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전 홍농농협 조합장

우선 우리나라 농가인구의 절반이상이 여성농민인데 농촌에서 여성들은 단순히 살림만하는 가정주부가 아닌 상황이다. 상당수가 가사와 힘든 농사일까지 12역을 묵묵히 그리고 당당하게 해 내고 있는 실정이다. 2019년 기준 전체 농가인구 가운데 여성은 114만명(52%)으로 남성보다 4만명이 더 많다. 이제 여성농민이 없는 농업, 농촌은 더 이상 상상할 수도 없지만 여성농민들은 이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

최근 우리나라 실정으로 볼 때 정치분야는 물론이고 스포츠분야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서젠더갈등(성별간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농촌지역은 아직까지도 남성중심 풍토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실정이라 알게 모르게 여성농민들이 홀대와 차별을 받고 있는게 현실이다. 성평등문제가 확산해 농촌지역에서도 분란거리가 되지 않도록 여성농민들의 역할을 인정하는 인식변화와 권익향상을 뒷받침하는 다양하고 지혜로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농촌여성을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독박가사라 할 수 있는데 힘겹게 농사일을 한 후 집에서 가사까지 온전히 혼자 힘으로 해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기에다 마을의 각종 대소사 역시 빠짐없이 챙겨야 하니 한마디로 과부하가 걸리기 십상이다. 한편 성평등 교육을 통해 농촌의 가정과 사회에 만연한 여성의 차별적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아울러 남성들은 여성농민이 단지 그들의 보조자라는 지금까지의 잘못된 인식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최근 우리의 세태가 너무도 빨리 변하면서 세상이 바뀌고 있는 만큼 남성들도 과감히 변해야 한다.

특히 농사짓는 여성에 대한 지원도 시급한 실정이다. 여성농민은 대게 밭농사를 주로 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밭작업 기계화는 사실상 더디고 더욱이 여성친화형 농기계 개발은 아직까지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다 아이들 돌봄 역시 마찬가진데 우선 육아 및 보육시설이 태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아이를 마음놓고 맡길 곳이 없으니 몸이 열 개도 부족하다는 푸념이 나올만한 상황이다.

더욱이 상시 일손부족으로 여성농민들의 노동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실정 역시 당연하다고 보지만 무엇보다 현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여성농업인 특수 건강검진제 도입예산은 올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아 여성농민들을 실망시킨 결과가 됐다.

한마디로 여성농민은 농업 주체이면서 농촌지역 사회의 중추적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이에 걸맞는 대우와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자원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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