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숙/ 시인

대명절인 설날을 앞두고 거리두기 실천은 계속됐다. 경자년에 이은 2021년 신축년도 코로나의 위력은 거세다. 새해를 맞는 새로운 마음과 계획도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이제 코로나라는 단어를 듣고 싶지 않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날을 기다릴 뿐이다. 작년 한해는 covid-19에 적응한 시간들이였다고 스스로 위안을 해보지만 마음한곳은 답답하다. 확진자 숫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고 여전히 5인 이상 거리두기 또한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블루(코로나우울증)가 느껴진다. 이러한 때에 너무도 반가운 뉴스 하나가 전해졌다.

국내 최대 모바일 플랫폼카카오톡을 만든 김범수(55)이사회 의장이 설 연휴를 앞두고 코로나로 지친 일상에 소식을 전해왔다.

지난해 3카카오톡 10주년을 맞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이 많았다는 김의장은 코로나로 인해 피로화가 누적된 사회전반에 여러 문제가 더욱 심화되는 것을 지켜보며 더 이상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통 큰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실제로 카카오는 국가 사회적 재앙인 코로나19로 타격을 입기보다는 오히려 기업가치가 급등한 대표적 기업이다. 평소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해 오던 김범수 의장이 코로나19로 사회전반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늘 본인의 노력보다 많은 부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던 그는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전격 발표 했다.

그런데 그에 재산은 좀 많다. 일반인으로는 도저히 상상 할 수 없는 금액이다.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404723억원, 본인(13.7%)와 개인회사 케이큐홀딩스(11.2%)를 포함해 그는 25%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재10조원상당의 재산이 있고 5조원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기부왕이다. 2007년 모교인 건국대 사대부고에 장학금 1억원을 기부한 것을 비롯해 현재까지 현금 72억원, 주식 약94000(152억원)을 기부했다. 그런데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재산 절반이상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최소 5조인 것이다.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자 1세대 정보기술(IT)창업자다. 한게임 창업주로 NHN공동대표를 지낸 그는 카카오창업으로 모바일 플랫폼시대를 열었다. 현재 김 의장이 직접 보유한 카카오 주식 1250만주의 평가 가치만으로도 57000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에 이은 주식 부자 3위다.

통 큰 기부에 앞서서 그는 가까운 가족들을 위해 보유 중인 주식 33만주를 부인과 두 자녀를 포함한 14명의 친인척에게 증여했다. 해당일 카카오 주가를 기준으로 33만주는 1452억원 가량이다. 김 의장은 부인과 두 자녀에게 각 6만주(264억원 상당), 그 외 다른 친인척에게는 각 4200~25000주를 나눠줬다. 임직원들에게도 성과금과별도로 자사주 상여금을 10주씩 지급한다고 한다. 지급대상은 2619명이며 총 지급 규모는119억 원에 달한다. 참 멋진 일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는 부자 주위에 가난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부자가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다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기부를 하는 방법도 카카오 임직원들과 함께 구체적인 공헌 방법을 강구할 계획이며 여러 의견수렴을 위한 간담회는 6000여명의 카카오계열사 임직원들이 온라인으로 할 예정이라고 한다. 펠로쉽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지원대상자를 발표한다. 펠로십은 각종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사회활동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들이 사회문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2년간 월200만원씩 씨드머니를 제공한다. 자유로운 활동을 돕기 위해 씨드머니의 활동처는 묻지 않고 카카오플랫폼에서 이들의 활동을 홍보한다고 한다. 다함께 잘살아보기 위한 마음을 가져 본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섬세한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알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적잖은 기부왕들이 있다. 하지만 기업가가 왕성한 활동을 하는 가운데 재산의 절반을 내놓겠다고 한 것은 이례적이다. 재산 전액을 사회에 기부한 유한양행창업자 고 유일한 박사, 일선에서 물러난 뒤 대림코페레이션 보유주식 2000억 원 상당을 남북통일을 위해 설립한 공익재단통일과 나눔에 쾌척한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있다. 그러나 현 기업가이면서 어떻게 기부를 할 것인지를 직원들과 같이 고민하는 오너가 있었을까 싶다.

김범수 의장은 1800년대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무엇이 성공인가라는 시를 자주 읽는다고 한다. 글쓴이도 자원봉사강의를 하면서 청소년들에게 자주 읽어주었던 글귀였는데 그에게는 기업철학으로 까지 영향을 준 듯하다. 시는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들고 떠나는 것, 당신이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더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고 한다.

진정으로 성공한 그 남자가 코로나로 지친 메마른 마음에 사랑의 단비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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