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영/ NH농협은행 영광군지부장

작년 영광관내 농·축협은 조합원들께 104억의 농자재 등을 지원하였습니다. 조합원 1인당 약 일백만원 상당에 도움을 드렸습니다. 세부내역은 영광농협이 벼·양파·고추·맥류 출하장려금으로 982백만원 등 1,998백만원 무상지원, 서영광농협은 벼· 보리 장려금 237백만원 등 808백만원 무상지원, 굴비골농협은 액비 등 농자재 226백만원 등 507백만원 무상지원, 백수농협은 벼 장려금 56백만원 등 408백만원 무상지원, 영광축협은 면역증강제 110백만원 등 1,070백만원 무상지원, 영광통합RPC 벼 출하장려금 350백만원, 군지부 1,320백만원 무상지원, 아울러 농·축협 이용고 배당 등 4,004백만원이 모여 총 10,460백만원의 도움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물들은 조합원과 영광군민들의 아낌없는 애용과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가능했습니다. 협동조합의 핵심자산인 함께하는 나눔의 정신, 소유자와 사용자가 같다는 효율성도 측면지원을 했다고 봅니다.

농협의 존재가치 성과물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저는 지금의 시대정신이 협동조합의 이념에 혹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삶에 돈이 중요하지만 생명인 것처럼 행세하고 신의 자리를 넘보며 역병처럼 이런 생각과 행동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초기 협동조합 선구자들은 민중교육과 풀뿌리 자치를 강조하고 협동조합 직원들이 늘 깨어있는 선각자가 되기를 희망했기에 농협은 임직원들에게 협동조합이념교육을 필수과정으로 이수하게 하고 있지만 시대정신 앞에 우리의 협동조합정신이 무뎌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몇 년 전 쿱택시협동조합의 몰락에서도 보듯 역사와 세월의 더께 한 꺼풀을 벗겨 보면 깨어있고 올곧게 실천했던 협동조합만 생존했던 교훈과 다시 만납니다.

저는 농협이념교육이 임직원들에게 농협 내에서 온전하고 지속적으로 실천되기를 권유하는 핵심사항은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의 사견입니다.

첫째, 사랑의 실천입니다. 농협은 직원들의 머릿속에 생각으로만 머물러 있는 사랑이 가슴으로 내려와 행동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많은 협동조합의 설계자들이 사랑에 기초한 협동조합을 건설하려고 했습니다. 영국의 로치데일소비자협동조합 설계자 - 크리스천인 윌리엄킹, 독일 신용협동조합의 선구자 - 독실한 루터교 교인 라이파이젠, 덴마크 농업협동조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그룬트비 목사,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정신적 지주 - 호세 마리오 신부, 한국 협동조합의 모태가 된 원주신협과 한살림을 키워낸 지학순 신부와 장일순 선생 등입니다. 협동조합을 설계했던 이 분들의 공통점은 사랑과 정의라는 핵심정신이 협동조합에 실현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이 분들은 자본보다는 사람, 경쟁보다는 협동과 공동선을 중시했습니다. 우리 임직원들은 협동과 연대를 실현하고,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며 다수를 위한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섬김과 나눔의 정신이 협동조합에 온전히 정착될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둘째, 보이는 이익과 도착예정인 이익을 동시에 중시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링컨 대통령의 공통점은 대통령이 되기 2년 전에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십니다. 낙선이 너무도 확실한 지역구에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돈도 조직도 없는 그저 비주류의 정치인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힘은 바른 정치를 실천하고 보이는 이익보다 보이지 않는 이익을 선택했던 요인도 컷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농협임직원들도 운동가로서 농업인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일관되고 우직하게 조합원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최 접점에서 택배 받는 손길과 눈길은 가져 오신분의 마음 편이어야 하며, 비료 한포 전하는 과정이 헌신적이어야 합니다. 우리의 조합원님에 대한 마음 헤아림과 헌신이 깊어질수록 조합원님의 협동조합 사랑은 더 커져 갈 것입니다.

셋째, 늘 담쟁이처럼 서로에게 힘이 되고 함께해야 합니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느낄 때, 물 한 방울 없는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서두르지 않고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시인(도종환)의 말씀처럼 함께하면 우리는 탁월해질 수 있습니다. 최초로 성공한 로치데일은 협동조합 운동 확산에 기폭제가 됩니다. 로치데일 협동조합 성공의 핵심 요소는 28명의 조합원이면서 직원들이 공동체 건설이라는 원대한 꿈에 도달하기 위해 과거 실패사례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함께하는 이념교육 등 다양한 노력을 전개합니다. 농협 임직원들은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조합원과 농업 · 농촌을 위해 현안사업을 묵묵히 그리고 끝내 이루리라는 신념으로 근무해야 합니다. 협동조합정신을 현실에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시인의 말씀처럼 조합원과 임직원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담쟁이처럼 함께하는 정신이 꼭 필요합니다.

협동조합은 혼돈의 세상 속에서 세상을 비추는 등대가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마음들이 모이고 모이면 우리는 등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운동체이면서 동시에 사업체인 협동조합의 주력동력인 직원들이 직장인이지만 협동조합 운동가라는 신념을 제공할 것입니다. 이런 마음은 협동조합 직원이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가 성직에 가깝다는 마음도 생기게 하고 일의 의미를 더욱 자각하게 도울 것입니다. 왜 일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을 것입니다. 직장생활을 통해 가족도 부양했지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었다는 자아실현 이루는 우리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저의 걱정이 쓸데없는 허언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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