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삶 되돌아보며 남은 인생 생각해보는 계기”
하은순·손순월·김태정·모미경 씨 ‘엄마들의 자서전’ 출간

대마면 원흥리 서로마을과 인연이 깊은 젊은 엄마들의 삶이 담긴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냈다. 하은순·손순월·김태정·모미경 씨의 모습 뒤로 서로마을이 흰 눈으로 뒤덮여 있다.

 

엄마는 이렇게 살았습니다

서로마을은 대마면 원흥리 원당마을 안에 있었지만, 서해안 고속도로가 생기며 지리적으로 분리됐다. 기존 마을과 소통이 어려워지며 이곳에 생활하는 40여명의 마을주민들은 서로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마을을 시작했다. 마을 밖에선 창창한 젊은이지만, 평균연령이 무려 20대인 서로마을 안에서 네 엄마들은 마을 최고 어르신(?)이 되어버린다. 행복한 서로마을을 만들기 위해 웃음을 만드는 네 엄마들의 삶이 닮긴 자서전 웃음을 만드는 엄마들의 인생이야기가 출간됐다.

어렸을 때 내가 어땠지? 떠올려보고 친정엄마한테 내가 이랬어요?’ 물어도 보면서 그래도 내가 공으로 산 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 썼던 90페이지를 날렸다. USB 오류로 200페이지의 책 한 권 분량이 또 날아갔다. 하은순 씨는 같은 내용을 3번이나 써 내린 끝에서야 책에 글을 실을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책은 나왔지만 3번을 썼는데 제일 적은 분량이 실려 안타깝다.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며 아이들과 살던 삶들이 하나둘 스쳐 지나간다.

마음이 아파서 못 읽겠대. 옛날이야기 보면 눈물 날 것 같다고.”

2015년부터 배우기 시작한 시. 손순월 씨는 살아가며 일이 있을 때마다 한 편의 시를 썼다. 추억을 담은 시 속에서 그때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며 자서전을 썼다. 더 많은 시가 있었지만 그래도 그중에서 남에게 내놓기 덜 부끄러운 시들로 골라봤다고 말한다. 자서전이 나왔다고 책을 내미니 남편은 눈물 날까 도저히 못 읽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처음엔 막막했어요. 자서전을 시작하면서 글을 배우고 싶어서 도전했는데 그냥 자서전 써보세요’ ‘몇포인트로 쓰세요하고 끝인 거예요.”

누군가에게 읽힐 수 있다는 생각에 글을 쓰기가 어렵고 부끄럽기도 했다. 모미경 씨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일생을 보여줘야 하는 자서전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글을 써본 경험도 없고 책을 내본 경험은 더더욱 없는지라 서두를 잡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래도 쓰고 나니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볼 수 있어 정말 좋은 기회였다고 말한다.

글을 제출하고 나니 진짜 쓰고 싶었던 알맹이가 생각나는 거예요. 한 번 더 쓰면 더 멋있게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책으로 나온 걸 보니 부족한 부분이 크게 느껴진다. 김태정 씨는 진짜 쓰고 싶었던 말을 진솔하게 썼나 되돌아보게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처음 계획은 더 많은 엄마들이 각자 책 한 권씩 내는 것이 목표였다. 중간에 힘들어서 관두거나 주변이 아파서 도저히 글에 열중할 여유가 없는 상황에 네 사람이 책 한 권으로 만족해야 했다. 좀 더 시간적 재정적 여유가 됐으면 편집에도 더 신경 쓰고 사진도 넣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글만 있으면 출판이라는 게 금방 될 줄 알았는데 퇴고의 과정이 더 길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다.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보며 미래자서전을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내용은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자신이 쓴 글대로 이루어가는 거죠.”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작은 역사고,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가 담긴 박물관과 같다고 한다. 유명하든, 나이가 어떻든 한번쯤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자서전을 써보길 추천해본다.

나름대로 충실히, 열심히, 때로는 힘들게 살아온 삶을 자신이 직접 글로 써가면서 되짚어본다면 남은 인생은 더 좋은 일이 엮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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