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수/ 영광농협 조합장

우리는 선사시대부터 벼농사와 함께하는 농경사회를 이루었고, 농업을 통해 자연의 이치와 섭리를 배웠다. 어찌 보면 우리는 모두 농업인의 자손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현재 벼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농가 수는 전체농업인의 약 42%이고 농업소득에서 쌀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이다. 즉 쌀이 농업소득에 끼치는 영향은 단일품목(축산제외)으로는 가장 크다. 결국 상당수 농업인은 쌀농사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50% 미만이다. 게다가 곡물자급률은 21% (2019년 기준)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서 보면 쌀 생산량이 부족한 상태여서 적정가격을 받는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농업인들은 쌀 생산량에 불구하고 적정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 그 이유를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예전 후진국에서 지금은 개발도상국이 되었고 국민 총생산량(GDP)이 세계 12위에 드는 선진국의 문턱에 서있다. 이러한 발전의 바탕에는 공업화를 통한 수출위주 정책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원동력이 되었고 공산품 수출을 위해 농·축산물 수입을 개방한 탓에 현재까지도 수입농산물이 국내 생산량의 부족분을 메워가고 있다. 이런 한 사실은 농민들을 제외하고 국민 대다수가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문제의식 없이 갈수 있는 시간이 언제까지 일까? 많은 학자들이 경고하고 염려하는 것을 볼 때 미래는 식량난이 예상되지만 지금 당장의 현실은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가장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예나 지금이나 농산물 가격 지지보다는 많은 양의 생산을 통해 먹거리가 부족함이 없이 유통되는 것을 원하고 있다. 한편으로 보면 국민 누구나 먹지 않으면 안 되는 먹거리니 당연 할 수도 있지만 적정생산비가 보장되지 않는 농업정책으로 농촌의 극심한 이농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 도시는 과밀화로 각종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식량이 부족하고 수입마저 쉽지 않았던 시절에 정부는 다수확 품종을 개발하여 70년부터 통일벼를 대대적으로 생산장려 하였고 상대적으로 따뜻한 여건을 갖춘 전라도가 주산지가 되어 쌀 부족을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식량부족을 해결한 정부입장에서는 미질이 떨어지는 통일벼를 권장할 필요성이 사라지니 슬그머니 정책을 전환하였고, 다 수확으로 소득을 올렸던 전라도 농가들은 계속해서 다수확 위주의 품종선택과 재배로 전라도 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는데 일조를 했던 점은 간과 할 수 없다.“ 정말 쌀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우리 쌀이 미질이 떨어진다 는게 무슨 말이냐?”하실 것이다. 맞는 말씀이다. 정말 많이 좋아지고 개선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부분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영광굴비가 유명한 것은 칠산 앞바다에서 산란기에 잡은 조기를 염장과 건조를 통해 임금님에게 진상했고 그 명성이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지 듯 경기미 또한 그러한 전통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간과할 수가 없다. 또한 다수 농가의 쌀이 혼합되는 과정에서의 문제도 사실 인정해야 한다. 한번 얻어진 명성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 가을철 조곡 판매 시 외지 상인들이 찾아 와 대농들에게 미질이 좋은 신동진 쌀을 위주로 2~3천원식을 더주고 매입해 가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많은 분들도 다 아시는 바와 같이 경기미는 경기도 지역에서 생산되는 양이 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 내내 경기미가 품절되어 판매 중지된 사례는 없다. 이처럼 경기미를 년 중 공급 할 수 있는 자원을 기타지역, 미질 좋은 쌀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미와 호남미 차이가 20kg 쌀 포대당 10,000정도 차이가 나는 것을 감안 할 때 40kg 포당 2,000원정도 매입을 더 높게 해도 경기미 입장에서 보면 남는 장사가 되는 것이다.

그래도 영광군 통합 RPC는 충청 이남권 RPC에서는 발전 속도가 가장 빠른 RPC에 속한다. 그것은 RPC 임직원의 노력과 행정의 뒷받침, 우리농업인들의 협조 덕분이라 생각한다. 전남의 RPC 24개중 2020년 결산결과 13곳이 적자가 발생하였고 전체 RPC 중 영광 RPC보다 조곡대금을 더 지급한 곳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영광 쌀도 머지않아 인정을 받는 날이 올 것이다

현재 경기미를 제외하고 곡성 백세미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우리도 영광만의 대표브랜드를 개발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것은 농협, 행정, 농업인이 함께 힘을 합하지 않으면 불가능 하다. 수십년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농업 소득 수치를 보면 안타깝고 우리농업인들의 아픈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도 마음만 앞선다고 해결이 될 일도 아니다. 품질이 떨어지는 벼 출하가 많을수록 영광 쌀 명성은 퇴보하는 점, 우리 농업인들께서 꼭 알아주시기 바라며 계획과 실천이 함께 할 때 좋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발묘조장(拔苗助長)이란 고사가 있다. 싹이 빨리 자리도록 인위적으로 뽑아주었더니 전부 말라죽었다는 이야기로 모든 일에는 순리가 있어 너무 급하게 서두르면 오히려 일을 망친다는 의미이다.

우리 농업인들이 얼마나 어렵고 힘드신 줄 잘 알고 있다. 우리함께 난관을 극복해야 할 것이며, 안타까운 것은 기업은 물건을 생산해서 값을 매기는 결정권이 생산자인 기업에게 있는데 우리 농산물은 그 결정권이 소비자한테 있다. 따라서 첫째는 우리지역 대표브랜드 육성을 위한 종자선택과 참여가 필요하고, 둘째 정착이 될 때까지 과도기 관리(농협과 행정)와 셋째 시설 및 공급시스템을 구축하고 넷째 농가는 RPC 방침에 동참해 주시는 일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

농협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에서 함께 힘을 모아야 함은 물론 피와 땀이 고스란히 묻어 있고 자식같이 애지중지 키운 농산물들이 생산비를 보장받는 그 날을 하루빨리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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