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여민동락공동체 살림꾼

아이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수도권 진입 경쟁을 벌이지 않고도)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고, 학교를 졸업하고도 지역 안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는 혁신교육의 차원을 넘어서는 지역에서의 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가 힘을 합쳐야 한다. 지역의 정주여건이 악화되면 사람들이 떠나가고 지방 교육의 공동화를 부른다. 지방 교육의 공동화는 다시 정주여건의 악화로 이어진다.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악순환을 끊어내지 않는다면 축소와 소멸의 길에 접어든 지역의 미래는 없다. 지역이 죽는다면 비정상적으로 비대화된 수도권 대도시 삶의 질도 함께 추락할 것이다. 저출생 고령화 시대, 과소화되는 농산어촌의 현실을 타개하고 지역사회 재생과 발전의 관점에서 지역 교육의 진로를 설계할 때이다. 교육과 지역이 선순환함으로써 교육도 살리고 지역도 살리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국가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교육 패러다임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다. 이제 지역 교육 문제는 지역 스스로해결하자는 취지 아래 지역주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오늘날 지역교육에 지역은 존재하는가. 뼈아픈 물음이다. 많은 지역에서는 인재육성을 명목으로 수도권 대학에 아이들을 보내기 위해 자원을 쏟아붓는다. 아이들이 지역의 시민으로 성장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으니 지역사회 안에서의 선순환은 기대하기 어렵다. 선순환하지 않는 지역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원인을 찾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겠으나, 학교 교육 문제가 크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학교는 지역 속의 학교라는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교육과정과 교육내용도 지역사회 삶과 결합해 다시 짜야 한다. 이미 마을교육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학교와 마을의 협력을 통한 교육과정 연계를 시도하는 지역들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되었다. 학교와 지역이 지역교육의 목표와 방향, 내용과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해 지역교육의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학교는 이를 교육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지역은 지원과 협력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면 학교와 지역사회의 관계는 전환된다. 학교 교육을 전환하려면 자율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획일화되고 표준화된 국가교육과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서, 지역교육과정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계획하고 교실 안으로 도입할 수 있는 권한이 학교와 교사들에게 주어져야 한다. 학교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바꿔나가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학교 교육에서 지역성을 강화하는 것은 요원하다. 로컬 중심의 교육 혁신, 그 시작은 자치의 확대이며 그 종착지는 교육 자치 시스템의 완성이 될 것이다.

'지역교육력'은 지역사회가 학생들과 주민들의 인격 형성과 사회화 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체험과 상호작용을 통해 배움을 확장하고 공동체적 관계를 형성 강화해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지역을 살리는 교육을 하려면 지역이 교육의 중심에 서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교육의 주체로 각성하고 지역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지역사회내 공공, 민간 기관들도 지역 교육력 강화에 협력해 나서야 한다. 지역단위의 교육목표 수립과 이행을 위해서는 민관학의 상설적인 연계와 협력을 위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특히 일반자치와 교육자치가 분리되어 있는 한국적 현황에서 거버넌스 구축은 읍면동 단위의 학교-마을, 시군구 단위의 교육청-지자체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학교와 마을의 분리, 학교와 지역의 분리, 교육청과 지자체의 분리 구조를 넘어 이를 연결하고 통합함으로써 학교 혁신과 지역 혁신을 융복합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고 했던 반세기 전 간디의 외침은 21세기에 맞닥뜨린 위기를 극복할 '패러다임 대전환'의 선언이 되었다. 지금 '마을'이라는 이름을 달고 벌어지는 모든 활동들은 자율, 연대, 생태, 자립, 자치와 같은 삶의 방식으로 사회를 재구성하려는 집합적인 움직임이다. 자본주의 경쟁 논리와의 싸움을 동반하는 마을의 부활은 화려한 귀환이 아닌 '오래된 미래'로 돌아가기 위한 쉽지 않은 여정일지 모른다. 교육도 같은 맥락이다. 입시위주 경쟁과 서열화 구조속에서 교육이 소비상품으로 전락해버린 현실은 '배움의 실종'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낳았다. 이제 본질을 회복해야 할 때다. 로컬 지향의 시대, 길은 '지역'으로 통한다. 고르게 존중받고 고르게 행복한 세상을 위해, 지금 당장 '지역에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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