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영/ 농협 영광군지부장

최근 농업계는 군방부에 군납관련 개편안을 재검토해줄 것을 건의 드리고 있습니다. 군납관련 사태는 금년 4월 군부대에서 휴가복귀 후 격리중인 병사들이 온라인게시판에 사진을 올리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밥과 브로콜리 3조각, 깍두기, 감자 1/4, 고추장뿐인 식사였습니다. 이후 여러 제보로 군인 부실밥상의 논란이 있었고 국방부는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주요내용은 한 끼 기본급식비를 2,93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 조리병 여건 개선, 민간 조리원 확충, 배식 관리 강화, 영양사 확보, 군 식자재 조달 방식을 경쟁입찰방식(현재 수의계약으로 농업인이 생산한 농축수산물을 협동조합이 군부대에 공급)으로 개편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라를 지키는 장병들의 사기는 군가안보와 직결됨으로 대부분의 국방부 개편안에 공감하지만 식자재 구입을 경쟁입찰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은 재검토 해주실 것을 간청 드립니다. 현재까지 해왔던 방식인 농업인이 연중 농축산물 계약물량에 따라 연중 생산하여 공급하는 방식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군인밥상 부실논란의 원인은 병사 1인 한끼 급식단가(2,930)가 서울시 중학생 1인 급식단가(5,680, 인건비 포함)에 비해 낮고, 영양사는 없으며, 조리병 1인이 육군부대기준 75명 장병의 식사담당 체계, 조리경험을 보완할 대책 부족 등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방부가 경쟁입찰방식을 도입하면 영광농업인들은 고춧가루를 더 이상 수의계약으로 연중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없습니다. 특히 강화군 등 접경지역 15개 시군의 농업인들은 70년 동안 지역개발 규제, 안전위험 노출 등 어려움을 감내하며 식재료를 공급해왔는데 판로를 잃을 것이며, 제주도 감귤 농가와 축산농가도 연중 공급하던 방식이 중단되며, 외국산 농축산물이 군급식에 공급되고, 대기업이 공급업자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한국 농업인들은 이러한 군납납품 중단사태 이외의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내년 정부의 농업예산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가 2022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총예산(604.4조원)8.3% 늘어났지만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은 2.4% 증가(16.7조원)해 농업예산 증가율은 총 예산증가율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문재인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했지만 국가전체 예산에서 농식품부 예산 비중은 3.4%(2018), 3.1%(2019), 3.1%(2020), 2.9%(2021), 2.8%(2022)로 계속 줄고 있습니다.

아울러 한국농업은 추가 시장개방을 앞두고 있습니다. 정부가 금년 초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수출이 한국경제의 큰 축인 우리는 큰 실익을 얻을 수 있기에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CPTPP는 일본이 주도하고 캐나다, 멕시코, 페루, 칠레,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11개국에서 참여하고 향후 미국과 중국까지 가입하려는 움직임이기에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 협정이 될 것입니다. 후발주자인 한국이 이 협정에 가입하려면 회원국들은 한국농업에 추가시장개방을 요구할 것이며 농·식품 위생 검역을 이유로 더는 농축산물 수입 압박을 거부하기 어려워 과수 · 축산 농가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시 돌아와서 군급식 입찰방식 도입 재검토 건을 말씀드립니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충분한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봅니다. 과거 이런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동체의 진보를 이끌었던 스웨덴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80년 전 가난, 실업, 빈부격차, 좌우 갈등, 극심한 노사 분쟁으로 절망의 나라였던 스웨덴은 이제 국민 1인당 소득이 5만달러의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가 되었습니다. 노사 분규가 극심한 스웨덴을 변화시킨 타게 엘란데르는 1946년부터 23년간 국가를 이끌며 많은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내다 총선에서 최대승리를 거두었음에도 총리 자리를 내주며 퇴임합니다. 그는 스웨덴에서 화합의 정치를 위해 좌우연정과 화합하고 대화하는 정치를 실천했습니다. 이를 위해 목요일 기업 측과 노조 측을 초대하여 대화하며 상생 해법을 모색해 추진한 목요클럽을 운영했습니다. 아울러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초대하여 스웨덴의 미래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지속성장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자본인 노사화합을 이끌어 냈고, 대화의 정치를 실행했으며, 정부와 정치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지도층이 먼저 청렴을 실천하며 나라의 근간을 세웠습니다.

이처럼 정치가 갈등의 해결자 역할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정치란 개인이나 집단 간의 사회적 자본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대화하고 조정하여 합의를 이끌어내는 활동이므로 정책적 조정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농업은 국가경제 발전이란 목표아래 불균형 성장 정책의 희생양이 되어 왔습니다. 불균형 고속성장이 낳은 차별이 해소되지 않는 상태에서 양극화를 정당화해서는 안됩니다. 한국의 모든 산업은 우리 농업을 딛고 컸습니다. 그러나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한국 농업경쟁력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살아온 세월마다 시대의 얼굴은 계속 바뀌면서도 공동체가 함께 극복해야할 과제를 제시합니다. 우리는 절대 빈곤 때문에 영혼까지 저당 잡혀 옴짝달싹하지 못하던 시대도 살아내었고 이제는 오직 주주만을 위해 살아가던 기업들이 경쟁적 자본주의 대신에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함께 성장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포용과 그린자본주의로 나가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함께 나누는 시대에 정치가 사회적 약자인 농업을 보호하고 국민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는 지원책을 펼쳐야 할 때 입니다. 군 식자재 조달방식은 현재의 방식대로 농업인이 연중 계획량에 따라 연중 계획생산이 가능한 방식으로 구입해 주실 것을 간청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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