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읍 유병호 씨 9,300평 규모 식용·농업용 우렁이 200t 생산

건강한 식재료이자 만능 농사꾼으로 알려진 우렁이를 양식하는 백수읍 학산리 한 농장을 찾았다.

 

 

친환경 농사의 완성은 우렁이죠

기후위기로 미래 지속가능한 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환경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친환경 재배 면적과 작목도 갈수록 늘고 있다.

친환경의 답은 우렁이예요. 친환경 농사는 우렁이가 완성하는 거죠.”

논두렁의 만능일꾼 우렁이를 사육해 인생이모작을 살아가는 농부가 있다. 백수읍 학산리에서 10년째 우렁이 농부로 활약하는 유병호 씨가 그 주인공이다. 유 씨는 9,300평 규모의 우렁이 농장에서 벼농사용 우렁이와 식용 우렁이를 양식해 연간 200t의 우렁이를 생산하고 있다.

황금빛 논 한가운데 위치한 유 씨의 우렁이 농장에는 주렁주렁 매달린 분홍빛 우렁이 알들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우렁이 사육장에는 수조마다 수많은 우렁이가 부지런히 움직이며 건강함을 과시하고 있다. 내년 농사를 위한 새끼 우렁이가 월동을 준비하는 하우스, 우렁이 종패를 관리하는 하우스에도 우렁이가 가득하다.

지난 2011년 우렁이 농사를 시작한 유 씨는 2005년 농사를 시작하며 줄곧 친환경 농법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가 친환경 농자재로 선택한 것이 바로 이 우렁이었다.

그때 당시 우렁이 농법이나 우렁이 사업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었을뿐더러 인근에 우렁이를 사육하는 선도농가도 없어서 현장기술을 배울 수도 없었다. 때문에 유 씨는 직접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경험에서 노하우를 터득했다. 이제는 내공이 많이 늘어서 우렁이 박사로 불려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다.

우렁이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다. 깨끗하고 좋은 물을 계속 공급해줘야 하고 배수도 잘 되어야 한다. 물의 순환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수조에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맑은 물이 공급되고 있다.

열심히 돌아다니는 것 밖에 없어. 이 우렁이가 살아있는 생물이다 보니까 매일같이 농장을 살펴보면서 잘못된 건 없나 보는 거지. 그래서 내 다리가 이리 두껍나 봐요. 특별한 뭣은 없어도 최선을 다해 키우니까 우리 농장 우렁이들은 특히 튼튼하고 건강하다고 자부합니다.”

10년째 우렁이 농사를 하고 있지만 특별한 비법이랄 건 없다. 그저 부지런하게 움직였던 게 답이었나 싶다. 이처럼 우렁이 사육은 사람 손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이 많은데 최근엔 코로나로 인해 인력이 부족하다는 어려움도 겪고 있다.

우렁이가 자식 같지. 모든 생물들이 다 그렇잖아요. 키우다 보면 정들게 돼 있어.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 보고 있으면 생활에 활력이 되고 기쁨도 생겨요.”

하지만, 순탄할 것만 같던 우렁이 농장에 큰일이 생긴 적도 있다. 작년 여름 하필 납품을 이틀 앞둔 중요한 시기에 태풍으로 인해 인근 지역에 보가 무너지며 농장까지 물쌀이 밀고 들어와 버린 것이다. 농장은 쑥대밭이 됐고 우렁이의 90%가 물에 떠내려가 버렸다. 피해보상은 받지도 못한 채 농장을 어찌어찌 복구했지만, 그 아픔이 아직도 남아있다.

지금까지 농장을 누가 봐도 성실하게 키워낸 것이 자랑인 거죠. 우렁이는 목숨과도 같아요. 힘이 닿을 때까진 해야죠. 그러다 보면 앞으로 좋은 날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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