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영/ 농협 영광군지부장

몇 일 후면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 설이 다가온다. 우리는 음력 설날 떡국을 한 그릇 먹어여 한 살 더 먹고 진정한 새해를 맞는다는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 우리 땅에서 자란 농산물로 차례상을 차리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지들과 세배를 하고 덕담을 주고받는 전통은 올해 설 만큼은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하튼 한국인에게 명절이란 무엇일까? 명절의 의미는 우리가 간절히 바라던 대상이 바뀜에 따라 문화와 관습을 굽이쳐 변하게 했다. 명절에 고향을 찾느라 평소보다 2~3배를 더 고속도로에서 보내는 시간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시절도 살았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배경에는 농업사회에서 농사일을 하려면 구성원들은 협동이 필수였으니 함께하는 놀이와 음식을 나누고 즐기는 문화 속에서 살았기 때문이었지 않나싶다. 그 시절 고향 친인척을 만나 그동안 못다 한 안부와 정을 나누는 것이 예의였고 행복이었고 필수품이었다. 하지만 소득증대와 개인이 더욱 존중받는 시대의 흐름은 명절의 문화를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음식장만과 제사진행 절차를 존중하던 문화에서 제사를 지내는 사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제사를 모시는 조상에서 조상과 후손이 소통하는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명절의 의미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대한민국의 굴기가 농업산업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자. 우리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을 팔아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되면서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좋아졌다. 하지만 수출확대를 위한 농업시장 개방은 농업인에게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다. 작년 한국 농업생산액은 50조원이었지만 농식품 수입액은 30조원에 달했다. 이는 우리 먹거리의 40%는 수입산이라는 의미이다. 농업인 평균소득은 도시근로자의 60% 수준이다. 그마저도 농가소득 중에서도 순수농업 경영소득은 25%이며 기타 농업외 소득이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1%, ·축산물 무역수지최대적자액은 전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명산업인 농업을 보호하고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도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농업현안 해결과제는 산적해있다. 우리 선현들은 농산물생산의 어려움을 생산공동체 문화와 협동으로 해결했다. 마을사람들이 한 식구처럼 지내면서 생산공동체를 형성하여 농업생산의 역경들을 풀어나갔다. 지금의 농업생산 어려움은 농기계가 해결해주고 있어 현재 농업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우리 농·축산물 소비공동체 공감과 실천이라고 본다.

과거 어려운 시절에도 명절에는 작은 선물로 공동체 안에서 서로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주고받았다. 우리 농산물은 맛과 안전성과 신선함을 겸비한 웰빙선물이다. 우리 땅 우리 농업인이 정성으로 키워 안전하고 신선한 국산 농·축산물은 주고받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키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자신한다. 우리 농·축산물로 과하지 않는 수준의 선물을 정성껏 준비해 서로의 정을 나누었으면 한다. 이번 설 농·축산물 선물에는 봄철 냉해피해, 폭염과 긴 장마와 3번의 태풍을 이겨낸 농업인의 노력과 정성을 함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나를 있게 해주신 선조들께 올리는 차례상에는 꼭 우리 농산물로 정성껏 준비해주시길 바란다. 우리 선현들은 명절을 조상들과 후손들이 만나는 자리로 생각했다. 차례상에 올리는 나물 한 접시와 과일 하나에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예를 들자면 삼색나물에 올리는 흰색의 도라지, 갈색의 고사리, 녹색의 시금치를 조상과 나와 자손이 영원이 이어지는 의미로, 뿌리인 도라지는 조상, 줄기인 고사리는 오늘의 나, 잎인 시금치는 태어날 자손과 내일의 바람을 의미했다. 대추, , 감은 자손들의 융성과 미래를 이어가겠다는 가문의 다짐이었다. 많은 열매를 맺는 대추는 자손의 번창을 바라고, 딱딱한 밤은 땅속 씨앗에서 싹이 나와 자라 열매 맺을 때까지 껍질이 뿌리를 감싸고 있어 조상에서 후손으로 이어지는 보호와 생명력을 상징했으며, 감은 옛날 대부분의 품종이 땡감이던 시절 접붙이지 않으면 맛없는 떫은 감만 열리니 자손들을 내버려두지 않고 다른 이들과 교류하며 훌륭하게 가르치겠다는 약속을 감으로 표현했다. 꼭 선현들의 생각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성껏 준비한 우리 농산물로 우리의 예를 다함이 어떨까한다.

정부도 어려운 농업인을 위한 지원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설(1.19~2.14)에 김영란법 적용완화로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 의례 목적으로 받을 수 있는 농··수산물의 가격을 20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한우·생선·과일·꽃 등 농··수산물과 농·수산물 원료 또는 재료를 50%를 넘게 사용해 가공한 홍삼·젓갈·김치 등이 대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소비를 살리기 위한 조치들이 농··수산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번 설 우리 농·축산물 애용을 통해 시장개방과 습식관 변화로 설자리가 좁아진 농업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우리 농·축산물 소비공동체 운동이 공감을 얻고 실천되는 시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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