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영/ 농협영광군지부 지부장

밀턴 프리드먼의 1970913일 뉴욕타임스에 기업의 존재목적과 사회적 책임은 그 이익을 늘리는 것이다.”는 기고문은 경영계의 기업존재 선언문이 되어 버린다. 이후 이러한 사조는 지속되다 38년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도전받기 시작한다. 또한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이전부터 오랫동안 이해관계자 중심의 기업론을 주장했다. 기업이 주주, 종업원과 소비자, 부품 공급자를 포함해 넓게는 기업이 속한 사회의 이익을 함께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미국 200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기업은 고유 목적이 존재하지만, 근본적으로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봉사한다.”고 선언한다. 이제 경영계는 주주중심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더 이상 단기적인 수익 극대화가 아닌 장기적인 이익과 사회적 이익이 함께 갈 수 있어야 한다는 포용적 자본주의로 변화해가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2020128일 로마교황청과 세계 유수기업(뱅크오브아메이카, 알리안츠, 듀폰, 머크 등) 경영자가 함께 포용적 자본주의 위원회를 발족했다. 교황께서는 인류가 당면한 가장 근본적인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공정하고 신뢰할 만한 경제시스템이 시급히 요구되며 자본주의가 보다 포용적인 도구가 되도록 방법을 찾아 도전에 대응하는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회의 급격한 변화가 구성원들의 생존을 위협할 때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왔던 것이 우리의 역사였다. 단 한 가지 조건인 다수가 충분히 공감하는 합리적이고 투명하고 서로를 위해주는 방식일 경우에 작동해왔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18세기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이 산업혁명 과정에서 자본가와 노동자 계급이 생겨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공동체 운동이다. 협동조합은 언제나 시대적 상황에 따라 적응하고 변화하면서 진화해왔다. 특히 영국 로치데일시에 뿌리를 내렸던 로치데일소비자협동조합은 대표 사례이다. 로치데일시는 사회적 소요와 다양한 개혁운동의 근거지였으며 전국노동조직연합을 결성하기 위한 대대적인 움직임과 러다이트운동과 일 10시간 노동제 운동이 전개되었다. 로치데일 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뿌리 깊은 공동체의식은 협동조합 운동의 성공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로치데일소비자협동조합은 과거 많은 협동조합이 실패했던 것을 거울삼아 공감하는 방식을 선택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몬드라곤협동조합도 지역민들의 공감으로 성공한 사례이다. 스페인의 몬드라곤협동조합2017년 기준 연 매출 15, 종사직원 74,000, 스페인의 국내 총생산량의 10%를 담당하는 스페인내 7, 금융·산업·유통·지식 등 260여개 개별 협동조합을 포괄하는 연합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이 거대 협동조합의 위대한 성공은 돈 호세 마리아 아르스멘디아리에타 신부님의 헌신과 지역민들의 합작품이었다. 그분은 사제 서품을 받고 1941년 몬드라곤 교구로 부임한 25세 부터 선종하신 61살 까지 36년간 몬드라곤에 살며 협동조합을 건설한다. 그분은 개인의 내적 구원보다 사회복음을 강조하고 노동의 존엄성과 기술지식 중요성을 설파했다. 1943년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한 기술학교를 만들었다. 학교 설립과정에서 지역민들의 힘을 모우기 위해 길모퉁이마다 상자를 설치해서 지역민들이 자신의 이름과 주소, 돈이든 직접봉사든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적어 넣도록 했다. 이름을 적은 사람들은 창립멤버가 되어 투표권을 행사하고,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지역 성인인구 15% 후원약속도 이끌어낸다.

이를 기반으로 기술학교 졸업생들이 중심이 되어 석유난로를 만드는 협동조합기업인 울고를 만들었다. 아울러 신부님은 협동조합경영 지원을 위한 자본을 모을 수 있는 노동인민금고라는 금융기관 설립인가를 지역민들과 소통해나가며 설립하게 된다. 노동인민금고는 개발은행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이후 탄생하는 협동조합의 설립 확장에 자금을 지원하게 된다. 아울러 울고가 성장하면서 분사하면서 많은 협동조합이 탄생하지만 오직 서로 보살피는 나눔의 씨앗으로 위대한 사회적 실천을 거듭해 간다. 이윤 보다 사회를 풍요롭게 하고 훌륭한 일자리를 만들어간다. 몬드라곤협동조합은 지역민들이 공감과 동참을 기반으로 지금도 한국협동조합에서도 위대한 생각의 실천과 지역민들과 공감하면서 성공한 사례가 많다. 한살림과 원선동신협가 대표 사례라고 생각한다. 1960년대 가톨릭원주교구 초대교구장 지학순주교와 평신도 장일순선생이 함께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활동을 전개한다. 장일순선생은 가톨릭신도였지만 불교 · 유학 · 노장사상에도 조예가 깊은 사상가였으며 내 것을 만들려고 세게 당기면 내 것이 되지 않고 쏟아질 뿐이다라는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던 위대한 철학가였다. 두 분은 1966년 고리채로부터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원동선당을 중심으로 신용협동조합을 시작했고 1985년 한국 최초의 유기농식품 협동조합이며 도농직거래조직인 한살림’(원주소비자협동조합)을 탄생시킨다.

앞서 탁월하면서도 헌신적인 생각을 실천하여 위대한 협동조합을 만들어낸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우리 영광관내 농업협동조합은 매년 60~70억을 배당과 환원을 통해 협동조합의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농협은 지역민과 조합원님들께 더 공감 받기 위한 사업수행과 농축산물 판매확대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외부에서 보는 시각차이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간극을 좁히기 위해 조합원과 지역민들의 다양한 조언을 구한다. 아울러 협동조합은 오직 지분이 많은 조합원만이 대의원, 이사, 감사, 조합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대한 생각을 실천할 수 있는 분이 구성원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다면 농업협동조합의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협동조합의 임직원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통해 더 탁월한 조직이 될 수 있도록 응원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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