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영 농협 영광군지부장

모두들 코로나19로 힘든 한해를 보내셨습니다. 오늘은 2021년 양력 마지막 날입니다. 저는 올해 주요농업정책들을 반추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3월 농어촌특별세(농특세) 폐지 논란이 있었습니다. 주식거래에 부과되는 농어촌특별세의 전출세액이 과다하므로 폐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취득세 · 종합부동산세 · 주식거래에 부과되는 농특세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로 농수산물 수입개방에 따른 농업 · 농촌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UR이후 농가소득은 도시가구에 비해 35% 감소했습니다. 농업현안해결을 위해 사용되어야할 농특세 3.9조는 타회계로 전용되고 있지만 금년 쌀시장격리요청에 정부는 함구하고 있습니다. 농특세는 존치되고 농특세 재원은 농업분야에 지원되어야 합니다.

4월 군 장병들의 식사부실문제가 제기되면서 농협과 수협이 수의계약으로 공급하던 국산 농축수산물의 공급방식이 중단되고 공개경쟁으로 바뀔 예정입니다. 농업계와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었지만 의견수렴과정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국방부는 협동조합과의 수의계약 중단을 강행하고 있어 군납공급 계약재배 농··수산인들의 피해는 커질 것입니다. 군납공급방식은 기존 수의계약 방식이 존치되어야 합니다.

9월 이개호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향사랑기부금법(고향세법)이 통과되어 2023년부터 시행되는 긍정적인 정책도 있었습니다. 고향세법이 도입되면 열악한 지방재정이 확대되고 도시와 농촌간의 이해와 정서적 가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먼저 시행한 일본은 작년 7.2조원을 유치했습니다. 농업계는 동제도 도입을 적극 환영하며 기부자들의 사용자경험을 높이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11월부터 농업계에서는 쌀 가격 급락으로 시장격리를 정부에 지속적으로 청원하고 있습니다. 작년 정부는 공익형직불제를 도입하면서 기존 쌀 변동직불제도를 폐지했습니다. 쌀값이 목표가격보다 낮을 경우 일부 보전하는 제도를 폐지하되 자동시장격리제를 약속했습니다. 시행 두 번째인 올해는 쌀이 7~8% 초과생산(31만톤)되어 쌀값이 급락해 시장격리를 요청했지만 정부는 답변이 없습니다. 현재 정부보유 양곡(49만톤= 기존보유량 14만톤 + 금년 공공비축 35만톤)은 국민들이 3개월 먹을 수 있는 물량(80만톤)에 못 미치고 국제연합식량기구의 보유권장량(80만톤) 미만입니다. 미곡이 수요량 대비 3% 이상 초과 생산됐을 경우와 수확기 평균가격이 5% 이상 하락한 경우 자동시장 격리제를 발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농업계는 빠른 시일 내 정부의 쌀 시장격리 조치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총론적 합의가 각론적 실행에서 작동하지 않는 비슷한 사례가 농어촌상생기금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어촌상생기금은 정부가 2015년 한·FTA 비준을 앞두고 자유무역으로 대기업이 얻는 이익을 어려움을 겪을 농업분야에 지원하기 위한 무역이득공유제 성격으로 정부가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법안을 시행했습니다. 매년 1,000억원씩 모아 10년간 1조원을 조성해 피해 농업인을 돕겠다고 했지만 현재 출연액은 1,200억원으로 목표액의 23%만 달성된 상태입니다. 출연주체는 대부분 공기업이고 수혜기업은 217억을 출연했습니다. 법률로 도입된 제도이지만 실행단계에서 작동되지 않는 대표 사례입니다.

1213일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추진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일본과 호주, 멕시코 등 11개 국가가 참여하며 2019년 기준으로 3,400조 규모의 무역이 자유화될 예정입니다. 후속조치로 농산물 추가개방이 불가피하고, 가격경쟁력이 높은 수입농산물이 더 많이 수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농업인들은 농업생산기반 붕괴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올해 농업관련 정책적 변화에 고향세법을 도입하는 희소식도 있었지만 어려운 소식도 많았습니다. 한국농업은 국가경제 발전과 수출산업육성이라는 과제를 위해 끝없이 양보해왔습니다. 부모님이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끝없이 희생해 가정을 바로 세웠던 것처럼 농업인들은 묵묵히 양보했습니다. 농업인들은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이 되어주신 분들입니다. 농업인은 몸은 고달프지만 오뉴월의 땡볕과, 겨울의 엄동설한을 극복하며 우직한 성실함으로 먹거리를 생산해 국민들께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정책과 많은 성장을 이룬 분야가 농업산업에 화답할 시기입니다. 농업을 등한시한 국가 중에서 선진국에 진입한 사례는 없었다고 합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을 아끼고 보듬고 함께 성장하고 나누는 정책들이 현장에서 잘 실행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따뜻한 격려가 고난을 잊게 하듯이 농업인들에게 많은 격려기 절실한 때입니다. 지금은 농업을 지원해야 할 시기입니다. 조속한 쌀 시장격리 등 농업이 살아날 지원정책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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