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접근으로 지역을 활기 있고 역동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행복한 우리 마을을 만들기 위해 기쁨은 나누고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마을공동체가 맥락을 함께한다. 나와 이웃이 함께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마을공동체사업의 추진과정과 주민들의 변화된 삶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영광군 마을공동체 특집을 마무리하며

6월에 시작한 마을공동체특집이 이제 마지막회이다.

영광군 마을공동체들의 주요활동을 통해 마을공동체의 필요성과 의미를 정리해보고자 시작한 특집이였다. 어느 정도 정리된 부분도 있고 여전히 많은 과제만 확인한 부분도 있다.

 

불갑면 부춘리 당산나무
불갑면 부춘리 당산나무

마을에 대해 알자(마을자원조사)

요즘 영광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4개 마을을 선정해 마을자원조사를 진행 중이다. 마을자원조사는 마을이 생겨나게 된 유래, 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파악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도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존재하는데 마을은 오죽하겠는가.

마을자원조사는 자연자원, 역사자원, 문화관광자원, 공동시설과 주민조직등의 공동체자원, 과거와 현재의 인적자원, 농업, 산업경제적 자원들을 파악하고 기록한다. 보통 마을에 가서 자원을 알려달라 하면 대부분 그렇게 대단한 건 우리 마을에 없다고 얘기하신다. 오랜 시간 마을에 사신 분들은 너무 익숙해서 그런 자원의 중요성을 잘 모르신다. 마을자원을 객관화할 수 있는 외부자의 관점이 필요하다.

마을자원조사는 사전조사(문헌조사, 인터넷 검색, 인구현황)를 통해 정리된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주민들과 현장조사를 진행한다. 인터뷰, 마을탐방, 지도분석 및 지명표기 등의 현장조사를 진행 후 최종 자료로 정리한다. 이 결과물을 바탕으로 마을자원지도나 마을영상을 제작할 수도 있고, 마을발전계획 수립의 기초자료로 사용된다.

마을자원조사가 필요한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마을자원조사는 주민이 마을을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마을자원은 마을을 형성하고 살아온 토대이자 삶의 흔적이다. 과거 선대들의 업적이며 상처이기도 하다. 그런 삶의 흔적을 알고 나면 매일 보던 마을도 이전과 다를 것이다.

두 번째 마을자원조사는 마을계획을 수립하는 근거가 된다.

마을공동체활동을 하며 마을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 가야 할지에 대한 계획 수립과정과 전체 주민들의 동의과정이 필요하다. 마을자원조사는 마을계획을 수립하는 기초 과정으로서 마을계획의 공공성을 결정하는 근거자료이며 그 자체로 마을계획을 수립하는 주민활동이다. 마을조사 과정에서 주민들의 이해도, 욕구가 드러나고 합의와 토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주민이 참여하도록 조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세 번째 마을자원의 체계적 보존, 관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다.

마을단위의 역사, 유래, 문화·인적 자원들은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읍지, 면지 등의 향토사 지역사에 대한 간행물도 많은 지역에서 맥이 끊겼다. 지금 마을에 계신 어르신들이 돌아가실수록 마을의 역사도 함께 사라진다. 마을의 역사를 남기고 기록하는 작업이 꼭 지역에 필요한 이유이다.

 

생활 안에서 함께 하는 공동체

공동체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공동체=유토피아적 대안공동체나 생태공동체로 여기기 때문이다. 세상과 담쌓고 자신들만의 세상을 사는 공동체를 공동체의 원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이나 행동 또는 목적 따위를 같이하는 집단이다. 사람들이 공동으로 모여 만든 집단을 의미하기에 공동체의 범위는 상당히 넓다.

공동체가 낯선 또 다른 이유는 오늘날 우리가 공동체적 문화를 상실한 탓이다. 현대사회는 효율과 경쟁을 통한 각자도생의 삶을 지향한다. 그리고 이런 삶이 완전하지도 안전하지도 않음을 알고 있다.

마을공동체는 가족을 넘어서는 지역과 마을에 사회적 관계망을 만들기 위함이다.

국가는 고령화, 질병·재해, 실업과 같은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 안전망이 보호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너무 많다. 그런 어려움은 보통 사적 관계들,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도움을 받거나 해소한다. 아무리 사회가 고도화되고 사회복지가 발달한다 하더라도 인간과의 관계를 통해 풀리는 갈증이 존재한다.

 

마을의 주인은 주민

마을공동체는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무슨 무슨 지원센터, 컨설팅회사, 관련 공무원, 교수, 퍼실리테이터 등 이런 사람들이 기껏 할 수 있는 건 정보를 제공하며 보조하는 역할에 불과하다.

실제 공동체를 일구고, 일을 만들고, 관계와 협력을 쌓는 건 마을의 주인인 주민들의 역할이다.

마을에서 함께 살기 위한 길을 찾고 방법을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삶,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고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면 가장 먼저 가까운 이웃,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해보길 권하고 싶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인 나태주)

마을도 그렇다. 자세히 보고, 이것저것 찾아보며 공부하고, 말을 걸고 머리를 맞대어 보아야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영광군의 마을들이 시끌벅적, 지지고 볶으며, 여기저기서 꿈틀대는 그날이 오길 기대한다/류일만 영광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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