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접근으로 지역을 활기 있고 역동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행복한 우리 마을을 만들기 위해 기쁨은 나누고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마을공동체가 맥락을 함께한다. 나와 이웃이 함께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마을공동체사업의 추진과정과 주민들의 변화된 삶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모악리상생발전모임 맥문동심기
모악리상생발전모임 맥문동심기

마을공동체 왜 필요한가

마을공동체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단어이다.

마을은 시골 동네에 모여 있는 집들, 거기 모여 사는 사람들을 얘기하는 것 같은데 공동체는 무얼까?

사람은 원래 혼자 사는 것보다 함께 어울려 사는 방식에 익숙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함께 어울려 사는 방식보다 혼자(혹은 가족) 사는 방식에 익숙하다. 왜 이렇게 변했을까? 이런 변화로 우리의 사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졌고 어떤 어려움이 생겼을까?

가장 큰 어려움은 살며 부딪치는 많은 어려움을 각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예전 농촌공동체에서 두레와 품앗이를 통해 유지되던 농사일은 이제 농기계와 외국인 인력이 담당하고 있다. 마을 공동의 도움을 받아 치루던 결혼식, 장례식은 이제 예식장과 장례식장으로 옮겨갔으며,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일도 각 가족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일 뿐이다.

이런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서 다른 방식으로 사는 것이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생활공동체, 작은 공동체 만들기

그럼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작은 공동체이다. 작은 공동체는 서로를 보살피고 서로의 자녀를 키우고 함께 일하며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생활 속 공동체이다. 서로의 일상이 연결되어 있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작은 규모의 공동체를 만들고 키워내는 활동이 필요하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밀접한 거리의 사람들과 관계하며 살아간다. 함께 일하는 일터(직장)의 동료, 가족들, 가까이 사는 이웃들,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친구, 선후배 등 사람들은 실제 많지 않은 사람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이런 일상적 관계의 만족도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

일상적 관계가 즐거운 사람은 스스로 만족한 삶을 살아간다.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 주변을 돌아보자. 그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행복해져 간다면 당신도 함께 행복해질 것이다.

마을공동체는 크고 대단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 악물고 노력해야 하는 활동은 아니다. ‘이 정도면 나도 한번 해볼 수 있겠는데?’ ‘이런 활동(모임) 나도 한번 해보고 싶어이 정도의 생각에서 시작하면 충분하다.

 

영광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

류일만 사무국장
류일만 사무국장

영광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영광군 주민들의 공동체 활동과 주민자치활동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이다. 중간지원조직은 행정과 주민(민간)의 중간에서 서로를 연결하고 네트워크 구축, 역량강화, 정책연구, 컨설팅을 수행한다. 행정에서 직접 지원해도 가능해 보이는 역할을 굳이 센터를 새롭게 만들어 활동하게 하는 이유가 있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문제없이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관리적 측면보다 지역에 새로운 문화를 조성하고 활력을 키워내는 창조적 활동에 대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영광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201910월에 업무를 시작해 사무국장 1, 팀장 1, 팀원 2인 총 4명이 일하는 작은 센터이다. 센터의 설치 및 운영은 영광군청 인구일자리정책실 사회적경제팀에서 설치, 운영하는 직영센터이다. 2018영광군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고 2019년 전라남도 마을지원센터 설립공모에 선정되며 센터를 설립하였다.

센터의 가장 주요한 활동은 전라남도 마을공동체 활동지원사업 선정 공동체들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영광군의 마을공동체는 202028개소가 선정되었고, 2021년에는 30개소의 마을공동체가 선정되어 현재 활동 중이다.

영광지역의 마을공동체

전라남도 지역의 마을공동체 활동은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늦은 편이다.

전국에서도 가장 빠른 전북 진안군의 경우 마을만들기 사업이 20년이 넘었고 전라남도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이 없었을 뿐이지 영광지역에도 이미 다양한 마을공동체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다만 제도적 뒷받침과 조직을 갖춘 체계적 지원시스템이 없었을 뿐이다.

예전에는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 필요에 의해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유지되었지만, 지금은 자발적 공동체가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우리의 현실적 조건들이 공동체가 유지되기 좋은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의 공동체는 제도적 지원과 중간지원조직의 적극적 개입, 마을생태계가 필요하다.

동식물이 생존하기 위해 일정한 영역의 생태계가 필요하듯 공동체도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생태계 환경이 필요하다. 마을생태계란 육아, 먹거리, 주거, 의료, 문화, 안전, 돌봄 등의 다양한 주제로 형성되는 공동체끼리의 호혜적 관계망이다. 마을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해선 다양한 영역의 민간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영광지역 민간의 공익적 영역, 시민사회의 영역이 너무 협소하다.

영광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역점사업

2020년 하반기에 마을지원활동가 양성 아카데미 교육을 진행했고 3명의 마을지원활동가를 위촉해서 2021년 신규사업으로 영광군마을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지원활동가들은 2021년 공동체 공모사업을 진행하는 마을공동체에 대한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마을공동체란 결국은 사람이 전부다. 한 사람이 성장하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생기고, 그 관계들 속에서 활동과 사업이 생겨나기 때문에 마을공동체 지원이란 결국 사람의 성장을 위한 지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공동체사업이란 교육사업이고 문화사업이다.

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인원 4명으로는 영광지역의 마을공동체를 깊숙이 개입하며 도움을 주기 쉽지 않기에 마을지원활동가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

신생센터의 어려움

아직 2년도 되지 않은 센터이기에 가야 할 길이 멀다. 하고 싶은 건 많지만 예산도 인원도 전문성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한 가지 욕심내고 싶은 건 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지역에 꼭 필요한 센터로 인정받고 안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센터로 성장하는 것이다.

영광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행정직영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담당 공무원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센터의 설립에서 운영까지의 어려운 첫걸음을 뗀 상태이다. 직영체계는 안정적 운영이라는 장점과 함께 단점도 많아서 타지역에서는 직영으로 일정 기간 운영하며 준비과정을 거친 후 민간위탁으로 전환하는 추세이다. 영광지역도 마을공동체의 활성화와 주민자치 현장지원 체계 구축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운영방식이 타당한지에 대한 공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행정이 주도하여 지원사업이 많아지고 예산이 커진다고 건강한 공동체가 많아지진 않는다. 주민들이 주도해 공동체활동을 이끌어가고 행정은 이에 대한 적절한 뒷 받침을 할 수 있는 역동적 협력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행정과 민간이 대등한 관계로 만나 협력하고 서로를 보완 견제하는 민관협력의 거버넌스가 꼭 필요하다.

앞으로의 전망

세상 모든 일이 쉽게 변하지 않는데 특히나 사람도 마을도 잘 바뀌지 않는다. 마을에서 공동체를 일구는 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여 새로운 활동을 만드는 일이라면 한 두해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장의 성과목표가 아닌 늦더라도 제대로 가는 방향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1, 2년이 아닌 최소 510년 후의 변화를 목표로 하는 긴 호흡의 계획이 필요하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이 모여 주체적으로 자신의 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으고 반영해서 중장기계획이 세워져야 한다.

지금의 현실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마을의 문화를 바꾸고 상호호혜적 삶을 계획하는 것은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미지의 산을 오르는 일과 같다. 어떤 길이 있을지 어느 정도의 고난이 존재하고 얼마나 버텨야 목적지로 도달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등반이 될 것이다. 영광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누군가 그런 미지의 등반을 고민할 때 함께 할 동반자를 찾고, 새로운 경로를 세우고, 필요한 물자와 자원을 보충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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