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암리 김요현 마을이장 수색 맹활약
친정 가겠다고 나선 할머니 논두렁에서 발견

묘량면 월암리에서 마을주민과 경찰의 발 빠른 대처로 실종됐던 치매 어르신을 구조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묘량면 치매 어르신 실종 2시간 반 만에 가족 품으로

지난 2월 초 묘량에서 심한 치매를 앓고 계시던 86세 할머니가 사라졌다. 영하의 날씨 속에 시간이 갈수록 가족들의 걱정은 커져만 갔다. 실종신고를 받고 찾아온 경찰과 가족들이 2시간가량 주변을 수색해봤지만 인적이 뜸한 논과 밭이 펼쳐져 있어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실종된 할머니의 남편 강대철 씨는 동네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급하게 마을이장에게까지 연락해서 도움을 청했다. 수색이 길어진다면 날이 어두워져 할머니의 건강도 염려되고 각종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기동대에 지원요청을 해놨던 상황이었다.

실종 소식을 들은 묘량면 월암리 마을이장 김요현 씨는 3번에 걸쳐 마을 방송을 한 뒤 즉시 할머니를 찾아나섰다. 마을에서 논농사를 지으며 마을 지리에 밝은 김요현 이장은 단번에 할머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실종된 할머니가 발견된 곳은 할머니의 집에서 약 1시간가량 떨어진 길옆의 논두렁이었다. 3m 아래 논 밑으로 보행기와 같이 떨어진 할머니는 자력으로 몸을 일으키기 위해 버둥거리고 계셨다고 한다. 손톱에 흙이 잔뜩 낀 채로 울고 계셨던 할머니는 경찰의 도움으로 논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천만다행히도 할머니는 땅이 단단하지 않은 논바닥으로 떨어져 크게 다치신 곳은 없는 상태였다.

김요현 이장이 할머니를 바로 찾을 수 있었던 건 치매가 심하셨던 할머니가 전에도 몇 번 그 길로 향하던 걸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할머니는 추운 날씨에 밖에서 오랜 시간 견디지 않고 빠르게 발견될 수 있었다.

할머니는 친정집에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다고 보러 가야 한다며 집을 나섰다가 사고를 겪었다고 한다. 남편 강 씨는 오래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후 거동이 불편해 아내를 찾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속만 썩일 수밖에 없었다. 남편의 사고 이후 홀로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가느라 고생만 한 할머니를 이제는 남편 강 씨가 보살피고자 한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치매 증세가 심하셔서 같은 일이 반복되더라도 경찰서에서 바로 찾을 수 있도록 팔에 배회감지기를 착용했다.

김요현 이장은 처음 겪는 일이라 당시엔 수색에 집중하느라 경황이 없었는데 이번 일을 겪고 나서야 팔에 찰 수 있는 GPS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런 시스템이 있다는 게 알려져야 앞으론 이런 일이 없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최근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치매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치매 노인 관련 실종 신고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경찰에 실종 신고 접수된 치매 환자는 만 2천여 명이다. 5년 전인 2016년보다 24백여 명이나 늘어났다. 실종자 대부분은 가족 품으로 돌아갔지만, 아직 찾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실종된 치매 환자는 하루 안에 발견되지 않으면 사고나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사전 지문 등록, 배회감지기 착용 등 실종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신속한 실종 신고가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치매 환자의 대부분이 고령의 노인이고 건강이 온전치 못한 경우가 많아 실종 시 빠른 발견이 중요하다. 환자를 돌보는 가족과 보호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 묘량면의 일도 평소 마을 주민들에 관심을 갖고 있던 김요현 이장의 역할이 주요했던 것처럼 이웃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

내 가족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사랑하는 부모님 또는 소중한 가족인 치매 환자가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