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영/ 농협 영광군지부

열악한 지방재정에 숨통을 틔워줄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고향세법)202311일 도입됩니다. 이 법은 본인 거주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기부가 가능하며 기부금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기금으로 운용해 취약계층 지원, 청소년 육성 및 보호, 지역주민·문화·예술·보건 증진, 자원봉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목적으로 활용됩니다. 기부자는 연간 500만원 한도에서 기부할 수 있고 지자체는 세액공제(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 초과분은 16.5% 혜택)와 답례품(기부금의 30%이내에서 개인당 100만원한도 지역 특산품 등)을 제공합니다.

이 법률이 도입되는데 많은 분들이 헌신해주셨습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업계 줄기찬 도입요청, 지자체와 시군의회 의원님들의 도입건의, 영광군민분들의 응원, 21대 국회에서 1호 법안으로 대표발의 해 주신 이개호 국회의원님 등 많은 분들의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고향세가 도입되면 어떤 기대효과가 있을까요. 고향세는 지방자치단체의 세원을 확충해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입니다. 향후 지자체의 재정자립도(2020년 전국 평균 50% 내외)는 높아지고 지자체는 고향세를 재원으로 주민복리사업 등을 확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고향세는 도시와 농촌간의 이해와 정서적 가교 역할도 수행할 것입니다. 지방의 어려운 현실을 도시민들이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도시와 농촌간의 정서적 끈을 이어서 유대감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나아가 농축수산물 소비확대와 도농교류 증대, 출산율 증가, 농촌 일자리 창출 등도 기대됩니다.

이러한 도농 균형발전을 위한 고향세법의 활성화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일본과 국내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은 고향세를 2008년부터 도입하여 첫해 830억원에서 20207.2조원을 유치했습니다. 이는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유치액을 늘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봅니다. 둘째는 지진 등 대규모 재난 발생 시에는 해당 지자체 출향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기부가 이어졌습니다. 20113월 동일본 대지진 때 이와테현은 전년대비 기부금액이 16배 증가했고, 2016년 구마모토 지진 시 전년 대비 8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저는 기부 하시는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업이 많다면 기부액을 늘릴 수도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전라남도는 올해 7월부터 고향 발전에 도움을 주는 향우를 위해 전남사랑도민증을 발급하고 있습니다. 소지 향우분들은 도내 주요 관광지와 레저시설 이용료 감면, 고향농수산물 구입 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애향심과 자긍심을 갖게 돼 향우와 도민의 이음줄이 되고 고향세법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합니다. 제주도는 930일 기준 재외도민증 발급인원이 96천명에 달합니다.

그렇다면 위 두 가지 사례를 접하면서 고향세법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너무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주장일수도 있지만 저는 애플(스티브 잡스)DNA를 벤치마킹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고향세법 활성화를 위해 사용자경험이 많이 녹아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사용자경험이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사용자가 순식간에, 직관적으로, 온몸으로 느끼는 총체적 경험이라고 합니다. 애플은 기술이 기술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지향하게 했습니다. IT기업 애플은 IT기술 자체에 함몰되지 않았고 고객에게 편리한 경험제공을 제품설계에 핵심으로 여겼습니다.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니 고객에 대한 이해를 위해 인문학을 활용하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1975년 세계 최초의 소형컴퓨터가 등장하자 애플은 소비자들에게 탁월한 개인용 컴퓨터를 기획하고 1977년 어디에도 볼 수 없었던 세련된 외관에 모니터 키보드를 갖춘 컴퓨터(애플)를 출시합니다. 사람들은 열광했고 애플은 초창기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50%를 휩쓸었습니다. 1980년 초반 오직 자판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에 고객의 이용 편리성을 높인 마우스와 그래픽을 제어하는 맥킨토시 컴퓨터를 탄생시킵니다. 1990년대 후반 MP3 플레이어가 출현하자 후발주자 애플은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손쉽게 음악파일을 내려 받을 수 있을지를 끝없이 고민하면서 아이팟, 아이튠을 탄생시킵니다. 2007년 휴대폰을 모두가 통신기기로 당연시하던 시절에 아이폰이라는 손안의 컴퓨터를 제공하면서 통신업계와 IT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습니다. 2011년 편안하고 누워서도 사용할 수 있는 무겁지 않은 아이패드를 내놓습니다.

애플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 지, 어떤 방법으로 사용하면 좋을지를 끝없이 고민했습니다. IT기술 자체에 함몰되지 않고 사용자경험까지를 압축해서 제품에 체화시켰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기술에 인문학적 토양, 고객과 고객의 행동에 대한 깊은 이해, 디자인과 문화에 뿌리를 둔 혁신 제품들을 거듭 만들어냅니다.

고향세법 활성화를 위해 향우분들의 깊은 가치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입니다. 향우분들에 대한 이해와 가치에 바탕을 두고, 향우분들의 감성을 연결하여 영광만이 제공할 수 있는 특별한 감성들을 선사할 수 있는 영광공동체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업추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용자 경험을 높이기 위한 영광향우들에 대한 조언도 구하는 인문학적 정제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사은품에 대한 고민도 같이 검토되어야 할 것입니다. 외지에 거주하는 영광의 인재들의 입장에서는 기부하면서 고향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뿌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사업전개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향세법 활성화를 통해 영혼 맑은 영광이 될 수 있도록 공직자분들을 물론 삶의 다양한 현장에서 분투하시는 군민들의 다양한 제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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