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여민동락공동체 살림꾼

폐교 위기의 작은학교가 있었다. 사람들이 떠나가는 농촌 동네에 남은 유일한 교육기관. 이 학교가 사라진다면 마을의 미래는 영영 닫혀버리고 말 것이다. 절박했다. 지역사회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묘량마을교육공동체는 지역교육소멸의 위기속에서 출발했다. 폐교를 막으려는 학부모들과 지역사회의 끈질긴 노력 끝에 작은학교는 기사회생 할 수 있다. 이제 묘량중앙초등학교는 지속가능한 묘량마을공동체의 심장이 되었다. 지역교육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반대로 지역이 사라진다면 지역교육도 없어질 것이다. 교육이 더 이상 학교만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 지역사회 안에서 교육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지속가능한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학교 교육의 전환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근대 산업사회의 종언과 동시에 마을이 호출되었다. 마을의 귀환은 각자도생이 아닌 더불어 함께 사는 연대와 협동의 방식으로 삶을 재편하려는 시도이다. 소외와 단절을 극복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망을 회복하며 공동체적인 방식으로 사회를 재구조화하기 위한 집합적인 노력인 것이다. 삶의 패러다임 전환은 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낡은 사고와 구조를 해체하고 산적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 혁신 역량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로부터 협치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관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법적인 권한과 역할속에서 일을 제대로 했다면 애당초 거버넌스라는 방식은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거버넌스의 배경 자체가 민으로써 행정의 독주를 견제하고 관이 보여왔던 전통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음을 유념해야 한다. ‘민관 협치는 지역사회 각 주체들이 협력적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유력한 방식이다. 교육도 같은 맥락이다. 산업화 시대 대량생산체제 유지에 복무해왔던 근대 학교교육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는 낡은 교리이다. 교육은 사회의 종속변수다. 시대가 바뀌고 사회가 변화하면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과는 다른 교육이라야 다른 미래를 열 수 있다. 삶과 불일치하는 학교 교육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마을교육공동체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교육 패러다임 전환의 키워드는 참여. 학부모와 지역이 교육의 주체로 적극 참여하고 협력함으로써 온 마을이 한 아이를 키우는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의 영역에서 협치는 민관학이 협력해 교육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교육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대한민국 교육은 학교의 전유물에서 지역공동체의 의무로, 지식중심에서 역량중심으로, 획일화에서 다양화로, 표준화에서 개별화로, 국가교육에서 지역교육으로 전환을 시도 중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 쏟아져나오는 새로운 교육담론들은 일관되게 삶의 회복을 말하고 있지만, 그 삶의 구체적인 현장인 지방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방소멸 위험을 경고하는 지표들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날로 벌어지는 가운데, 위기는 도시보다는 농촌에 집중된다. 특히 심각한 과소화에 직면한 면 단위의 상황이 심각하다. 과소화는 주거, 의료, 복지, 일자리, 교육, 문화, 교통 등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의 축소를 부른다. 공공의 영역 뿐만 아니라 시장이 제공하는 서비스마저도 자취를 감추는 농촌의 삶은 붕괴 직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는 갈수록 과밀화되고 농촌은 갈수록 과소화된다. 이는 코로나 시대 공멸의 시나리오. 포화지경에 이른 도시의 인구를 분산하고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하려면 농촌을 살려야 한다. 농업이 국가기간산업으로 격상되고 농민이 공익농민으로 대우받으며 농촌을 사람 살기 좋은 터전으로 만들어야 한다. 농촌이 살아나야 비대해진 도시도 다이어트가 가능해진다. 기후위기 시대를 헤쳐나갈 전초기지로서 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살려야 예측불가능한 환경 재난도 대처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농촌의 재생과 부흥은 인류의 생존이 걸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시간표는 지역마다 다르게 흘러간다. 시군구와 읍면동이 다르다. 소멸 문제는 인구의 자연적 감소와 사회적 감소(유출과 이동)가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적인 양상을 보인다. 인구의 사회적 감소 요인을 줄여나간다면, 즉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지역안에서 충분히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면 자연적 감소(저출생) 문제도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인구의 사회적 감소 요인에 교육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교육문제가 비단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문제이며, 지역문제와 교육문제를 하나로 인식하고 연계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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