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수/ 영광농협 조합장

다산 정약용 선생은 곡산부사를 마무리 할 즈음 정조의 흥농정책 교지에 응하여 응지론농정소(應旨論農政疏)를 올린다.

농사는 장사만큼 이익을 내지 못하고 선비들만큼 대접도 받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고, 이대로 방치할 경우 농업과 농촌이 피폐 해지고 국가에도 그 피해가 크기 때문에 국가가 관심을 갖고 첫째, 고된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 마련, 둘째 농산물 가격이 먹고 생활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안, 셋째 농민들의 사회적 지위를 상향시켜야 한다는 편농(便農), 후농(厚農), 상농(上農)이른바 삼농정책을 주장하신지 약 220여년이 흐른 지금 우리 농업과 농촌은 어떻게 변했을까?

먹을거리가 부족하여 굶주림을 걱정하던 후진국에서 공업화를 통한 수출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한 뒤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눈부신 성장을 보였지만, 농촌은 상대적 박탈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정부의 농업정책은 갈수록 엇박자를 내고 있다. 먹고 살아야 하고 자원이 부족한 나라이기에 수출위주의 정책과 자유무역을 통한 수출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은 당시로써 불가피 했다고 하더라도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각종 FTA체결을 강행 하면서 농업계의 피해액을 과소 발표하고 대책도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전국 228개 시··구 중 40%에 가까운 89(영광군 포함)을 소멸 위기에 놓인 인구감소 지역으로 지정하였고 지정된 지역에 대해서는 매년 1조원씩 10년간 조성되는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이들 지자체에 투입하고, 국고보조사업을 선정할 때 가점부여, 사업량 우선할당 등 여러 지원을 통해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소멸 위기에 맞닥뜨린 지자체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연이어 나오지만, 1조원을 투입한다고 하여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무엇이 이렇게 소멸의 위기까지 몰고 갈까? 답은 삼척동자도 잘 알고 있는 농업인구의 감소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경종업도, 축산업도 대농위주의 정책으로 몰고 간 정책의 결과가 오늘날의 우리농촌의 현 주소이다.

다행히 이 정부 들어 소농정책으로 전환을 꽤하고 있지만 만시지탄의 상황이며 이정도의 처방으로 농업인구 감소 중단과 돌아오는 농촌이 가능할까? 안타깝지만 멀고도 멀었다는 것이 답이다.

왜 정책 입안자들은 농촌과 농업인의 희생을 당연시하고 있을까? 물론 축산분야에 대해서는 정부정책이 아직까지는 우수한 평가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필자는 축산분야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논할 위치가 아니지만 그래도 축산이 10년 넘게 농촌에 활력소가 되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사육두수를 파악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라 생각을 한다.

경종업도 계획생산을 서둘러야 한다. 물론 축산도 이러한 호황기에 앞날을 대비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점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제는 규모 위주의 축산정책 만으로 농촌공동화 현상을 막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원예, 과수, 수도작이 꾸준히 진폭 없이 생산비가 보장되는 정책적 지원이 따르지 않으면 돌아오는 농촌은 요원하다고 봐도 될 것이다.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생산비는 늘어 가는데 어쩌다 이상기온으로 농산물 값이 올라가면 소비자물가를 들먹이며 농산물을 장바구니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내몰며 호들갑을 떨고 있고 정부는 발 빠르게 서민물가 안정을 이유로 물가 안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반대로 물가가 내려가면 그 대책수립은 미비한 수준에 머문다. 그러면서도 농촌공동화와 소멸위기의 지자체가 염려된다고 대책을 수립한다고 떠든다.

금년 만해도 정말 오랜만에 추곡수확량이 증가해서 추곡가가 곤두박질 직전인데 아직까지도 대책이 발표되지 않고 고추도 평균가가 8,000원 이하로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비 보장을 위한 아무런 의지도 없다. 평균 근당 9,500~10,000원 이상이 되어야 생산비가 보장되는데 정말 갑갑할 일이다.

스마트 팜, 관광농업등도 하나의 대책이 될 수는 있지만 그런 대책으로 아사 직전인 농촌을 회생시켜 돌아오는 농촌은 정말 요원하다고 필자는 장담한다.

이제라도 수도작의 경우 타 작목 육성대책을 확고하게 확립하여 소비량 감소에 대비하여 생산비가 보장되고 과수, 원예육성으로 먹고 살만하다는 판단이 설 때 애써 강요하지 않아도 돌아오는 농촌이 될 것이다.

대농의 축산 및 수도작 농가 자녀들이 농촌에 잔류하고 또 돌아오는 이유는 공기가 좋아서도 부모님께 효도하기 위해서 만이 아닌, 먹고 살아 갈수 있겠다는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영국이 자유무역 확대를 꾀하기 위해 곡물법을 폐기한 후 전 국민이 고통 받았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빨리 정부가 소비자 물가 타령에서 벗어나 농업이 국가 기간산업임을 확고히 인식하여 농촌과 균형발전이 될 수 있는 대안을 수립하고 시행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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