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수/ 영광농협 조합장

우리가 주식으로 먹고 있는 밥에는 흔히 세 가지 속뜻이 담겨 있다. 하나는 말 그대로 먹는 밥을 뜻하고, 둘째는 끼니는 거르고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진지는 드셨습니까? 하고 건네는 인사말... 셋째는 역할과 제 몫을 의미하여 밥값을 하거나 못할 때 쓰는 뜻으로..

이처럼 우리 민족의 유구한 역사를 함께 해왔던 밥을 포함한 우리네 농산물이 요즈음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몰려 수십 년 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농가소득 정체에 찬물을 끼얹듯 쐐기를 박고 있다.

물가인상의 조짐이 보일 때 면 어김없이 장바구니 물가에 대한 TV방송이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올해 김장을 담그느냐 물음에 주부 김○○씨는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올라 김장하기 무섭다라며 무심코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농산물 가격이 정말 물가상승을 주도할까?

매월 초 통계청의 소비자 물가지수가 발표되면 농산물 가격을 거론하고 언론은 자연재해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일부 농산물의 가격 상승률에 초점을 맞춰 자극적인 보도를 하는 경향 때문에 마치 농산물이 전체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농산물의 특성과 물가지수 작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발생한 오해이다. 농산물의 생산량과 가격은 공산품과 다르게 두 가지 측면이 가장 크게 작용된다. 하나는 자연재해등과 같이 농산물 특성상 발생되는 원인, 둘째는 최저생산비 보상체계와 생산예측정보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는 농업정책의 후진성으로 전년도 수익성이 있었던 품목과 반대되는 품목의 식부면적이 매년 교차되면서 가격등락이 좌우된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연재해로 인한 영향이 대부분이고 국민 누구나 특히 서민들과 밀접히 관련 되다보니 조금만 가격이 올라도 많이 오른 것처럼 체감하게 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구에서 소비를 목적으로 구입하는 대표적인 품목들의 가격 변동을 가중 평균해 만든다. 가구에서 구입 비중이 높은 품목의 가격이 많이 오르면 소비자 물가지수가 많이 상승하고, 구입비중이 낮은 품목은 가격이 올라도 지수의 상승폭은 낮다. 통계청은 대표적인 460개 품목(농산물 59개 품목)의 가중치를 설정하고 있다. 이는 월평균 소비액에서 품목별 소비액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1000분 비율로 나타낸다.

현재 농축산물 가중치는 1000분의 65.4로 한가구당 100만원을 지출할 때 65,400원이 평균지출 된다는 의미로 이처럼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이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과거 가중치가 162일 때 보도 방식의 답습이다. 반면 공업제품의 가중치는 333.1 서비스기타 가중치는 551.5로 농산물에 비해 매우 높다.

최근에는 통계청이 소비자 물가지수를 개편하여 농축산물 가중치를 높이려고 한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3,000만원 하는 고가 핸드백은 정가 구입하면서 1,000원 어치 콩나물을 살 때는 한 움큼 더 뽑아가는 점과 다르지 않다는 자조 섞인 쓴 웃음이 나오는 것은 왜 일까?

그렇다면 개별 농축산물 가중치중 1.0이 넘는 농축산물을 살펴보자.

사과

복숭아

포도

참외

수박

딸기

바나나

배추

4.3

3.0

1.1

1.2

1.9

1.1

1.4

1.6

1.2

1.5

버섯

토마토

양파

마늘

고춧가루

국산

고기

수입

소고기

돼지

고기

닭고기

달걀

1.1

1.3

1.0

1.0

1.4

1.6

7.6

3.1

9.2

1.5

2.6

 

1.0인 넘는 농축산물은 21개 품목으로 59개 품목 총 가중치가 65.4이다.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요즈음 이슈가 되고 있는 쌀은 4.3으로써 도시가구가 월평균 100만원을 지출할 때 쌀값으로 지출하는 비율이 4,300원이고 휴대폰 통신비는 36,100원이 지출된다는 의미다.

공산품이나 가공식품은 신제품을 출시하면 자동으로 가격이 상승됨에 불구하고 물가인상액이 반영되지 않는 반면 쌀값을 조사 할 때는 가격이 가장 높은 브랜드 쌀을 조사하여 쌀값이 너무 높다고 판단한다. 왜 이렇게 불공평한 일들이 계속될까?

최근 우리 농업인과 가장 밀접한 비료 값이 우려 한대로 11일자로 인상되었다. 비료 비종별 평균 102% 인상으로 발표하고 있으나 주로 많이 사용하는 요소, 복합비료들은 150% 이상 인상되었고, 정부가 당분간 인상액의 80%를 보조한다고 하나 일정 예산액이 소진될 시 전액 농가부담으로 떠않게 된다. 그럼에도 전년보다 10%이상 떨어진 쌀값이 아직도 높다 며 쌀값 인하를 추진하고 있으니 정말 왜 이럴까? 탄식이 절로 나온다. 각종 공공요금을 비롯 하여 인상이 불가피 한데도 왜 농산물을 담보삼아 물가안정 타령을 하는가?

정부 당국에 건의 드린다. 첫째 매년 농산물 생산예측 잘못으로 혼선을 빚고 있는 통계청 농업통계를 농식품부로 이관하여 농정의 일관성을 갖출 것을 요청 드린다. 둘째 주요 농산물에 대한 사전 계약재배시스템을 도입하여 적정생산을 유도하고 생산비가 보장 될 때 생산자도 소비자도 이익이 된다는 점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셋째 지금까지 국가발전을 위해 희생시킨 농업인과 농촌을 더 이상 방치하고 말고 특단의 대책을 세워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타령에서 벗어나 제값보장으로 살맛나는 농촌으로 되돌려 주실 것을 간절히 기대한다.

음수사원이라고 했다. 물 한잔을 마시더라도 그 물이 어디서 왔는지 근원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지하건대 대한민국의 발전의 근원은 농업이며 국가의 뿌리는 농업이다. 농업인들의 절박함을 소홀히 할 때 국가가 위태로 워 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함께 할 수 있는 제도마련으로 우리 농업인도 허리 펴고 살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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