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윤 재경향우·영광읍 남천리

정호윤 재경향우·영광읍 남천리
정호윤 재경향우·영광읍 남천리

"막 백일을 넘긴 손주를 부모님께 꼭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이번 추석 땐 어려울 것 같네요."

직장 동료의 푸념 섞인 얘기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올해 추석에 고향 방문을 포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여 고민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 직장 동료는 "지난 5월 첫째 아이를 출산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아직 부모님께 얼굴 한 번 보여드리지 못했다"면서 "가족이 많이 모이면 어른이나 아이 모두에게 위험할 것 같아 결국 고향에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하고 사회적으로 '거리두기' 움직임이 점점 강해지면서, 이달 말 시작되는 추석연휴 때 집에 머물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많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거나 대학입시를 앞둔 고3 가정은 코로나19 걱정에 이동할 엄두도 못 낸다. 가족 가운데 환자나 임신부가 있는 경우는 더 조심스럽다.

반대로 감염이 걱정돼 부모들이 먼저 자식의 고향 방문을 만류하는 경우도 흔하다. 옆집 어르신도 이번 추석은 떨어져 있자고 아들 내외에게 신신당부했다. 어르신은 "손자가 보고 싶지만 혹시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감염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면서 "이번 추석은 어쩔 수 없이 혼자 보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코로나19 재확산세로 추석귀성 문제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코로나19가 단기간에 종결되기가 어려움이 분명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올해 추석에는 가족 모임과 성묘를 자제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다. 코로나19가 추석의 풍속도마저 바꿔 놓고 있는 것이다.

다음 달 초하루가 민족최대의 명절 추석이다. 추석에는 200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고향을 찾아 민족대이동을 시작한다. 이때 코로나19의 둑이 터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감염된 사람이 이동을 할 경우 이동 중이나 고향에서 전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은 물 건너갈 우려가 짙다.추석이 코로나19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의료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바다.

추석이 코로나19 확산의 고비가 된다는 것은 몇가지 사유로도 이해가 된다.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데다 이 기간에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감염되어 귀국할 경우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휴 동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며 다수의 승객들이 장시간을 밀폐된 공간에서 지내게 돼 코로나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더욱 모든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생활하는 것은 감염의 최대 원인이다. 흩어졌던 가족들이 한집에 모여 잠을 자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코로나19가 확산될 위험이 높다. 추석 때에 맞춰 동창회나 동문체육대회를 열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결국 이 문제는 결국 객지와 나와 사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로 공론화가 시급한 문제다.

그 점에서 근래 정부차원에서 추석 명절모임을 제재해달라는 청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음은 주목할만하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추석 명절기간 록다운과 장거리 이동 제한조처가 필요하다는 청원글을 올린 한 청원인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명절활동을 자제하고 싶어도 제사 등을 이유로 모임 참석을 강요당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심지어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내려가지 말자는 의견과 그래도 모여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며 친척간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이처럼 고민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추석문제를 논의한바 없다고 하니 뜻밖이다. 지난번 연휴 때 코로나19가 폭증한 것을 경험하고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정부는 공익차원에서 이번 추석은 귀성을 자제하도록 권고하는 것이 마땅하다.

추석을 앞두고 매년 행하는 벌초도 여럿이 모이게 되는 일이라, 외부 업체에 맡기거나 올해는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걱정을 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추석은 간소하게 보내기로 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종식되길 바라는 내용의 글이 대부분이다.

'비대면 추석'은 선물 주고받기 풍경도 크게 바꿀 것으로 보인다. 가족 간 만남이 줄면서 자연스레 선물 구매량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자 업계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얼굴을 못 보는 대신 온라인으로 선물을 구매해 고향에 보내거나 아예 'e-쿠폰'으로 마음을 전달하겠다는 이들도 있다. 롯데온이 추석을 앞두고 고객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절반인 50.1%가 추석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온라인 선물을 구매할 예정이라고 밝힌 응답자도 62.5%에 달했다. 응답자 50.1%는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e-쿠폰을 꼽았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