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수/ 영광농협 조합장

지난 1980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쓴3의 물결에서는 디지털미디어와 통신 혁명으로 집에서도 업무가 가능해지는 미래, 탈집중화, 분권화 할 세계를 그렸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보편화 되고, 화상교육이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예언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라면 대 도시로 집중되던 인구가 농촌으로 분산되었을 것인데 예측과 반대로 전 세계 도시화는 가속 됐으며, 농촌은 저 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그 심각성이 도를 넘은지 오래다.

지난해 농가소득이 4,503만원으로 역대최고를 기록했다는 2020년 농가경제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조사방법, 표본농가 선정등 문제점은 있다지만 모처럼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된다. 2020년 초 농촌경제 연구원의 농가소득 전망치가 4,500만원으로 발표 되었고, 3만원의 차이나는 수치가 나오고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농업인들이 느끼는 체감온도와는 차이가 난다는 생각이 교차된다.

신문에서도 지적이 있었지만 대다수의 농가들은 통계청의 발표에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가 다수를 차지하는 것 같다. 농가소득(4,503만원)은 농업소득(1,182만원), 농업 외 소득(1,660만원), 이전소득(1,426만원), 비경상수익(235만원)으로 구분 산출하여 합산하는바 공익 직불금중 소농 지급액 증가로 이전소득이 증가되고 축산부분에 호황으로 농가소득이 일정부분 상향 되었다고 하지만 경종업과 과수농가는 이상기온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대다수 차지하고 있어 전체 소득에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는 점은 뭔가 석연찮은 느낌을 갖게 한다.

우리는 정부기관의 발표를 당연히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하지만 조생종 양파 경작면적과 예상 수확량 계산을 과소 계산(통계청 수치)하여 부랴부랴 양파를 수입하고 나서 가격이 너무 하락하자 정부가 다시 비축 수매하는 일련의 믿을 수 없는 일이 있다 보니 이번 발표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서글픈 현실 속에서 농업인들은 살아가고 있다.

정부는 정확한 수치로 발표를 해야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을 할 때는 정확한 수치보다는 경험의 축척, 주변 동향만으로도 정확한 통계수치 없이도 어림짐작 하면서 살아가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우리들은 매사를 수치로 표현하지만 수치보다 더 와 닿는 것은 현장의 체감 온도다. 통계청 발표가 농가소득이 역대최고치를 기록 했다고 해서 농촌으로 가서 살아야겠다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문제는 간단하게 해석 할 수 있다.

농촌이 살기 좋고 먹고 살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부모/형제/친척/친구가 오도록 종용하고 안내 할 것이다. 필자부터 도시에서 살던 선후배들이 직장퇴직 후 귀촌하겠다는 생각을 말할 때면 건강 생각해서 내려오는 것을 백번찬성 하지만 생계를 위한다면 절대 내려오지 말라고 한다. 지금도 농촌에서 생계를 꾸려가고자 하는 젊은이, 학교졸업 후 정착하는 젊은이, 귀촌해서 부모와 같이 농사 짖는 젊은이는 간간히 주변에서 볼 수 있다. 그들은 비교적 대농인 자녀, 축산업을 하는 자녀 이외는 다른 유형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왜일까? 그 그룹은 농촌이지만 먹고 살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 외의 농촌, 농업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암담하기만 하다.

경자유전의 원칙을 정부가 강요하지 않아도 농사지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으면 농사 짖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겉으로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속마음은 식량안보를 대비하자는 생각 이외 농업인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비중이 얼마나 있을까?

농가소득은 제 자리 걸음 하고 있고 도시근로자와 농업인의 소득격차는 갈수록 늘어나고 고령화와 이농에 치솟는 인건비, 기후변화에 의한 자연재해로 작황은 부진한데 물가 상승의 주범이 농산물인 듯 호들갑을 떤다.

우리 속담에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린다는 말이 있다. 최악의 상황이 되었을 때 비로소 뉘우친다는 뜻일 것이다. 예전 기고에서도 인용을 했었지만, 영국은 자유무역의 확대를 위해 1846년 곡물법을 폐지했다. 자국 농산물을 보호하기 위한 견제 장치인 관세부과가 없어지자 외국 농산물이 밀려들었고 밀 자급률이 19퍼센트까지 떨어진 후 2차 대전시 독일의 해상봉쇄로 극심한 식량난을 겪는 고통을 당한 후에야 농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농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 현재는 식량 자급률이 90%로 식량 수출국 대열에 서 있다.

농업을 홀대 하다 보니 농촌은 공동화가 되고 학교는 폐교가 늘어나는데 도시는 과밀학교 문제로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하고 있고 부동산은 정부의 극약처방에도 속수무책으로 진정될 기미가 없다. 코로나 사태 후 금리가 인상될 때 그 후유증은 심각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 그저 모두가 눈앞의 돈벌이에 정신이 없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는 망치만 사용하는 사람은 모든 문제를 못으로 바라본다고 했듯이 현 상황에서 경제적인 잣대로만 농촌과 농산물을 바라보는 경제관료 들의 시각이 아쉽고 서글픈 뿐이다.

커피한잔이 5,000원에서 1,000원이 올라 6,000원이 되어도 인상률은 20%가 되고 밥한 공기가 250원에서 50원이 올라 300원이 되어도 인상률은 20%가 된다. 숫자와 퍼센트(%)에 익숙한 우리들은 몇 십년씩 제 자리 걸음 하다가 농산물 값이 조금만 올라도 몇 % 인상되었다는 표현으로 호들갑을 떨고 그것을 기다리던 업자들은 먹이를 본 하이에나처럼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수입을 한다. 애써지은 농산물이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아픔으로 지속될 때 그 종착역은 우리 국민 모두의 고통으로 돌아감을 우리 모두 인식 하기를 바랄뿐이다. 통계당국의 수치가 어떻게 나오느냐 보다는 농촌에서도 돈벌이가 될 때 돌아오는 농촌이 될 것이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생명창고 농업도 활기를 찾고 우리국민 모두가 행복하게 될 것이다. 하루빨리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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