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여민동락공동체 살림꾼

오는 46일 영광군의 교육 비전 수립을 위한 원탁토론회가 열린다. 영광 교육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영광군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영광 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다. ‘영광군교육참여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토론회에는 영광 교육의 전망과 과제에 관해 고민하는 군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필자의 기억에 영광지역에서 주민들의 참여로 지역 교육의 새로운 청사진을 마련하고자 하는 시도는 처음인 것 같다. 지역 교육 문제는 지역의 정주 여건 및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특히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수도권과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 열세에 놓여 있는 지역 교육의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지속가능한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지역사회와 지역교육은 애초에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지역 교육 문제를 논하고 진로를 탐색하는 것은 학교만의 역할이 아니라 지역 주민 전체의 몫이다.

토론회를 앞두고 영광군교육참여위원회는 관내 초중고학생 356, 학부모 379, 교직원 219명을 대상으로 영광 교육정책에 대한 만족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학교 생활 안전도, 인권 보호 및 권리 보장 노력, 방과후 프로그램, 학교폭력 예방 수준, 학교 급식 등 전반적인 학교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반면 영광지역의 교육 발전을 위한 지역사회 협력 수준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답변이 높았는데, 이는 영광 교육을 이끌어가고 있는 영광교육지원청과 영광군청이 공히 과제로 끌어안아야 할 부분이다. 특히 이번 설문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영광 거주 의사를 묻는 질문이다. 설문에 응답한 대다수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계속 영광에서 살 의사가 없다며 부정적으로 답했다. 이는 영광을 떠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으로, 타 지역에 비해 높은 출생률을 기록하고 있는 영광의 모습과는 배치되는 결과다. 결과에 대한 해석과 원인 분석은 다양할 수 있겠으나, 앞으로 영광 교육 문제를 풀어나갈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을 얻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어떻게 하면 영광교육이 영광지역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영광에서 교육받고 성장하는 아이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꿈을 펼칠 수 있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입시위주 경쟁교육이 지배하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지방 시골마을의 대다수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더 나은 대학을 목표로 입시에 매달린다. 어떡해서든지 내가 사는 지역을 탈출해 서울이나 대도시로 나가려고 하는 현실이 계속되는 한 지속적인 인구유출은 피할 수 없다. 지방의 교육이 지방의 인재, 건강한 마을시민을 길러내 지역사회에서 일을 하면서 꿈을 펼칠 수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답은 없을 것이다. 지역을 살리고 지역에서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자치분권의 시대의 요구에 발맞춰 지방의 권한이 강화되고 있으나, 교육 영역은 매우 더딘 편이다. 교육청과 지자체로 분리되어 있는 구조를 뛰어넘어 지역을 살리는 관점으로 과감하게 협력해야 한다. 협력을 어렵게 하는 모든 제도적 관행적 장벽들을 걷어내고 공동으로 지역 교육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이렇게 사활을 걸고 달려들어도 될까 말까 할 정도로 어려운 과제가 바로 교육 문제 해결이다. 교육은 단기간에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므로 지역 차원의 장기적인 청사진을 세우고 끈기있게 정책을 밀어붙여야 한다. 학교와 마을의 분리, 학교와 지역의 분리, 교육청과 지자체의 분리 구조를 넘어 이를 연결하고 통합함으로써 학교 혁신과 지역 혁신을 융복합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 행정은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통제하려 들지 말고 현장의 어려움이 없나 살피면서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며 잘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민관학을 망라해 지역사회 내 각 주체들의 전방위적 협력 거버넌스 구축으로 지역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고 교육 자치를 실현해나가야 한다.

코로나19는 분명 큰 위기였으나 동시에 전환점이기도 했다. 지역의 가치, 농촌의 가치는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바야흐로 로컬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 시대이다. 도시와 비교하거나 외부 자원에 의존하지 말고 영광 교육 문제는 영광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적극적인 관점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미래의 가능성은 전환을 꿈꾸는 이들이 만들어가는 오늘에 있다. 영광 교육 비전 수립 원탁 토론회가 영광 교육 대 전환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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