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전 홍농농협조합장

외국인 근로자 숙소 문제로 금년 초부터 농민들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농가에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당국의 갑작스러운 방침 때문이었다. 농가의 반발이 거세자 최근 주거 환경 개선등을 조건으로 최장 1년의 준비기간을 배려한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외국인 근로자 문제가 공론화 된 이 시점에서 고용과 관련한 제도 전반을 손질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이번에 불거진 숙소문제인데 기존 숙박시설의 이용은 사실상 불가능해 비록 준비기간이 주어져 있다고는 해도 형편이 넉넉지 않은 농가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거나 새로 짓는 것은 너무도 버거운 일이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농업계는 그 대안의 하나로 중앙정부와 각 지방 자치단체가 기초 단위(,,) 기숙사를 건립해 운영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지역별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함께 생활하는 기숙사가 들어서면 농가입장에서는 시설비용이나 관리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내년 시범사업을 목표로 지자체에 기숙사 건립 수요조사를 한다고 하니 참으로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문제는 예산이다. 가능한 한 많은 농촌지역 지자체가 참여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돈을 쥐고 있는 기획 재정부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정부가 일반 산업분야에서 그동안 근로자 숙소를 지원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예전부터 지자체와 소요되는 비용을 절반씩 부담해 외국인 선원 복지회관 6개소(20-100명 정도 거주 가능)를 신축해 숙소로 제공한 사실이 있는데 운영은 해당 지자체가 맡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기에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현실화가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무엇보다 기숙사를 무상으로 이용하도록 하자는 주장도 아니어서 근로자들이 부담하는 숙박비를 운영비로 쓰면 된다고 보는 것이다.

한편 외국인 근로자 공공파견제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외국 인력을 고용한 후 계약을 한 농가에 보내준다면 농작업이 일시에 몰리는 품목의 재배 농민들은 장기간 상시 고용에 다른 비용부담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이고, 아울러 불법 고용에 따른 불상사도 예방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농촌 현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농사를 짓기 매우 힘든 상황이어서 관계부처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농가에 도움이 되는 개선책을 마련하고, 추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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