 원전에서도 23중 안전장치가 되어 소련(체르노빌)이나 일본(후쿠시마) 같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강변한다. 필자는 원전에 대해 문외한이나 국가를 믿는 입장에서 원전사고는 단순 이 지역에 문제를 떠나 대한민국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큰 사항이라 사고발생은 없다는 원전의 주장을 믿고 싶고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입장이다.

영광의 기류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분류 할 수 있을 것 같다. 원전 측의 주장을 믿고 빨리 원전이 정상가동 되기를 바라는 측과 원전 안전이 확실히 담보되지 않고는 가동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측이다. 필자의 생각은 후자에 가깝지만 양측 주장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충분한 당위성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농업인은 농업으로 얻은 소득으로 생활하는 분들이고 그 생활의 원천이 농산물 판매대금이다. 불과 몇십년 전까지 만 하더라도 풍년이 되면 무조건 돈이 되던 시절은 꿈속에 일이 되었고, 애써지은 농산물 값이 생산비도 못 건지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원전 문제는 우리 농업인에게 너무나도 중차대한 사안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솔직히 필자의 입장은 원전가동을 완전히 중지 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중단하는 방안이 최선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대안이 없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하는 수많은 고민 끝에 원전이 있음으로 해서 농산물 판매에 미치는 영향 만큼이라도 파악하고자 사회적으로 신뢰 할 수 있는 유수 연구 기관에 용역을 의뢰키로 하였고, 많은 연구기관과의 면담을 통해 농협의 처지 즉 예산확보가 어려운 점과 우리지역 농산물 유통을 위해 소비지 인식도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필요함을 간절하게 설명 드린 끝에 서울대학교 산학 협력단 농업생명과학연구원과 용역연구를 2월에 체결, 그에 대한 연구결과가 825일 접수되었다.

본 연구결과를 집약해보자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사고로 직접적인 피해 당사국인 일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에게도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에 대해 심각한 심리적 충격을 전해 주었고 원전 방사능 누출이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소비자 의식에 잠재하면서 원전 인근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 및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를 기피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서문을 연다.

본론으로 들어가 본 연구는 한빛원전 인접 영광군에서 생산한 주요 농작물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지불의사를 조사하기 위해 영광군 출향자와 일반국민 포함하여 총 1,000여명을 대상으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전남 영광산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원전 정보인지 이전과 이후의 영광산 농산물 구입 지불의사 의향을 조사하게 된다.

그 결과 2018년 기준 영광산 농산물의 유통가치 감소에 따른 잠재적 가치 피해액(즉 대부분의 국민이 영광군에 한빛원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가정)에 대해 95% 신뢰구간을 살펴보면, 5개 품목(,고추,양파,고구마,잡곡) 의 전체 피해액 평균은 115.3억원이 었으며, 최대 피해액은 475.5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본 연구결과에서는 한빛원전에 대한 문제가 각인된 후 영광군 생산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 외면 등 이미 돌이킬 수 없기에, 소비자의 영광군 농산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형성되기 전에 사전 대비하여 인지도와 호감을 높여 나가는게 매우 중요하며, 특히 비대면 거래가 갈수록 확대됨에 따라 다각적인 홍보강화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함을 역설한다.

또한, 한빛원전이 방사능으로 인한 영광군 농산물 생산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더라도 앞으로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젊은 층의 소비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확실시 되고, 농산물 구입시 건강식을 선호하다보니 앞으로 안전성에 따른 간접적인 피해가 매우 염려됨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농협에서도 한빛원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영광이라는 지역브랜드를 내세운 완제품 보다 원물판매가 거의 대부분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어쩌면 원물을 가공하여 지역브랜드로 판매함으로써 발생할 가공이익 등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피해 수치보다 훨씬 더 많은 기대이익을 포기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결국은 유통 트랜드가 완제품, 간편식품, 당일 배송상품 등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품을 만들지 못하면 영광산 농산물의 전망은 어두울 것으로 생각되며 영광산 농산물은 현재보다 앞으로 피해가 훨씬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필자는 원전의 안전과 정상 가동이 조속하게 해결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원안위, 지자체, 군의회, 감시센터가 나서서 한수원의 책임 있는 답변과 실천을 이끌어 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자 군민간의 갈등도 해소될 것이며 지금까지 지치고 힘든 농업인들에게 이제 더 이상 원전이 소재하는 지역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애써 지은 농산물이 천대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그에 대한 실천으로 한수원은 안전성 문제가 국민의 이목을 끄는 일이 없도록 첫째도 둘째도 안전성을 확보해야 함은 물론 영광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앞장서 주실 것을 강력히 촉구 드리며, 우리 군민 역시 너무 많은 걱정으로 원전 정상가동이 지연되지 않토록 합의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본다.

속담에 까마귀는 바람이 부는 날에 집을 짓는다라는 말이 있다. 까마귀는 바람이 부는 날에 나뭇가지를 물어다가 집을 짓는다. 바람 없는 날에 집을 지었다가 자칫 바람 거센 날 쉽게 집이 날아가 버릴 것을 우려해 일부러 바람 많은 날에 집을 짓는다고 한다. 위기에 미리 대비하는 까마귀의 혜안이 놀라울 뿐이다. 발생 가능성이 전혀 없다 할지라도, 충분히 대비하지 않는다면 극복할 수 있는 위기는 없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시길 바라며, 지역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영광군의 농산물 브랜드 피해에 대해 함께하려는 책임의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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