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백학마을 공동체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접근으로 지역을 활기 있고 역동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행복한 우리 마을을 만들기 위해 기쁨은 나누고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마을공동체가 맥락을 함께한다. 나와 이웃이 함께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마을공동체사업의 추진과정과 주민들의 변화된 삶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여성의 힘으로행복이 꽃피는 백학마을

마을공동체에서 여성이 하는 역할은 다양하다. 동네잔치, 행사, 나들이 등 마을주민들이 모일 때면 장을 봐 음식을 준비하고 경로당, 마을공간들을 청소한다.

마을활동에서 여성의 역할은 매우 크고 중요하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역할을 너무도 당연시 여긴다는 점이다. 그처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그에 맞는 평가와 존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많은 마을에서 여성들은 일할 의무는 있되 권한과 지위는 없는 상태이다.

오늘 소개하는 꽃피는 백학마을 공동체는 여성이장의 리더쉽으로 마을을 변화해가고 있는 마을이다.

영광읍에 위치한 백학마을은 주민숫자가 1,100명이 넘는 마을이다. 백학마을공동체는 2020년부터 2년째 마을공동체 활동을 펼치고 있고 그 활동의 중심에는 임춘자 이장이 있다. 백학마을 공동체 활동의 핵심키워드를 생각해보면 여성중심”, “봉사활동”, “마을안전이렇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백학마을의 첫 번째 활동은 중앙초등학교 후문 쪽 등하교길을 정비하는 활동이었다. 매우 좁은 골목 후문으로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학생들의 하차 위치에 불법주차 차량들이 많았고, 쓰레기 상습 투기지역이었다. 학생들이 매일 지나치는 골목은 낡고 좁아 지저분하고 불편했다. 백학마을공동체에서는 불법주정차 위치에 대형 화분을 놓고 꽃을 심어 학생들의 등하교 공간과 환경을 개선했다. 낡은 벽을 정비하고 예쁜 벽화를 그렸고, 올해에는 높고 가파르던 계단까지 정비를 마쳤다. 학생들은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고, 학부모들은 마주칠 때마다 감사의 인사와 함께 음료 과일 등을 가져오셨다 한다.

두 번째 활동은 마을안전순찰활동이다. 마을안전순찰은 임춘자 대표가 2018년부터 개인적으로 시작해서 부녀회원들과 함께하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녀회원들이 주 3회 순번을 정해 영광읍 백학리 일대를 저녁 시간에 순찰하는 활동이다. 안전에 가장 취약한 노약자, 여성들을 위해 부녀회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활동이다. 지금은 영광읍파출소와 연계되어 마을순찰이 없는 요일은 경찰차가 마을순찰활동을 한다고 한다.

세 번째 활동은 마을안전지도 제작이다. 마을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이 직접 마을의 안전, 위험요소를 찾아내어 표시하고 함께 공유하는 활동이다. 마을안전지도는 올 하반기에 강사를 초청해서 함께 교육을 듣고 주민들과 활동계획을 세워 제작할 예정이다.

여성참여가 높은 마을공동체일수록 공동체의 지속성, 갈등해소, 단결력이 뛰어남을 자주 보게 된다. 여성들의 보편적 특성들이 마을공동체활동과 잘 결합하기 때문이다. 농촌과 마을이 여러 가지 위기에 봉착했다는 얘기들을 한다. 그 위기를 가장 잘 돌파할 수 있는 이들에게 더 많은 권한과 역할을 주어야 한다. /류일만 영광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 사무국장

 

꽃피는 백학마을 공동체 임춘자 대표

마주치면 환하게 인사하고 허물없이 지내는 마을 되길

2년차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마을활동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저는 원래 이장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어요. 마을에 세대 차이가 느껴질 만큼 고지식한 어르신들이 많으셔서 처음 여자 이장에 대한 반대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부녀회 회원들이 이제 세상이 바뀌었는데 여자여서 안된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적극적인 지지를 해줬습니다. 그래서 투표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장직을 수락해서 지금 4년째 이장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많은 분들이 마을에서 여자가 설치고 다닌다며 싫어하셨습니다. 저는 마을 구석구석의 처리해야 할 일들을 찾았습니다. 불이 꺼진 가로등을 고치고, 위험한 곳들은 CCTV를 요청하고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나 도움을 연계하였죠. 묵묵히 마을의 어려움들을 하나하나 해결하였더니 주민들의 신뢰가 쌓인듯합니다. 이장직 3년이 지나 다시 이장직을 하려 할 때는 주민들 200명 정도가 직접 찾아와 동의서에 서명을 해주고 가셨습니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불편해하거나 부정적으로 대하는 주민들은 없으신가요?

어르신들은 이런 활동이 군청에서 수당을 받거나 일당을 받기 때문에 한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행이도 저는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는 사람이라 그런 오해를 덜 받는 편이죠. 마을을 위해 본인의 시간과 노력을 내어서 하는 활동들이 그런 취급을 받을 때는 속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다 알게 되더라구요. 활동을 하는 중간중간 기회가 될 때마다 주민들, 특히 어르신들께 올해 받는 사업비가 얼마이고 그 돈을 어떤 어떤 활동에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안내드리고 있습니다.

백학마을의 장점, 좋은 점에 대해 얘기해주신다면?

엘리베이터가 없는 저층아파트만 6개가 있고 영광읍에서도 예전부터 아주 가난한 동네였죠. 마을 중심의 만남의 광장은 예전에는 방죽이 있던 곳이었고 그 앞에 큰길들은 다 하천이였습니다. 현재의 중앙초등학교 주변이 옛날에는 거지촌으로 불렸던 지역이기도 합니다. 서로 갖은 게 없어 가난하지만 마을을 위해서 잘 뭉치고 인심도 좋은 마을입니다.

백학마을의 활동이 환경지킴·야간안전순찰·안전지도 등 마을안전과 관련한 활동이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운동을 좋아해서 저녁 먹은 후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산책을 하는데 마을 구석구석이 어둡고 우범지역이 너무 많았습니다. 특히나 중앙초등학교는 학교건물 뒤편이 너무 어두워 청소년들의 일탈의 현장이기도 했구요. 밤에 동네를 돌아다니며 워낙 험한 꼴들을 많이 봐서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남편을 설득해서 함께 마을야간순찰을 시작했죠. 그런데 남편도 모임이나 친구가 많은 사람이라 함께 못 할 때가 많아서, 부녀회에 가서 도움을 요청했는데 5명이 함께 하겠다고 해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마을야간순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영광읍파출소와 협조를 해서 우리가 순찰을 안하는 요일은 경찰차가 마을을 순찰하는 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백학마을 활동의 대부분이 봉사활동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봉사활동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1999년에 고향생각주부모임활동을 하면서 봉사활동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집에서 살림만 하는 주부들이 많아서 낮시간에는 활발하게 모이고 활동도 많이 했죠. 그런데 지금은 주부들이 요양보호사, 간병인, 해설사, 어린이집 이런 일자리들에서 대부분 일을 하게 되면서 주부봉사활동은 많이 위축되었습니다.

저는 봉사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에게 좋은 평을 얻기 위해 하는 활동이 아니라 자연스레 그냥 하는 일, 습관처럼 하는 일이여야 합니다.

앞으로 마을에서 꼭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제가 마을에서 해보고 싶은 마지막 꿈이 하나 있습니다. 많은 세대가 이용하는 경로당을 만드는 일입니다경로당의 일정 공간에 책을 진열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서 지나다니는 청소년들도 이용할 수 있는 경로당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맞벌이하는 부모의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경로당으로 하원을 하면 동네 어르신들이 부모가 퇴근하기 전까지 아이들을 돌봐주고, 결손가정이나 어려움이 있는 가정의 아동 청소년들이 공부하며 놀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해주신다면?

마을공동체활동으로 통학로개선, 마을벽화, 마을순찰 등의 활동을 하며 다양한 경험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원사업을 하며 회계나 정산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는데 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우리와 함께 가는 포근한 동반자라고 여겨집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가며 점차 게을러지고, 하고 싫고, 지친다는 느낌이 듭니다. 지금 하고 있는 자전거가게도 정리하고 싶은데 영광읍에 자전거 수리가 되는 자전거포가 여기밖에 없어서 유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다양한 활동과 역할을 하며 여성이여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여성 특유의 친화력으로 포용하며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부안에서 영광으로 시집왔을 때 동네사람들은 무섭고 모든 게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과 가까워지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동네에서 마주치면 환하게 인사하고 서로 허물없이 지내는 마을, 대문을 열고 다녀도 괜찮은 마을, 서로를 위하는 화목한 마을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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