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요즘 미디어를 대하기가 두렵다. 그야말로 진흙탕이다. 정치를 하려거든 오물에 발을 담그고 시궁창에 엎드릴 각오가 필요하다는 말이 전혀 틀리지 않다. 원인은 단순하다. 후보들의 자질이다. , , 놈이라는 영화의 제목이 생각난다. 다른 점은 이들이 꾸미고 있는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이다. 한 후보는 살아 있는 권력인 현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말로, 한 후보는 다른 사람은 틀렸고 자신만 옳다는 이상한 논리의 자신감으로, 한 후보는 서민의 대표임을 내세우며 탁월한 정치력과 능력을 보유했다는 주장으로 대선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자신들만의 주장을 국민이 얼마나 믿어주고 이해해 주느냐는 것이다. 선출의 방향이 사람인지 혹은 능력인지 도덕인지 온통 잡탕이 되어버렸다. 이는 선거운동이 아니라 네거티브 전쟁이다. 정책은 사라지고 상대의 흠집만 집요하게 찾아서 공격을 하고 있는 형국이니 대부분의 중도 층은 선택의 방향을 잃었다. 결과는 누구도 40%의 박스 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동반 하락하고 있다. 결국 국민은 이러한 상황에 내성이 생기고 정치혐오에 빠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대통령 선거는 일찍이 겪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직전 정부의 비선정치를 몸으로 겪은 지 불과 5년 만에 다시 비선으로 빠지는 악수는 두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단어가 무속이다. 흔히 무당이라 칭하지만 일반적인 표현은 무속이 맞다. 윤 후보의 부인은 도사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들에겐 도사, 법사, 스님, 스승 등은 거의 같은 개념으로 사용 되는 명칭인 것 같다. 그런데 윤 후보의 캠프에 건진법사라는 무속인이 인선의 중요한 직을 맡아서 하고 있다는 기사가 세계일보에 실리면서 손바닥의 왕()자와 천공스승이라는 검색어가 다시 소환 되었다. 여기에 부인 김건희 씨는 녹취록을 통해 웬만한 무당보다 자신이 더 알고 영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의 말대로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사와 도사를 멘토로 삼던 시대는 조선의 민비로 끝내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박근혜 정권까지 이어졌다. 소위 무속의 비선실세정치이다. 그래서 세계일보의 기사는 우리를 더욱 섬뜩하게 만들었다. 이번 선거에서 특히 불거진 것이 영부인의 자격이다. 영부인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영부인까지 자연스럽게 선출되는 것이니 공증의 대상이 맞다. 대통령제에서 제2부속실의 중요성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물론 없애버리겠다는 후보도 있지만 국익에 우선하는 강한 정권욕의 발로에서 나오는 발언이다. 윤 후보의 부인 관련 7시간 녹취록의 바람은 예상처럼 강하지는 않았다. 이미 예단되었던 내용들이었고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만일 수많은 발언 중에 한 개라도 이재명 후보의 부인이 했다면 결과는 끔찍했을 것이다. 특히 미투는 돈을 주지 않아 발생한다는 발언은 국제적 망신을 샀다. 많은 나라의 외신에서 다뤘기 때문이다. 일국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부인이 할 발언은 절대 아니었다. 미투에 희생된 여성들은 돈을 받지 않아서 폭로한 것이라는 의미이니 파장이 컸다. 하지만 한국의 여성단체는 말이 없다. 이들이 왜 선별적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외국의 미디어에선 여러 곳에서 다루었다. INDEPENDENT지에서는 “South Korean candidate’s wife says #Me Too complaints occur when men don’t pay women(한국 후보자의 아내가, 미투 불만은 남성이 여성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아서 발생한다고 말했다)”라는 제목을 달고 기사가 올라왔고 CNA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자 최고의 기술 강국이지만 여전히 보수적 사회관습이 지배적인 가부장제 사회라는 기사를 올렸다. 2022년 대선의 추락한 품위는 국제적인 망신까지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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