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수 영광농협 조합장

정길수 영광농협 조합장
정길수 영광농협 조합장

가난한 농부는 어느 날 우연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얻어 큰 부자가 된다. 재산이 늘어날수록 그는 더 큰 욕심을 부리게 되고 하루에 황금알 하나에 만족하지 못한 체 거위의 배를 가르고 만다. 누구나 잘 아는 이솝우화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이야기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가 우리나라를 방문하여황금알 낳는 거위는 농업에 있다라며, 앞으로 농업과 함께하면 를 이룰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고 한다. 앞으로의 미래는 누구든 장담할 수 없으니 이 말이 꼭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농업은 급속한 공업화가 이루어지기 이전인 1960년대 까지만 해도 농업이 산업의 전부였을 만큼 국내 총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풍년이 들면 모든 사람들이 기뻐하고, 생산량에 관계없이 무조건 농가수익에 보탬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정책이 추진되면서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멀어졌고, 산업내 비중도 점점 축소되어 갔다. 필자는 우리 농산물이 이렇게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고 어려운 상황이 되기까지는 세계 117개국 이 참여하여 7년의 진통 끝에 1994년 타결된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으로 WTO가 출범된 점과 1998년부터 준비과정을 거쳐 20044월 발효된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를 필두로 개별국가 때로는 그룹별로 체결된 FTA가 우리 농산물 가격을 폭락시킨 주범이라 확신한다. FTA 체결시 마다 수출을 빌미로 우리 농산물이 얼마나 많은 수난을 당하고 있는지 너무 잘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국가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희생을 감수하며 묵묵히 제 길을 걸어왔지만 지금의 현실은 다른 산업들의 성장속도에 비해 제 자리 걸음 수준이며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게 사실이다. 게다가 가장 힘든 것은 여전히 농업을 곱지 않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심지어 농업의 투자를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거침없이 비판하기도 하는 일부 비농업계의 시선을 바라보자면 정말로 억울한 심정이다.

따라서, 필자는 농업, 농촌, 농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며 잘못된 인식을 제대로 알리는 것 역시 조합장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첫 번째 수출을 늘려 벌어들인 돈으로 값싼 농산물을 수입해서 먹는게 효율적이라는 비농업계의 주장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바탕을 둔 이런 시각은 영국의 사례로 찾아볼 수 있다. 당사국인 영국이 식량보호 정책을 포기하고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해상봉쇄로 식량 수입이 막히자 수만명이 아사하는 극심한 식량난을 겪게 된다. 즉 식량이 무기로 바뀐 것이다. 영국은 그토록 값비싼 대가를 치루고 나서야 농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농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지금은 90%가 넘는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식량 수급이 국가 안위와 직결되는 안보 문제로 간주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초식량을 해외에 의존하면 국제 곡물시장이 혼란 할 때 큰 대가를 치룰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다음은 농업과 관련된 보조금이다. 자유무역협정 비준 등 굵직한 통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우리나라 농업보조금이 과도하게 많다 라는 농업 때리기다. 이처럼 비 농업계 일부에서는 우리의 농업보조가 지나치게 많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또한 농협에 대한 보조금이 농협에 수익으로 연계되어 직원들 배불린다는 잘못된 오해가 있다.

먼저 농업 보조금은 농업의 희생만을 강요한 정부 정책의 잘못된 결과이기 때문에 마땅히 정부가 책임이 있는 것이다. 정부는 수출위주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 대가로 농산물 수입을 받아들였고, 수년이 지난 지금 물밀 듯이 밀려 들어오는 수입 농산물로 우리 농업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고 있다. UR협상체결, FTA체결로 자국의 농업계를 보호하고 그로 인한 이익을 챙긴 미국과 다른 선진 국가들은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보조금 비율이 높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음은 농가들의 생활수준이 여유가 많으면서도 정부에 의존만 한다는 시각이다. 여유가 있어 보이는 것은 우리 농업인들이 연세가 드시다 보니 자녀들의 교육비 등 고비용 지출이 적고 평생 근면하게 살아온 생활습관 때문에 통장에 얼마간의 잔고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농가소득이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고, 특히 농업소득이 갈수록 낮아지는 통계만 보아도 농촌실상을 잘 알 수 있다. 특히 연세드신 여성분들은 걷는 모습만 보아도 어떤 농사를 주로 하셨는지 짐작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을 혹사 하면서 살아온 점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정부의 대농 육성정책으로 일부 경종농가들중 소수가 여유가 있고 10여년 이상 계속된 축산분야 호황으로 축산분야에서 약간의 소득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소수에 불가할 뿐이다.

다음은 농협에 대한 보조금이다. 정부보조금은 농업의 생산성과 유통활성화를 위해 지원되나 농업인 개개인에는 한계가 있어 농업인 생산자단체를 대표하는 농협에 배정되고 있다. 즉 이러한 유통시설은 자체 손익향상을 위함이 아닌 농업인들의 농산물 유통 활성화를 도모하고 수매 및 편익 제공 기능이다. 농협은 유통시설이 있음으로 인하여 농산물 가격지지 및 각종비용은 고사하고 자부담 투입, 감가상각, 인건비등 각종 고정비가 매년 약 5억원씩 발생하고 있어 큰 경영 부담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농협수익으로 처리되는 사항이 아닌 매월 감가 상각시 일정 부분 비용 부담을 덜고 있을 뿐이다.

농협의 존재목적은 농업인의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확대 및 유통원활화를 도모 하는게 존재 목적이다. 그러나 농협은 운동체 이면서 경영체이다. 즉 경영이 원활해야 농업인조합원에게 각종 지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농협의 경영은 신용사업에서 손익을 창출하여 경제사업에 지원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농산물계약재배를 통해 농산물 전량을 수매하고 있으나 수매 후 농산물 가격하락으로 매년 많은 손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감수하고도 농협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농협만 배불린다는 왜곡된 시각은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지금이라도 올바른 시선으로 바라봐 주길 바란다.

끝으로 서두에 말씀드린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이솝우화를 우리 농업에 비유 하자면 황금알은 안전한 먹거리일 것이고 거위는 농업 일 것이다. 황금알이라는 우리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낳고 더욱 건강하게 보호해 좋은 품질을 생산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거위의 배를 가르는 즉 농업의 가치를 절하하고 잘못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누를 결코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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