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규 시인

이흥규 시인
이흥규 시인

영광군 백수읍 길룡리는 원불교의 교조인 소태산 박중빈(朴重彬) 대종사가 태어난 곳이다. 그는 189155일 박회경(朴晦傾)과 유정천(劉定天)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는데 그의 성장 과정과 대각의 배경에는 신화 같은 이야기들이 전해오고 있다.

백수읍 길룡리는 구호동(九虎洞)이란 지명으로도 불리는데 구수산(九岫山-375m)에서 벋어 내린 아홉 개의 지맥이 모두 호랑이 형국으로 소태산이 대각을 했다고 하는 노루목의 노루 한 마리를 아홉 마리의 호랑이가 노리고 있는 모양이어서 얻은 지명이다. 인걸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의 영향을 받는다는 논리는 동서양인 모두가 가슴속에 지닌 생각이지만 특히 동양에서는 풍수가 인걸을 만든다는 밑음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이 길룡리는 7개의 자연부락으로 되어있으나 특히 옥녀봉 아래의 영촌(靈村)이란 마을은 이 고장 사람들이 신령스러운 마을로 여기며 소태산이 태어난 마을이다.

그의 선대에는 밭 4,000여 평과 논 1,000여 평을 짓고 사는 중농이었다. 그런데 중빈이 10세 때인 1,900년에 대 홍수로 전답이 휩쓸려 떠내려 가버리는 바람에 이곳에서 300m가량 위에 있는 구호동으로 옮겨와 살았다. 열 한 살 때 시월에 시제를 지내는 군서면의 북종산으로 따라갔는데 선영의 묘에 제상을 차리기 전에 산신제를 지내는 것을 보고는

아버지! 선영에 제사 지내기 전에 왜 산신제를 먼저 지냅니까?”

하고 여쭈었다. 그의 부친은 어린아이가 기특하다고 생각하며 산신은 이 산을 주재하는 신으로 할아버지보다 더 능력이 있는 신이므로 먼저 제사를 올린단다.”하고 일러주었다. 그 후 그는 산에는 능력 있는 산신이 계시는 것으로 믿었다고 한다.

예로부터 삼두구미(三頭九尾)에 만인가호지지(萬人可浩之地)란 말이 전해 내려온다. 백수에는 <용머리> 등 머리라는 지명이 세 곳이 있고 구시미, 대치미, 동백구미 등 <구미>라는 지명이 아홉 곳이 있다. 그만큼 백수읍은 만인이 복을 누리며 살 수 있는 고장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모든 사물에 의문을 품고 깊이 생각해 보는 습성이 있었던 소년 중빈은 산신이 신력이 있다는 말을 들은 뒤 구호동 서당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그의 집에서 3km 거리의 개미 절터(일명 삼밭 재)에 있는 10여 평 남짓 크기의 마당바위에 올라앉아

산신령님이시여! 나타나시어 저에게 가르침을 주소서.”

하고 5년이나 마음을 수양하고 기도드렸으나 산신령이 나타나지 않음으로 20세 때에는 귀영바위로 옮겨 기도하다가 24세 때 다시 노루목이란 곳으로 옮겨와 수련을 계속했다. 이 노루목은 그가 태어난 영촌마을로 가기 전에 뽕나무밭이 많은 잠실에서 바라보면 빤히 보이는 곳으로 노루목에서 바라보면 옥녀봉의 커다란 바위 절벽이 신령스럽게 보인다. 그는 이곳에 초막을 짓고 2년을 수도하던 중에 26세 때인 1916428일 새벽에 스스로 즉심시불(卽心是佛)의 원리를 터득했다고 한다. 도를 깨친 그는 <만물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외치며 동지를 규합하여 옥녀봉 밑에 구간도실(九間道室)을 짓고 수도 하면서 마을 밑 와탄천 가에 간척 사업을 벌였다. 동지 9명과 함께 1년 만에 26천여 평의 간척지를 완성하고 1923년에 지금의 원불교 영산출장소가 있는 범현동으로 옮겨 영산원을 지었다. 1972년 원불교에서 세운 <만고일월(萬古日月)>이라는 기념비를 세운 곳이 바로 소태산 박중빈의 대각 터다.

이듬해 그는 전북 익산으로 옮겨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전파하기 위해 엿 행상을 하고 동양척식회사 소작을 하며 포교에 힘쓰다 194353세의 나이로 운명하였다. 소태산이 바라보며 대각을 얻은 옥녀봉 절벽에는 일월의 상징이자 원불교의 상징인 원(동그라미)이 그려져 있다. 원은 우주의 근본이다. 일월도 지구도 우주도 모두 원이다. 흐르는 세월도 원이며 지구상의 만물이 태어나고 죽는 것도 돌고 도는 하나의 회자 되는 굴레이며 보이지 않는 원이라고 할 수 있다. 원불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소태산은 옥녀봉 정기를 받고 태어난 인물로 이곳을 만인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만든 전설의 인물이라고 말하며 특히 원불교 신자들은 이곳을 영혼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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