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수/ 영광농협 조합장

2021년 신축년(辛丑年)‘흰소의 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이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난해를 반성하고 새해 계획을 세우게 된다.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면 코로나19라는 불청객이 찾아와 전 국민이 너무나도 힘든 한해를 보냈다. 이 예기치 못했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코로나 사태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경제 문화를 송두리 체 바꾸어 놓은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였고, 변화의 흐름은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유지 되었던 모든 분야의 질서를 새롭게 바꿔 놓고 있다.

관광업, 예식장을 필두로 사람이 모여야 하는 사업과 식당업, 재래시장 등 사업전반이 피해를 보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최첨단 사업이나 고급브랜드 취급점, 안정된 직장에서 근무하는 사람과 이미 부를 축척한 기득권층은 그래도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결국 코로나 사태 진정 후 지금까지 고착화 되어가는 빈부의 격차는 더욱더 간극이 커질 것이며 정부는 이를 시정 또는 개선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노력만큼 성과는 크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코로나로 인해 발생되는 경제적 손실을 회복하기에도 벅찬 시점에서 지금까지 비 정상적으로 부를 축척한 일부 부동산 투기꾼들이 주축이 된 아파트 투기 파동은 불로소득을 기대하는 일부 국민들을 부추기고 결국에는 내집 마련을 하지 못한 선량한 시민까지 가세하게 만들면서 전국이 부동산 투기의 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부동산정책으로 결혼을 포기하기 이른다는 한 청년의 눈물겨운 청원도 등장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투기자본에 내몰린 부동산 가격상승은 부의 대물림이 어려운 젊은층에게 근면 성실하게 사는 삶에 대한 상실감과 포기로 이어지고 노력없이 대가를 추구하는 잘못된 정서를 유발시킬 뿐만 아니라 뒤늦게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서민들의 채무부실은 금융기관 경영악화로 이어지면서 결국에는 국민세금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악순환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잘못을 사전 막아야할 정치권은 남 탓으로 일관하고 있고 일부 언론은 정부의 방역노력과 권력의 집중화 방지를 위한 정책마련등 정말 잘하고 있는 사안까지 부동산 대책과 함께 전부 비토하는 상황까지 가고 있다.

돌이켜 보면 이러한 사태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과거로 거슬로 올라가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조 500년은 물론 근 현대사에서 국란을 당할 때 마다 모든 단초제공은 지도층과 기득권층의 잘못임에도 애 꿋은 민초들만 희생당했고, 그들의 피와 땀으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유지 발전 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이후 세계 각국은 코로나 사태로 야기된 경제적 손실 만회를 위해 동분서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백방으로 대책을 수립하겠지만 지금까지이어왔던 수출 위주의 정책을 더욱 더 강하게 추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우리 농업은 또 다시 정부정책으로 인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진척될 확률이 크다고 보여 진다.

최근 체결하여 시행을 앞둔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에 이어 체결준비중인 CPTPP(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은 물론 제2, 3FTA체결을 추진하면서 수입 농축산물은 갈수록 우리 식단을 점령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서구화 되어가는 젊은 층의 식단변화,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인한 대기업의 농산물 유통시장 잠식 등의 난제들이 하나둘이 아닌데 그럼에도 지금까지 농업분야 예산은 늘 소외 되어왔고 앞으로도 크게 늘어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낙심만하고 정부를 성토하며 대안 마련을 미룰 것인가? 어렵고 힘들고 험난한 길이라도 우리 모두 새로운 각오를 다짐해야 할 것이다. 정부로부터 대책수립을 요구하는 한편 기존 관행적으로 지어왔던 농사방식도 수입농축산물이 늘어나는 점 등을 감안하여 상업농시대에 걸맞게 미맥위주 영농방식에서 탈피하여 복합영농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각종 주요농산물에 대한 생산비 보장 차원의 정책을 조속히 마련하여 농사는 투기가 아닌 열심히 노력한 대가가 보장되는 시스템이 정착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가격이 폭등하면 돈이 되고 폭락하면 생산비도 못 건지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안정된 소득이 보장되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자체, 의회, 농협, 농업인이 함께 뭉쳐 대책을 수립하고 농협은 모든 시스템을 농산물 유통에 최우선 하여야 할 것이며 수도권 유통센터활성화와 비대면 거래 확대에 대비한 대책을 꾸준하게 진행시켜야 할 것이다.

시대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변화의 정점에 서있다. 우리 모두 변화를 수용하고 변화의 흐름에 동승할 때 우리 농업도 좋은 직업으로 후대에게 물려 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지난한해 너무 고생들 많으셨고 희망찬 새해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간절히 기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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