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철 굴비골농협 조합장

김남철 굴비골농협 조합장
김남철 굴비골농협 조합장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삶을 편리로 이끌어 온 대다수의 생활가전, 산업 설비 등은 막대한 양의 전기 에너지를 요구한다. ‘값이 싼 에너지원으로 알려진 원자력 에너지를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하지만, 동일본대지진 이후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폐기물 처리, 오염된 냉각수 방류, 이로 인한 환경과 바다 오염 등으로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은 더 커졌다. 비단 원자력발전소 뿐 아니라 쓰레기처리시설, 열병합발전소, 송전탑 등 소위 혐오, 위험 시설 등이 우리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대표적인 님비현상인데, 그 위험성을 생각한다면 이들을 탓할 수만도 없다.

우리 지역 역시 원자력 발전소 건설 초기 많은 저항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전라남도 영광군 홍농읍에 위치한 원자력 본부 산하 한빛 1호기가 1986년 첫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3개의 원자력 발전소에 총 6기의 발전기가 있으며, 원래 명칭은 영광원자력본부였지만, 특정 시군의 명칭이 원자력 발전소 명칭에 들어가면 지역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하여, 20135한빛 원자력 본부(이하 한빛 원전)’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었고, 2020년 현재 총 설비 용량 590kW로 한울 원자력 본부와 함께 국내 두 번째 규모의 원자력 본부이다.

지역 내 혐오·위험시설로 한빛 원전이 들어서며 지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한 것에 대한 반대급부 성격으로서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1990년부터 경제적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빛원전으로부터 반경 5km 이내의 육지 및 섬 지역에 속한 읍··동 지역을 대상으로 기본지원사업, 특별지원사업, 홍보사업, 그 밖에 주변지역의 발전 및 환경안전관리와 전원 개발의 촉진을 위하여 필요한 사업을 하도록 장려하며, 연간지원금은 전전년도 발전량(kWh) × 발전원별 지원금 단가(0.25/kWh)로 정해져 있다.

그 중 사업자 지원사업비는 위의 법률에 의거 원자력발전소 발전 사업자가 자기 자금으로 수행하는 사업자 지원사업을 시행토록 하는데, 교육·장학 지원 사업, 지역 경제 협력 사업, 주변 환경 개선 사업, 지역 복지 사업 등에 사용 가능하며 지역이나 선정 기준은 발전소 주변 지원 사업과 동일하다.

현재 사업자 지원사업은 매년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에게 직접 공모를 받아 사업을 선정해 사업비를 지원·추진하는 사업으로 기본지원사업과 유사한 사업이 많고 예산집행의 실효성도 떨어진다. 지자체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도 발생하고 있으나, 사업주관의 관점에서 일이 처리되고 있어 주역주민은 물론 지자체와의 갈등도 종종 빚어지고 있다.

한빛원전은 2021년에 시행할 발전소 주변 지원 사업자 선정을 위해 처음으로 '사업자 직접 제안 설명회' 방식을 도입했다. 2021년 사업자 지원사업에 공모한 2,000만 원 이상 모든 사업자를 대상으로 사업 제안자가 직접 공개 발표 형식으로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별도 구성된 평가단이 사업 타당성 등을 평가하는 방식이 다.

이러한 공개 평가를 통하여 사업자 지원사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려한 의도는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여기에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점이 있다.

첫째, 짧고 한정된 발표 시간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심사한다는 발상은 일견 참신해보이지만 공모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내실없는 생색내기, 보여주기 식 행정으로 볼 수 있다.

둘째, 별도로 구성된 평가단 역시 사업 분야별 전문성과 지역현안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풍부하다고 볼 수 없다. 다양성 있는 전문 평가인원이 확보되기보다는 기관 중심의 행정 편의 사업심사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다 효과적인 사업자 선정 및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내실 있는 평가단 구성이 중요할 것이다 행정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행정전문가 및 외부전문가 등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였다면 어땠을까? 사업의 효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이 원하는 숙원 사업이 건전하게 추진되고 효율적인 자원이 적재적소에 투입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한빛 원전의 가동률 저하로 인하여 사업자 지원사업 재원도 더불어 감소하고 있다. 한정된 재원에서 특정분야 즉 행사성 사업 및 소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업 선정은 지양하고, 다년간 지원을 통하여 효과가 반감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일몰제 적용으로 과감한 배제가 필요해 보인다. 다수에게 혜택이 주어지고 지역주민의 편익을 우선으로 신사업에 대한 동기부여 및 선정이 이루어져야 하나 기존 사업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매년 선정되는 사업 위주로 재 선정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할 것이다.. 이는 향후 면밀한 검토를 통하여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넷째, 사업 선정 과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특정인의 입김과 정치적 힘의 논리에서 자유로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과정으로 지원사업 선정이 이루어진다면 탈락한 사람들도 결과를 수긍할 것이다. 하지만, 선정 과정이 공정하지 않고, 특권층이나 소수 집단에 대한 특혜나 반칙이 개입되었다고 생각이 든다면 다음의 도전 의지마저 상실하게 될 것이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기를 기대한다. 지역민에게 외면 받는 사업자 지원 사업은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가동 34년 동안 수많은 사고와 고장 뿐 아니라 최근에는 부실시공 및 불완전한 정비로 한빛 원전 안전에 크고 작은 불이 켜지고 있다. 사안이 발생 할 때마다 지역 주민들은 불안 속에 생활해왔다. 군민의 고귀한 생명과 소중한 재산을 지키고, 우리 후손들에게 풍요롭고 기름진 삶의 터전으로서 영광을 물려주기 위해 안전과 효용성 두 가지 중 어느 것도 양보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전 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원전을 가동한지 60여년이 지났지만 원전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을 근본적으로 안전하게 처리하는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저준위 폐기물을 비롯해 핵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폐기물들을 원천적으로 안전하게 분해하거나 처리하는 기술 개발에 얼마의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은 이러한 위험성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한빛 원전 구성원 또한 우리 지역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원전가동으로 인한 위험을 수용하는 대가로 진행되는 사업자 지원사업이 과연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