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랑마을 · 법성 북적임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접근으로 지역을 활기 있고 역동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행복한 우리 마을을 만들기 위해 기쁨은 나누고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마을공동체가 맥락을 함께한다. 나와 이웃이 함께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마을공동체사업의 추진과정과 주민들의 변화된 삶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서로 시간과 공간을 나누며 더불어 삽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지점에는 ‘함께’라는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그 존재가 장소가 될 수 있으며 또 활동일 수도 있다.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큰 가치는 바로 시간과 장소의 공유라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똑같은 24시간 중 이웃과 더불어 함께 노력하는 시간을 낸다는 것, 사회와 함께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나만의 공간이 아니라, 내가 향유하고 있는 공간에 누군가 와서 함께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것, 나의 품을 내어주는 배려의 마음이다.

정신장애인들과 함께 사회 통합을 이끌어내는 하랑마을,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사회 참여를 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에서 장애인을 받아들이는 선입견, 그리고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 제도, 시설 등이 존재하는 곳 또한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일반인들처럼 사회에 쉽게 나와 참여하는 일이 결코 쉽지가 않다. 이를 극복해내기 위해 이승현 실무자는 정신장애인들이 직접 사업자를 내고 책임감 있게 사회에서 제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장애인이라 도움을 받는 존재로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로 사회에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임을 이번 활동을 통해 알리고자 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옛말이 있다. 나도 모르게 조금씩 스며드는 그런 활동이 바로 법성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적임이다. 홍농중학교에서 진행했던 학부모 독서 모임에서 지금은 주민 독서 모임으로 확산되어 진행하고 있다. 매달 책을 선정하고 책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를 통해 개인의 생각을 공유하게 되고 이 공유가 곧 삶의 공유로 이뤄진다. 개인주의 삶이 확산되고 있는 요즘 시기에,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자기 시간을 내어 삶을 공유하는 그 시간이 매우 귀하게 느껴진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적극적으로 내어주려고 하는 마을 공동체가 있다. 두 공동체의 삶을 살펴보며 우리 사회 안에서도 서로가 갖고 있는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는 사람들이 보다 더 늘어나길 바라본다.           /김동광 교육홍보팀장

 

“시설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로 함께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길”

하랑마을 김정호 대표·김영훈 회원

◆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 정신장애인들의 자립과 자주를 위해서는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고 역할을 부여받아 살아가는 삶이 필요합니다. 하랑마을은 이번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활동을 당사자의 자치능력을 기르고 사회참여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장애인분의 사회참여 발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합니다. 

◆ 지난 상반기 활동하신 내용 간단하게 말씀해주신다면?
◇ 지난 상반기에는 요리활동과 마을공동체에 대한 강의 그리고 자신의 성향을 알아보는 MBTI 검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시설에서는 프로그램에서도 종종 함께하는 활동이 있었지만, 당사자가 사업의 대표가 되어 기획하고 함께 준비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고, 의견이 반영되는 활동을 할 수 있어 매우 좋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청연 노재희 대표의 공동체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공동체의 필요성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마을활동을 하면서 만난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어떠하신지?
◇ 모든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현재 대표님과 서기님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니, 이 두 분이 구심점이 되어 활동에 활력이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참여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오지 못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을 땐 그분들이 마음이 열릴 때까지 계속 기다리며 함께 하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마을에서 꼭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 많은 분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눠 먹는 일상이나 공동작업을 할 수 있는 활동을 꿈꿉니다. 누구나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일상이 늘 있었으면 합니다. 장애인들이 시설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 시설을 품고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들도 마을로 나가 마을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서로 공생하는 그런 마을 활동을 생각합니다. 

◆ 마을 공동체의 필요성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 장애인과 일반인 구분 없이 누구나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기반이 마을 공동체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설에 있는 장애인이라 하여 도움을 받는 존재로서 있는 것보다, 자신 삶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로서 사회에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공동체를 꿈꾸는 주민분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 공동체 지원사업들이 많이 있는데, 사업을 소모성으로 생각하는 것보단 공동체를 꾸리고 지켜나가는 과정에 의의를 두며 배워간다고 생각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성과를 이뤄내는 일은 단기적으로 이뤄낼 수 없으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조금씩 일궈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모습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바로 공동체를 이뤄가는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개인 사유의 공유가 곧 삶의 공유로 함께 하기”

북적임 박인숙 대표

◆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 제 막내딸이 홍농중학교 재학할 무렵 당시 홍농중학교 황인홍 선생님께서 독서모임을 주선해주셨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엄마들의 독서모임으로 참여 대상자 폭이 좁았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가면서 참여자와 연령대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현재 6년째 이어오는 활동으로 이번 공동체 지원사업을 통해 모임을 이어갈 수 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지난 상반기 활동하신 내용 간단하게 말씀해주신다면?
◇ 지난 상반기에 읽은 책은 이석기 저자의 「새로운 백년의 문턱에 서서」, 최진석 저자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 매트헤이그 저자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등을 읽었으며 진성 둘레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다가오는 요번 8월에는 영화 감상과 플라톤의 대화모임 도서를 읽을 예정입니다. 

◆ 마을활동을 하면서 만난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어떠하신지?
◇ 처음 1~2년에는 서먹했었는데, 3, 4년이 지나니 서로 유대 관계가 생겨 모임이 오래 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황인홍 선생님께서 진행하실 때는 한수원 지원사업도 받아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덜하였는데, 염산중학교로 전근을 가신 뒤로는 지원을 못 받아 자비로 운영을 2년 정도 진행을 하였습니다. 자비로 운영을 하며 유지하니 관계가 더욱 지속되어 돈독한 모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회원은 11명이지만, 평균 8명 이상 참여하고 있습니다. 

◆ 활동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으셨는지?
◇ 신입회원을 모집할 때 부담스러워하시는 회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들 관심은 많이 가지시지만, 실제 참여하기까지 오는 경우가 드뭅니다. 책을 나누다 보면 개인의 삶까지 함께 공유하게 되다 보니 부담도 있지만, 책을 읽지 않아도 모임에 오고 싶다 하면 언제든지 올 수 있도록 모임을 개방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연령대가 다양하게 오다 보니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가치관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점이 있습니다.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게 오다 보니 이 사이에서 발생하는 작은 갈등들도 있지만, 연령대가 많은 분들께서 젊은 분들을 품어주시고 젊은 세대를 더욱 이해하려고 해주셔서 함께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 마을에서 꼭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 지금은 독서모임을 유지하고 있지만, 향후에 한다면 아이들과 어르신들에게 책을 읽어드리는 활동도 해보고 싶습니다. 학교 앞에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면, 아이들이 편안하게 와서 책을 읽거나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더불어 지역주민들을 위해 좋은 책이 있으면 함께 나누고, 저자를 초대하여 북콘서트 같은 형태로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 마을 공동체의 필요성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 원래 영광에서 태어났지만, 29년을 도시에서 살다가 다시 귀향을 하게 되었습니다. 귀향했을 때 느꼈던 시골의 모습은 옛날의 시골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년과 달리 여유 있지 못한 삶을 살아가다 보니 서로에게 내어줄 수 있는 품이 없는 모습이 아쉬웠습니다. 그럴수록 공동체의 힘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 얼굴을 대면하고 유대 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으로써 다시 동네에 인정이 있고 품을 내어주는 여유 있는 마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상적인 공동체의 모습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 요즘은 개인주의의 성향이 더욱 도드라지는 시대입니다. 서로의 삶보다는 개인의 삶을 중심으로 살아가지만, 함께 사는 마을에서 서로에게 관심을 주고 협력하며 함께 나누는 삶이 진정한 공동체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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