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여민동락공동체 살림꾼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멀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 드라마 <시지프스>에 나오는 대사다. 인류의 역사는 코로나 '이전''이후'로 나뉠 것이다. 코로나 감염 사태는 특히 '교육' 분야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코로나는 중앙집권적이고 획일적인 학교 교육 체계의 민낯을 드러냈다. 과밀화, 집중화된 도시지역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환경이 되었다. 등교 중지에 따른 학습과 돌봄의 공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농촌 시골의 현실도 별반 달라지지는 않았다. 로컬 담론이 유행하고 농업 농촌의 가치를 재조명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눈에 띄는 정책 변화 없이 변죽만 울리고 있다. 학습과 돌봄의 공백은 아이들의 정상적인 발달과 성장의 위기를 초래했다. 돌봄과 보육의 부담을 전적으로 안게 된 부모들의 삶의 질도 추락했다. 부모의 소득과 재산에 따라 돌봄 격차가 커졌고 삶의 질이 양극화되었다. 코로나 상황이 만들어 낸 돌봄의 위기는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교육계의 '방과 후 돌봄' 책임 소재 논란도 여전하다. 충분한 소통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법제도적 정비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졸속행정으로 논란만 증폭시켰고 교육 현장은 날 선 공방을 되풀이하고 있다.

'방과후 돌봄은 교육의 영역인가? 아니면 보육의 영역인가?'에 대한 해묵은 논쟁에서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유엔아동권리협약'이 명시하고 있는 아동의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를 온전히 실현하기 위한 공적 돌봄 체계 수립은 아직 요원하다. 코로나 시대, 인간 본연의 가치인 '돌봄'의 중요성은 재평가되어야 한다. 교육과 돌봄의 위계적 구조를 넘어 '함께 돌봄'이 가능한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과 돌봄 사이에 존재하는 '위계성'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돌봄과 교육의 위계를 넘어 통합적인 모델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현 시대 돌봄의 시대 정신은 함께 돌봄이며 이는 존재의 근원적 양식이다. 돌봄 없이 교육도 없다. 위기가 상존하는 시대 공적 돌봄 체계 구축은 대단히 시급한 과제다. 민주주의는 돌봄의 격차를 해소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 돌봄의 사회성과 공공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협력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중앙과 지방의 권한과 책임의 배분, 학교와 지역사회의 권한과 책임의 배분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생태주의적 세계관은 '형평과 정의, 평화와 협력, 보편적 책임, 건강과 회복탄력성, 한도에 대한 존종, 자연과의 연계성과 깊은 관련을 맺는다. 생태주의적 세계관으로부터 파생되는 생태주의 교육은 자연, 사람, 마을, 학습의 네트워크로 이루진다. 새로운 교육체제는 단순히 공교육만을 통해서 실현될 수 없다. 공교육과 더불어 풀뿌리 민주주의 기반 정립, 시민사회의 마을공동체 네트워크 강화, 교류와 수평적 네트워크 확산으로부터 21세기 교육의 전환은 가능할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육은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변화시켜나가야 한다. 학교 혁신과 지역 혁신이 동시에 수반되어야 실질적인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인류의 생활양식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코로나 이후 도래할 미래에 새롭게 적응하는 게 관건이라고 한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교육적 가치와 내용은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한다. 미래 사회에 필요할 역량을 키우기 위한 새로운 배움은 어떤 체계에서 가능할 것인가? 공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며, 사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 등 무수하게 제기되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 교육의 희망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21세기는 새로운 지식과 가치를 창조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학습내용, 학습방법, 학습환경(공간)의 총체적인 혁신이 이루어지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학습법 대신 논리력, 사고력, 창조력, 표현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키우는 방향으로 학습과 배움의 방법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만약 '미래교육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미래를 만드는 '오늘의 교육'이라고 답할 것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미래에 관한 탁상공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발딛고 있는 현장부터 차근차근 바꿔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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